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처럼
2009년 10월 18일 연중 제29주일 묵상
지난 월요일(12일)부터 단식기도 중입니다.
비바람 치고 날은 추워지는데, 이제 곧 한 겨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 여 세월인데, 총리라는 사람도 임명 직후 다녀갔는데, 용산참사 현장은 도대체 달라지는 게 없으니, 이거 우리의 기도가 부족하구나 싶어 단식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월요일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가진 시국미사 뒤 정의구현사제단 대표인 전종훈 신부님이 홀로 삭발단식에 들어갔습니다. 그 고난의 십자가를 그분 혼자 지고 가는 게 너무 마음 안 좋아 ‘나도 같이 하마’고 내친 김에 그렇게 동행하는 중입니다.
형님 문정현 신부님은 저를 조용히 부르시더니 “꼭 해야겠어?” 하십니다. “너도 이제 늙은이다. 옛날 문규현이가 아니야.”며 측은한 눈빛으로 말입니다. ‘어이구, 허구헌날 천막 지키고 계신 형님은 뭐 꽤 젊은 줄 아시우?.’ 하고 속으로 ‘저항’ 좀 했습니다. 달리 해드릴 수 없는 게 늘 죄송했는데 이참에 마음이라도 더 보태고 싶습니다.
문정현 신부님은 어제 금요일엔 문자로 ‘전종훈 신부가 힘들어하니 안타깝다.’는 소식을 보내오셨습니다. 멀리서라도 함께 단식기도 하고 있는 처지지만 이런 소식엔 더욱 가슴 아픕니다. 아니나 다를까, 남 힘들어하는 꼴을 못 보는 착해빠진 나 신부님도 같이 단식기도에 참여 중이어서 마음은 더욱 짠해옵니다. 하느님, 저희가 최선을 다해 드리는 이 기도를 부디 들어주시어, 어서 용산참사의 진실이 규명되고 하루 속히 망자와 유족들이 주님의 평화를 누리게 하소서.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한없이 편안하니 마음의 평화를 택하길 잘했습니다.
속이 시끄러우면 암도 잘 걸린답니다.
이번 주일은 전교주일입니다.
무엇을 얼마나 정성스럽게 전교하고 있는지를 깊이 성찰하는 시간입니다.
세상에 종교가 없어서 불의와 폭력이 판치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에 천주교 신자가 적어서 반생명 반평화가 만연한 것이 아닙니다.
차라리 종교가 없다면, 그리스도교가 없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훨씬 더 조용하고 평화로울 것이라고 많은 식자들이 적잖이 말합니다. [예수는 없다]라든가 [만들어진 신]과 같은 그리스도교 비판서들이 대중의 호응을 얻으며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르곤 합니다. 맹목적인 ‘예수천국 불신지옥’마냥 거기서 거기인 외형과 성장에 집착한 전교를 여전히 앞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종교인들마저 경쟁과 갈등, 성공과 승리의 신심을 강조하는 데 대한 반감과 비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종교마저도 이익집단, 이기적인 집단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전교하고 선포해야 할 것은, 세상으로 가져가 헌신하고 투신해야 할 것은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사랑과 연민입니다. 종교의 뿌리도, 존재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종교와 신앙으로 위장한 하나의 업종일 뿐입니다.
예수님께 받은 사랑이 있다면, 우리의 양심은 분명 그걸 전해야 한다고 속삭일 겁니다. 그 좋고 좋은 것을 어떻게 혼자 독차지 하겠습니까. 그 좋은 것을 어떻게 혼자만 알고 혼자만 맛보고 있겠습니까. 이웃과 나누며 더 크게 더 많이 즐기고 싶어야 마땅합니다.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 나보다 더 아파하는 사람들,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들, 나보다 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사랑과 연민을 전하는 것, 이것이 기쁜 소식이고 복음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예수님 구원의 역사가 실감나게 하는 전교일 것입니다.
특정한 이들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전교자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랑과 헌신의 강력한 힘을 더 퍼올리고 자꾸 써서, 세상이 그리스도인의 진실한 모습을 알아보도록, 우리를 통해 진짜 예수 그리스도를 알아보고 환호하도록, 내가 먼저 나서고 또 동반자가 되도록 합시다. 예수님께서 하느님을 위해 그러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 문규현 신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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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세상의 모든 예수님들이 함께 하시니 좋아지실 것을 믿습니다.
기도합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습니다.
빨리 해결되기를 빕니다.
인터넷으로 소식을 접하곤 당장 달려가고 싶었습니다. 죽일 놈들은 죽지 않고...... 꼭 회복하셔서 정의와 진리의 횃불을 환하게 밝히시길 기원합니다.
마음을 모아 기도드립니다
부끄럽고 가슴 아픕니다. 어서어서 일어나시기를 기도합니다.
나보다 더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합심으로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