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박 성 우 (1971~ )
한 이십 년, 가깝게 지냈던 후배가 먼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딱히 해줄 게 없던 나는 야생화농장을 하는 지인을 찾아가 벌개미취와 구절초 모종을 구했다 이거는 심어놓기만 하면 잘 살아요, 이 년 생인지 삼 년 생인지 하는 모종을 차에 싣고 후배 집으로 간 날은 아직 날이 찬, 봄이었다 어때, 적응은 좀 했어? 후배가 터를 옮긴 곳은 도심 근교였고 앞마당도 뒷마당도 제법 넓어 보였다 후배와 나는 도란도란 꽃모종을 했고 제법 정리가 된 집에서 고기도 구웠다 더 자주 연락하자고, 비록 멀리 떨어지게 되었지만 더 가깝게 지내자고, 우리는 몇 번이나 말을 주고받았던가 나는 곧 후배를 잊고 지냈고 후배도 별다른 연락을 해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형, 벌개미취꽃이 피었어요 형, 구절초꽃도 곧 필 거예요, 우리는 일 년에 한두 번은 연락하는 사이로 지낼 수 있게 되었고 후배도 제법 단단한 뿌리를 내린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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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후배를 위한 꽃모종
그 꽃이 피었노라고 연락을 해온 후배
그렇게 우리가 사는 세상은 구절초 처럼 벌 개미취 처럼 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