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준
우리는 늘 끌고 다니는 것이 무엇인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십시오. 돈, 명예, 권력, 학연, 지연, 인맥, 비싼 집과 좋은 자동차, 내 뜻에 따르는 가족과 내가 원하는 것들에 끌려다니지 않았습니까? 내가 원하는 것 100개 중에 한두 개만 이루어져도 성공한 인생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90개가 이루어지기를 원하고 기도합니다. 노력하지 않고 갈구해서 얻어지길 기대한다면 그게 바로 세상에 끌려다닌 것입니다.
돈, 명예, 권력, 비싼 집과 좋은 차가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편리함과 여유로움을 주는 그런 것들이 없다면 불편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런 것들이 행복의 척도가 아니며 인생의 가늠자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대부분은 부유한 사람들이 적게 가진 사람들보다 더 행복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작 부자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돈이 엄청나게 많은 재벌 회장이, 명예가 드높은 유명인사가, 권력이 드세어 천하에 부러울 게 없을 듯한 고위인사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겠습니까? 사람들은 흔히 원하는 걸 갖지 못해 괴로워합니다. 나보다 많이 갖거나 크게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며 속앓이를 합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많이, 가장 크게 가졌다고 여겨지는 역대 대통령들의 과욕 때문에 우리 스스로가 부끄러움을 느껴야만 했던 때가 있습니다. 대통령 자신은 물론이요 가족이나 친인척, 주변 인물들의 관리를 잘못해서 국가의 권위를 추락시켰고 그들 자신은 역사에 실패한 대통령, 부패한 대통령, 탐욕스러운 대통령으로 기록되는 불행을 겪었습니다.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오히려 존경받는 정치가로 기록되엇을지 모르는 이들입니다.
지연, 학연, 인맥이 좋은 사람이 잘사는 세상이라면 이른바 일류대학 출신과 특정지역 사람들과 특정 교회나 절에 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잘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더러 그런 덕을 보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이득을 본 사람들이 정권이 바뀌고 세상이 바뀌면 큰 고역을 치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눈여겨보시면 압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크게 누리고 많이 가졌지만 나라의 명예를 실추시킨 인물로 추락했고, 소박한 삶을 산 김수환 추기경과 성철 선사는 우리 시대의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세상에 빛을 남기고 가신 분들이 얼마나 많으며,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 우리를 기쁘게 해주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들은 돈, 권력, 명예 따위에 연연해하지 않습니다. 지연, 학연, 인맥 따위에도 개의치 않습니다.
지난 시절을 떠올리니, 저는 참으로 오랫동안 담배를 피웠습니다. 폐암의 위험이 있다거나 가족에 대한 간접적인 살인행위라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한 번쯤 끊어볼까 생각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강의 준비할 때는 하루에 보통 두 갑을 피울 정도였습니다. 오죽하면 ‘술은 끊어도 담배는 못 끊는다.’고 입버릇처럼 신자들에게 얘기를 했겠습니까.
그런데 어느 한순간 탁 끊었습니다. 스승께서 던지신 말씀이 정신이 퍼뜩 들었던 것입니다.
“쥐는 쥐약인 줄 알면 먹지 않는데, 사람은 쥐약인 줄 알면서도 먹는다.” “아주 뜨거운 물잔은 얼른 내려놓으면 되는데, 붙잡고 어쩔 줄 모르니 델 수밖에 없다.” “세상을 끌고 가도 시원찮은데, 담배한테 끌려가겠는가?”
저는 그분의 따끔한 지적을 통해 오랫동안 쥐고 있던 뜨거운 물잔을 내려놓았습니다. 백해무익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담배에게 끌려다니기를 거부한 것입니다. 제 목에 채워진 쓸데없는 목걸이를 훌렁 벗어던지니 정녕 자유로왔고 속박에서 벗어난 듯 기뻤습니다. 그러나 6개월 동안은 심한 금단현상으로 인해, 머리가 어쩔하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불면증에 시달렸으며 불안감에 사로잡히고 식욕을 잃기도 했습니다. 오죽하면 옆에서 지켜보던 신자들이 “담배를 끊어서는 안 될 사람이니 좀 줄여 피우는 수밖에 없겠어요. 조마조마해서 오히려 우리가 힘들어요.”라고 했겠습니까.
저는 아름다운 사람, 바른 일, 보탬이 되는 사람, 세상을 향한 사랑에는 끌려다닐 수 있지만 담배 따위에 끌려다니지는 말자고 결심했습니다. 제가 담배를 끊었다니까 “참 독하네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금연이 어렵다는 뜻이겠지요. 그러나 독극물을 삼키는 사람이 독하지 어찌 버린 사람이 독하겠습니까?
세상은 뱃심으로 살아야 합니다. 세상에 끌려다니며 산다는 것을 바보짓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우리의 의지가 아니지만, 헤쳐나가야 할 미래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할 우리의 것입니다.
첫댓글 아멘 감사합니다 🙏
아멘. 아멘. 아멘.~~
참 잘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