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도스 제1전시관(B1) 유혜미 ‘다시, 9월’ 전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오는 9월 20일부터 9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 도스 제1전시관(B1)에서는 작가 유혜미의 ‘다시, 9월.’ 전이 열린다.
계절이 변함에 따라 자연의 모습은 탄생과 낙화 사이에서 무한히 반복되는 과정을 겪는다. 변화하는 계절은 우리의 삶과 닮아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삶을 마치는 순간까지 결코 우리는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변화와 순환 과정에서 과거, 현재, 미래가 함께 머무는 내면의 심상을 계절이 내포하고 있는 정서의 의미들과 결합하여 시각화함으로써 삶의 숭고함이 드러난다.
계절의 시간 속 본인의 경험과 기억, 내재한 감정을 이입해 단조로운 일상의 생각이나 시각에서 벗어나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감수성을 일깨워 주고 상상력을 발현해 주는 것도 예술의 한 목적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혜미 작가는 절기마다 마주하는 생명의 모습을 관찰하고 이를 시각화하여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삶의 순환에 대한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자 한다.
작품 속 등장하는 활짝 핀 꽃, 나무와 열매 등 우리가 살아가며 절기마다 피어나는 식물의 모습이 작품의 소재가 된다. 당시 작가가 마주하는 식물들을 보고 느꼈던 행복과 위로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작가는 채색화의 전통적인 정신은 계승하되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전통 물감과 현대 재료 및 표현기법을 적절히 혼합하여 창작하는 현대 채색화 작업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발전시켜 나간다.
이에 현대적인 예술적 미의식은 자유롭게 표출되고 현대 동양화의 방향성을 확장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 결과 작가의 채색화는 표현형식과 추구하고자 하는 미적 감성 부분에 있어서 이미 보편성을 공유하고 있으며 전통의 무게는 여전히 지고 있는 독특한 값어치를 갖는다.
▲ <쥐똥나무> 한지에 석채, 분채, 40x40cm, 2023
▲ <산수유나무_봄> 한지에 석채, 분채, 45x90cm, 2023
작가는 편안한 화면 구성과 자연의 색감들로 쌓아 올려 계절의 싱그러움과 찬란함을 느끼게 만든다. 작품에서는 한 식물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의 기나긴 인내의 시간을 견디듯 대상을 생명력 있게 표현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노력이 여실히 드러난다. 재료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로 발색시켜 만들어낸 인공 돌을 가늘게 갈아 만든 석채와 접착제 역할의 아교를 섞어 장지 위에 곱게 스미게 한다.
이는 작품의 색층을 더욱 깊게 만들며 동양화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기법의 특징은 아크릴과 종이, 비닐 위 드로잉 작품에서 특히 도드라지는데 식물의 형체 외곽을 가늘고 두꺼운 다양한 두께의 선으로 주저함 없이 그려내어 부드럽고 빠른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이렇듯 작가는 선 또는 채색만으로 대상의 형태를 만들거나 혼합하여 여러 가지 다채로운 양식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현실 속의 사실적인 식물 그 자체로서의 의미보다는 내면을 일깨우고 삶을 사유하는 것에 대한 표현 수단이 된다. 이는 생명의 생성 그 따뜻한 기운과 소멸할 때 아련하게 젖어 드는 그리움처럼 우수가 깃든 서정성을 부여한다. 자연의 숨소리가 들려오는 작가의 작품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작가의 섬세하고 미묘한 감정의 떨림이 전달된다.
▲ <매발톱1> 한지에 혼합재료, 30.2x35cm, 2023
▲ <낙엽> 한지에 석채, 혼합재료, 31.7x41cm, 2023
이를 통해 생의 과정에 있어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끌어나가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본능적이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새로운 에너지를 느낀다. 찬란한 햇빛 아래 이름 모를 들풀들의 활기찬 노랫소리가 공기를 가득 메우더니 어느새 또다시 마른 풀잎에 찬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온다. 이렇게 우리는 무한히 순환하는 자연의 변화에 수긍하면서 다음의 계절을 맞이한다.
작가 유혜미는 “자연의 식물들이 자라나 스러지고, 다시 자라나는 순환의 모습을 관찰해 그려낸다. 일상에서 탄생과 죽음을 맞닥뜨리는 우리의 삶에 식물의 모습을 은유해 잔잔한 희망을 전하고자 한다.”라고 말한다.
전시에 관한 문의는 갤러리 도스 전화(02-737-4678)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