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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란의 <마릴린 먼로> - 박
마릴린 먼로
― 최정란
지붕 위에
마릴린 먼로가 앉아 있다
박꽃 진 자리
새 봉분처럼 둥근 엉덩이
하얗게 까붙였다
구멍 뚫린 어둠에
바짝 붙어 앉아
눈을 반짝이는 별들
찰칵, 몰래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다
샤넬 No, 5
향기가 찍혀나온다
아찔한 외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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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란의 시
<마릴린 먼로>를 읽다가
피식 웃음이 나왔다.
‘마릴린 먼로’가 누구인가. 미국 프로야구의
전설 조 디마지오와의 결혼과 이혼,
이어 극작가 아서 밀러와의 재혼과 이혼,
그리고 이어지는 아인슈타인,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 배우 겸 가수 이브 몽탕,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로버트 케네디 형제와의 염문들 - 1950년대 섹스 심벌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그녀의 삶은 물론 죽음까지도 아직 의문투성이이다. 그런데 사실 요즘의 젊은이들에게 그녀는 그리 잘 알려진 인물이 아니다. 따라서 이 시를 이해하려면 마릴린 먼로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리고 한 가지 일화를 알고 있어야 한다.
우선 그녀의 몸매, 특히 굴곡이 드러난 히프를 사진으로 봤어야 하고 다음으로 ‘샤넬 No, 5’이다. 그녀에게 미국의 한 기자가 잠을 잘 때 어떤 속옷을 입고 자느냐고 짓궂은 질문을 했단다. 그녀의 대답은 그냥 ‘샤넬 NO.5’였다고. 이를 해석하면 ‘샤넬 NO.5’라는 향수만 뿌린 채 알몸으로 잔다는 얘기이다. 많은 남성들의 성적 상상력을 자극했을 것이지만 큰 반응은 여자들에게서 나왔다. 너도나도 ‘샤넬 NO.5’를 사려고 줄을 섰단다. 이때 ‘마릴린 먼로=샤넬 NO.5’라는 등식이 만들어졌고 ‘샤넬 NO.5’가 세계적인 향수로 자리 잡았단다.
시를 보자.
‘지붕 위에 / 마릴린 먼로가 앉아 있’단다. 어디에? ‘박꽃 진 자리’이다. 어찌 박이 열렸는데 그 모양을 보고 마릴린 먼로의 히프를 떠올렸을까. ‘새 봉분처럼 둥근 엉덩이 / 하얗게 까붙였’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박이 그만큼 탐스럽다는 말이지만 실제 그 정도로 마릴린 먼로의 히프는 아름답다. 그러니 별들마저도 구경을 하느라 ‘구멍 뚫린 어둠에 / 바짝 붙어 앉아’ 있다. 실은 카메라의 조리개가 열렸다 닫히는 순간일 것이다.
화자는 ‘찰칵, 몰래 /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다.’ 사진에는 어떤 영상이 잡혔을까. 이미지가 아니라 ‘샤넬 No.5 / 향기가 찍혀나온다’고 한다. 탐스런 둥근 박을 마릴린 먼로의 히프로 상상하며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 속에는 그녀의 히프가 아니라 그녀가 몸에 뿌렸다는 향수의 향기가 찍혀 나온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시인의 상상 속에서는 충분히 그런 일이 벌어진다. 왜냐하면 박을 보고 마릴린 먼로의 히프를 상상했고 그런 상상으로 셔터를 눌렀기 때문이다. 반질반질한 박의 겉면은 알몸에 향수만 뿌리고 잔다는 그녀의 히프가 된다. 그러니 향기가 찍히지 않겠는가.
이를 시인은 ‘아찔한 외출이다’고 한다. 맞다. 마릴린 먼로를 세계적인 톱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은 영화가 <7년 만의 외출 The Seven Year Itch>이고, 영화 속에서 그녀는 지하철 환풍구 바람에 드레스가 들리며 히프가 드러나는 관능적이면서도 코믹한 장면을 연출한다. 시에서는 마릴린 먼로가 한국의 어느 시골 집 지붕에 히프를 다 내놓고 앉아 있다. 그것도 향수를 뿌린 알몸으로. 그러니 외출도 그냥 외출이 아니라 ‘아찔한’ 외출이 아니겠는가.
초가지붕 위에 열린 탐스런 박을 보며 시인은 성숙한 여인의 희뿌연 엉덩이를 연상했다. 그리고 그 엉덩이는 마릴린 먼로를 떠올리게 했고 이내 ‘샤넬 No.5’로 이어진다. 카메라에 찍혀 나왔다는 ‘샤넬 No.5’ - 바로 마릴린 먼로 그리고 그 유명하다는 향수의 ‘아찔한 외출’이 되는 것이리라. 시를 읽으며 피식 웃었던 이유는 바로 시인의 상상력이 그만큼 재미있어서였다. 시를 읽고 다시 생각해 보니 박은 정말 성숙한 여인의 희디 흰 엉덩이 같다.
ㅡ玄山書齋 이병렬 시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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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린 먼로
( Marilyn Monroe 메릴린 먼로,
1926년 6월 1일 ~ 1962년 8월 5일)는 미국의
배우, 모델, 가수로 본명은
노마 진 모턴슨(Norma Jeane
Mortenson)이다.
#박
#샤넬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