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화)
미묘한 이 느낌.....봄비와 함께 착착 가라앉는다.
모처럼 여유있게 걸으며 살구나무, 매화나무, 목련의 꽃봉오리들을 즐감하면서
"라즈니쉬가 그러더라. 사물의 이름과 지식을 알게되면서 인간들은 정작 그 사물들의 본질로부터 멀어진다고
맞는 말 같애. 이름을 아는 순간 아~ 저건 살구나무야....하면서 더이상 쳐다보지 않게되잖아^^"
침묵(나는 무슨 말을 할까나.....기다렸고....)
한참 후에 그는 뜬금없이
"평화통일가정당이 어디서 나온거지?"
.............
다시
"김근태가 여론이 별로 안좋더라. 도봉구를 위해서 해놓은 일이 뭐 있냐면서?"
"한지호는 뭐 해놨나?"
내가 바라는 그의 응답은 무엇인가?
적극적 경청과 ........따뜻한 동의?
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
실은 본질은 이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매일 10시를 넘기는 귀가시간......썰렁한 아침.......분명한건
그는 이런 나의 머릿속 생각을 전혀 모를 것이라는 것.
바보같은 건
이런 나의 생각을 친절자상하게 그에게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
2일 (수)
연구수업.....동료장학 공개수업의 날!
이 살짝 긴장되는 마음이 오랜만에 좀 좋군......
.........그리하여 국어과 샘들의 덕담 속에 끝!
그러고보니 나는 이런 과정을 조금 즐긴다... 긴장된 준비 - 무대 - 시원허탈한 끝의 과정!
일상의 호수에 던져지는 짜릿한 돌멩이 하나^^
3일(목)
아침에 출근하니 k샘이 쵸콜렛 하나를 건넨다.
"어제 수고하셨어요" 하는 짧은 멘트에 감동.............히잉~
4일(금)
지난 번 영어로 된 그림책을 창준이 보여주라고 갖다 드렸더니
영 시큰둥한 반응으로 '내가 무식해서 창준이를 키울 수가 없네~"
하시던 할머니가 오늘 아침 무슨 얘기 끝엔가
"테레비에서 보니까 2살이면 다 안다고 하더라 지금 교육을 잘 시켜야한대"
웬일이시나....하면서도 반색을 하면서
"그러게요...어떻게 해야지 교육을 잘 시키지요?" 했더니
오오!!
"어떻게 시키긴 뭘 어떻게 시켜? 긴건 기고 아닌건 아니라고 가르치면 되지"
"........................."
그렇다. 긴건 긴거고 아닌건 아닌거고...그게 다인 것을 .....흐응~
갑자기 마음이 팔랑팔랑해지는 아침
자전거타고 날아왔다.
7일(월)
가슴 뽀독뽀독한 3일 연휴의 시작!!
오늘은 3총사의 무한도전 점심식사.......아웅~
8일(화)
벗과 함께 서울 성벽을 오르다.
40이란 나이~ 그 젊은 날엔 미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봄을 가져다 준 행복한 지금!
진달래와 개나리 벚꽃, 명자나무 꽃이 수놓은 북한산 자락에서
나는 진정 행복하구나.
함께 나이들어가며 기쁜 벗이여.
아름다운 30대를 지나
당당한 40대를 만났노라.
분에 넘치는 기대로 우리 스스로를 고문하던
그..... 20대가 지나감을 아슴프레 돌아보며
이젠 무얼 해도 그게 그리 대단치 않은 것임을 알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래서 더욱 애틋하고 소중하게 순간순간을 보낼 수 있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나 자신이여, 마흔이여.....
9일(수)
새벽같이 일어나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를 행하고 김정아네 별장으로 출발!!
찌뿌등한 날씨도 아랑곳없이 그녀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설렘!
그러나 오늘 우리 셋의 즐거운 대화를 탄탄히 받쳐준 건 싸랑하는 당신의 묵묵한 육아!
'뭘 그냥 나대로 즐겼을 뿐인데.......'라고 말했지만 실은 힘들었겠지?
고마워.....진심으로.
그리고 봄날 연애중인 그녀의 콩두이야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떳떳한 남편때문에 가슴아픈 그녀 이야기..........
우린 서로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건 없지만
마음으로 듣고, 위로받고, .........그리고 함께 있으므로 기쁜 사람들이었다.
그것으로 족했다.......하지만, 어떡하니!
14일(월)
모래톱이야기가 우리 아파트 뒷산에서 실연되었다.
법과 유력자의 배짱, 그리고 선량한 다수의 사람들..............?
아이들에게 토론을 시켜보면 거의 대부분이 '그래도 어쨌든 갈밭새영감은 사람을 죽였으니 유죄'란다.
어쩌면 나도 속마음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소유권을 사고 그 소유권을 행사하는 사람의 권리를 어떻게 하겠냐는 거겠지.
돈으로 땅도, 물도, 공기도 살 수 있는 지금 우리사회는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자연과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들이
비도덕적, 비합법적인 일이 아직은 아닌 그런 사회인거다.
우리 마음속에서조차.......................!
23일(수)
김샘과의 대화 한 토막
"참, 애들은 문학은 문학대로, 삶은 삶대로 도무지 연결이 안되나봐요.
서시의 윤동주에게 주어진 길과 오늘날 나한테 주어진 길을 비교해서 써보라구 했거든요
그랬더니 전부다 윤동주의 길은 일제저항이고 자신의 길은 공부열심히 해서 잘먹고 잘사는 길이라고 썼더라구요"
"그게 바로 포스트모더니즘의 현실이죠. 이성적 사고가 모든 걸 해결해주리라 믿었던 것이 폐기된 지금
개인의 행복이 가장 중요해진거죠. 아이들은 그런데 오히려 선생님들에겐 지켜야할 '당위'와 이상이 강요되고 있죠."
".................! 아, 그러니까
오히려 저의 당위적이고 이상적인 가치관이 더 문제란 말씀이시지요? 아이들은 욕망에 솔직하고 자연스러운데요"
내 속의 당연한 것과의 부딪침!
참 그렇기도 하다. 내 삶은 편리하고 빠르고 물질주의적이고 소비지향적인데
내 머리는 늘 공생적이고 자연친화적이고 느림을 지향하니
늘 골치아프고 문제투성이인 세상과의 동거만 남을 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만 살아선 안될 것 같은 내 생각은 '고질'?
24일(목)
작은책에 실린 수돌이 아저씨의 글을 다시 한 번 읽으며
'돈의 생산성'은 곧 '삶의 파괴성'을 높인다!
성장, 발전, 생산성에 대한 우리의 가치관 전복이 필요함을 역설하신다.
아아, 학교사회에서 수십년 살아온 내게 그 가치관의 전복이란 너무너무너무너무 어렵다!
그러나 작은 균열의 시작을 허하였으므로 모든 것은 달라지리라.
5월 2일 금
야금야금 맛있게 숨겨먹던 시험기간이 끝났다.
더 많이 나무랑 숲이랑 친구들이랑 머물고 싶은데..... 이것도 하나의 생각으로 강박으로 남는 게 느껴진다.
자동차를 타고 애써 나가야 볼 수 있는 자연이라
전교조샘들과 다녀온 세미원은......더더군다나 자연이라기보단 인공미의 절정.......
뙤약볕아래 신음하고 있는 꽃들 사이를 걸어다녔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차를 타고 맛있다는 데를 찾아서 순두부 한그릇씩을 뚝딱 비우고
예쁘다는 데를 찾아서 이름을 알려고 애쓰며 보고
그리고 자연속에 있다 왔다면서 좋았다고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나?
3일 토
토요일마다 엄청 바쁘다
학교에서 정말 쥐뿔도 모르는 풍물을 뚝딱거리고
후다닥 집에 와서 창준이 점심을 챙기고
2시까지 창일중에서 하는 연수를 듣고
또 6시에는 주말부부댄스를 .........
그중에 젤로 맘에 드는 건 역시 땐쑤~ 아주 초보적인 과정이지만
또 세상에 내가 지루박과 블루스를 배우게될 줄은 생각도 못했지만...ㅋㅋ
남편하고 함께하는 편안함이, 음악과 몸의 움직임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4일 일
목요일부터 열이 따끈하게 있더니 오늘......드디어 콧물, 기침, 열이 38도 5까지.
창준이가 아프면 집안은 무정부상태가 된다...ㅎ~
5일 월
많이 아팠다. 목이 쉬고 밥은 커녕 물한모금도 넘기지 않고 몸은 뜨겁고 그 뜨거운 체온으로
엄마한테 딱 달라붙은 코알라가 되어 한 시도 떨어지지 않으려한다.
6일 화
조퇴......하고 왔더니 할머니한테 업혀 자고 있다. 힘이 없어서 비칠비칠 걷지도 못한다.
그래도 열은 내리고 나아질 기미가 보인다.
7일 수
창준이가 웃는다.
아무래도 이 즈음 나의 수도서울은 요녀석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오늘 또 오랜만에 세엄마 모여 수다떠는 행복~
2가지 이야기가 머리속을 맴맴 돌아다닌다.
하나, 썬의 친구 ...........초등학생과 유딩 아이를 힘겹게 키우고 이제 돌지난 해림맘과 애를 낳은 또다른 친구의
힘겨움을 보며 위안받고 있다는 그 친구...이야기! 들으면서 마음이 편치 않다. 왜?
나도 그러니까. 놀이터에서 아직 걷지 못하는 6개월짜리 아이를 업고 있는 엄마를 보면서
내마음에 들어서는 마음은 그것과 많이 다르지 않으니까...
더불어 누가 아프다 하면 우리 창준이는 안아픈거에 안도하면서 '넌 힘들겠다'하는 마음
나한테 그런 것들이 있다. 누구한테나 있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걸 알아채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불편한거다.
썬이 나의 이런 마음을 알아채고 얼마나 같잖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은 두려움이다.
그러나 그게 바로 나다. 그렇게 같잖은 게 나고 내 마음이고..........
그리고 나아가 그게 바로 모두의 마음이다. 하~
둘, 먼산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세상에 대한 분노..........에 대하여
우리가 잘 빠지는 구멍 아닌가 싶다. 나역시!
세상은 너무 문제가 많아...이것도 잘못 되었고 저것도 썩었어....근데두 사람들은 꼼짝하지 않는군...
맨날 하는 사람 몇명만 죽어라 노력하지만 이게 되겠어? 대체 사람들이 왜 저모양인거야?
어떻게 빠져나간다?
1. 세상은 문제가 많아. 그건 너무나 당연해. 문제없는 세상은 없어. 죽음이 있으므로 삶이 있고
배고픔이 있으므로 배부름이 있듯, 문제가 있으므로 해서 지향해야할 이상적 삶이 존재하는 거야.
인간이 있으므로 인간에 의해 훼손되어가는 자연이 있는 것이고 그 훼손과 파괴로 인해 자연의 소중함을 알게되는 것.
2. 그 때 나는 어떤 삶의 방식을 취하고 행동할 것인가? 그것을 선택하고 행동하면 될 일이다.
그 행동을 하면서 나와 같지 않은 다른 사람에 대해 분노할 일은 없다. 그의 선택은 그의 잘못이 아니다.
그가 살아온 삶의 결과물(그를 둘러싼 환경, 체험)일 뿐이다. 다만 안타까워할 수 있을 따름이다.
3. 그리하여 세상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음도 당연히 분노할 일이 아니다.
동시에 나의 선택과 행동이 절대적으로 옳을 수 없음도 전제할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만 헷갈린다.
나와 다른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과
세상을 향해 내가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을.....이 2가지가 자꾸만 간섭하고 뒤섞여버린다.
그래서 타인에 대한 분노를 우리의 행동이라고 생각해버리고마는 것인데,
나를 잘 생각해보니 그건,
그 방법이 내가 늘 해왔던 것이며 개중 쉬운 길이기 때문인 것......임에 틀림없다.
24일 토
얼마만인가. 토요일의 외유......기차타고 '김유정' 역에 내려 유정 문학촌을 다녀왔다.
촌장님이신 전상국 소설가의 열정어린 강의도 듣고, 막국수에 막걸리도 한잔 하고....즐거웠는데
돌아오는 내내 유정이 죽기 이틀 전에 친구인 안회남에게 보냈다는 그 편지가 참 잊혀지지 않는다.
폐결핵에, 치질....가난..어린 시절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그리움...그 결핍감이 만들어낸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그의 해학은 과연 웃음인걸까?
26일 월
띵그리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말을 듣고
참을 수 없이 쏟아져 나온 눈물의 반은 그 어미를 위한 것이었고 나머지 반은 나를 위한 것이었으리.
그건, 에미라는 동일한 경험을 한 사람으로서의 감정이입이었을까?
암튼, 그리고 교실에 들어가 아무렇지도 않게 널부러 앉아있는 40명의 남자녀석들을 보았다.
나도 모르게 나온 질 문
"얘들아, 너희는 니들이 정말 세상에서 너무나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라는 걸 아니?"
쌩뚱 맞았겠지.
"너희 엄마가 너흴 갖고 열 달을 뱃속에서 그리고 10 몇 년을 노심초사하며 키운 게 너희들이라는 거
정말 세상에서 아주 작고 사랑스러운, 하나 밖에 없는 그런 생명이라는 거 말야....."
29일(목)
책향기.....책아로마........자운고등학교의 독서모임....
요즈음 내 일상의 작은 에너지가 되고 있는 것 같다. 뿌듯하고 행복하다.
그러고보니 요즈음같이 평화롭고 행복한 나날이 또 있을까 싶다. 시국은 어지러운데 이 무슨 역설인가 싶지만
탈없이 무럭무럭 커주는 창준이가 있고
읽고 싶은 책....읽을 수 있는 시간...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고
아직은 교사인 나를 심하게 외면하지 않는 아이들이
함께 늙어가는 벗들이
남편이
부모님이....
감사하며 행복하자
6월 1일 (일)
아침먹고 날이 좋아서 즉흥적으로 후닥닥 짐꾸려서 과천 대공원...동물원에 다녀왔다.
흥분.....오버........창준이보다 내가 더 신났다. 그러고보니 이렇게 동물원을 자세히, 즐겁게 다녀본 기억이 없다.
아이를 낳으면서 인생을 천천히 다시 살아보는 경험......이렇게 계속되는구나...
2일(월)
텔레비젼 없이 살다가 어수선한 풍문에 인터넷으로 '미디어 포커스'를 봤다.
약간의 흥분, 충격........거기 또 한 역사가 펼쳐지고 있었다.
다섯 반 녀석들의 이야기가 듣고잡았다. 몸이 근질근질했다.
나의 스타일상....나는 선전선동은 못한다.
오히려 아이들의 생각이 궁금했고, 때론 수업이 아이들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표현의 장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
"다 죽여버려야 해요"
"누구를?"
"명바기요"
"왜?"
"하는 짓이 영 맘에 안들잖아요"
"예를 들면?"
"소 수입도, 대운하도.......뭐 다죠”
(참, 수업시간에 맨날 딴청이드니 표현도 단순과격하구나...하지만 명료한걸^^)
“촛불시위요? 전 통 몰라요. 뉴스랑 신문 잘 안보거든요”
“..................!”
“현대사회의 시민으로서 촛불시위는 참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오호, 그럼 너도?”
“에...너무 멀어서....우리 동네에서 한다면 참여할 생각은 있죠”
(흥, 허탈하게 웃어줬지만 실은 나랑 똑같은 입장 아니냐)
“학생들이 공부는 안하고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어요 소고기 수입해도 안먹으면 되잖아요”
“수입되면 젤 먼저 먹을 사람이 학생이랑 군인이라든데”
“그럼 몽땅 수거해서 버리든가, 아니면 시한부생명인 사람들한테 먹이면 되죠”
(허걱, 다행히 주변 녀석들의 면박으로 일단 무마)
“지금 중요한 게 꼭 소고기만은 아닌데 사람들이 너무 거기에만 집중해 있는 점이 좀 안타까워요. ”
(워~ 나와 아이들의 경탄어린 눈빛)
“호오, 다른 중요한 거란 예를 들면?”
“의료보험 민영화나 수돗물 민영화 같은 문제들이요”
“의료보험 민영화를 어떻게 알게 되었지? 식코라는 영화 봤니?”
“아뇨 못봤어요. 그냥 인터넷을 통해서 ....”
“어제 누구한테 들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수출을 하려면 미국도 손해볼 수는 없으니까 우리가 소를 수입해야한대요. 그리고 이렇게 미국하고 관계가 안좋아지면 주한미군이 철수할지도 모르는데 그럼 우리나라는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대요.”
“음...자동차 수출을 위해선 광우병 소라도 수입해야한다는?”
“.................”
“과연 주한미군은 우리나라를 보호하기 위해서만 머무는 것일까?”
벌써 몇몇 녀석들의 고개가 가로저어진다.
녀석들의 이 다양한 생각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수업시간에 ‘암것도 몰라요, 암생각도 업써요, 걍 주어진 공부나 열심히 하면서 살래요. 셤에 나오는거나 알려주세요.........맹한 얼굴로 앉아있는 수동태의 아이들이라고 자꾸만 착각하지만 실은 ..........녀석들과 나의 차이란....김 한장!!
시대현실과 일상 앞에 얼얼하게 서있는 나와 아이들의 만감교차!
5일 목
드디어 창준과 촛불 광장에 한 발 내딛다.
그 넓은 8차선 도로에 차는 한 대도 없고, 촛불을 들고 서서히 행진하는 사람들, 도로를 꽉 메운 노래....
역사의 현장 속에 살아있는 듯한 울컥함!
미친 소는 이미 흘러가다 이명박 퇴진으로 만나는 현장.....
이 살아있는 현장을 내 주변의 아이들, 샘들, 지인들과 함께 할 수 없음은 왜일까.....
6일 금
창준 단번에 39도 7까지! 촛불광장의 열기?
엄마로서의 뿌듯함은 순식간에 미안함으로 ...... 그러나, 단단하게 크자꾸나!
언제나 그렇듯 너무나 올바른 그녀들!
앞에서 늘 결단을 망설이는 모호한 나..... 그러나, 이젠 자기 비하로는 빠지지 않음이 성장일지.....
그녀들의.....다름을 인정할 틈이 없음도 보인다.
그래서 여전히 불편하고 또 그래서 더욱 사랑스러운 친구들!
16일 월
예상치 않은 일꺼리가 주어질 때, 내 안에서 올라오는 이 '싫어'의 감정....
시험출제를 나누자는 명희 샘에게 여지없이 드러내보였다.
내 몸, 내 시간, 내 능력.........내것이 아님을 아직도 .......... 시간은 가는 것이고, 몸은 쓰라고 있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 ~~~문제야"라는 말이 너무도 쉽게 난무하는 교무실에서
홍샘의 태도는 단연 나의 귀감!
한 번도 그와 같은 태도로 아이들을 나무라거나 비난하신 적 없다.
오늘도 ........예의 그 지나가는 말투로 아이들과 샘의 핸드폰 사용 시간을 말씀하시면서
그저 요즘 아이들과 자신의 차이에 놀라실 뿐이다.
8일이 지나도 밧데리가 두 칸이나 남은 샘의 핸드폰과 매일매일 갈아도 모자르기만 한 아이들의 핸펀 밧데리....
거기엔 "요즘 애들 핸펀 없이는 못살구..... 절약이라곤 모르고....."등등의 어떤 판단도 없음이다!
17일(화)
바람아, 풀아,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만큼 작으냐....
김수영의 시가 절절한 순간이었다.
이마트에서 창준이 유모차에 걸려 크게 넘어지신 할머니....병원에 안가시겠다며 그냥 돌아서시는 할머니에게
내 연락처를 적어주면서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건
그 할머니의 안부보다.....혹시 나중에 더 귀찮은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이걸 핑계삼아 나한테 덤텡이를 씌우지 않을까 하는 불안!
쓸데없는 풍문을 너무 많이 들었다. 착한척, 현명한 척, 인간다운 척 하더니 김진희.....
찜찜한 저녁나절을 보내면서 나의 비루함과 약함과 소심함과 이기적임을 찬찬히 느껴본다.
여기 서 있는 나를 ..... 그리고, 다시 여기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전화가 올 때까지 할머니의 무사안위를 기도할 것!
29일 (일)
일주일째..... 창준이 열감기 - 기침 - 코막힘 으로 이어지는 감기 행진 속에서
나역시 목소리가 완전 잠겨서 말을 한 마디 할 수도 없고 목구멍이 송곳으로 콕콕 찌르는 듯 아팠다.
아픈 아이는 엄마에게는 칭칭 감겨들고 어설픈 엄마는 몸과 마음이 부대끼며 어쩔 줄 모른다.
힘들다고 울다가 내 양껏 도와주지 않는 남편에게 화를 내다가.... 미안해하다가....
이를 지켜보던 남편의 한마디
"너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모르는 것 같다.
니 맘 속에는 불평불만이 가득 차 있고, 창준이를 너의 스타일대로만 다루려고 한다.
몸이 힘들면 좀 울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창준이가 적응할 수 있게 해보던가
그게 아니면 화를 폭발시키지 말든가 해라"
누군가에게 충고를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새삼 절감했다.
그의 말이 맞을 지도 모른다. 아니 맞을 것이다. 한 발 떨어져서 바라보는 내 모습이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나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건 수긍과 변화가 아니라 울컥하는 반감과 이해받지 못하는 서글픔이다.
나는 나와 같이 쩔쩔 매면서 함께 고민하고 함께 아파하고 그럴 수 없음에 미안해하는 그런 남편을 원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한 발 떨어져서 나와 창준이를 바라보며 나의 행동을 코치한다.
그의 말이 정답일지라도 내 마음은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는 그의 방식대로 사랑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음이라고 아무리 되뇌어도 .........
이건 아무래도 감정의 문제인것 같다. 이성적으로 아무리 정리를 하고 그의 말을 받아들이자고 해도 안되는 뭔가가 있다.
힘든 나를 제발 알아달라고, 나를 좀 구해달라고 챙겨달라고 애원하는 나의 의존성......
그게 채워지지 않을 때 상대를 맘껏 미워하는 것으로라도 보상받고 싶어하는....
(내 잘못이 아니라 너때문이라는 합리화를 끊임없이 방패삼아)
그래, 나 이제 더이상 알아달라고 애걸복걸하지 않고 살아갈꺼다....하는 게 진심에서 우러난 결심이 아니라
더 그악스럽게 울어대는 어린 아기의 그것....관계를 파괴시키는 어리석음...그러나 멈춰지지 않는 .....
그에게 이러이러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그렇게해서채워나가고 해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이건 나의 상처를 치유하기위해 상대를 변화시키려는 불가능한 미션.....
여전히 나는 독립운동이 필요한 것인가? 고립무원..................!
나는 무엇이든 오롯하게 나의 이 두 팔로 안고 헤쳐나가야하는 것인가?
삶은 이토록 슬프고 외로운 것인가?
10월
10월 25일(토)
비오는 날 나가자는 창준이를 들쳐업고 무작정 택시를 탔다.
롯데백화점 놀이방에 던져 놓았는데
한 무리의 애들이 이미 지들끼리 희희락락 즐거워하고 있었다.
끼웃끼웃대며 '형아 뭐해요?' 찝적여보지만
대여섯살 되어보이는 녀석들은 창준이가 안보이기나 한 듯 응대를 안한다.
이리 찝적 저리 찝적...겉도는 창준이를 보다가 할 수 없이 내가 끼어들어 놀아줘도 봤지만
창준이의 관심은 형아들 뿐....흠~
점차로 풀죽은 채 혼자 빙빙 도는 녀석을 보고 있으니 만감교차!
앞으로 .........나는 이런 장면에 많이 익숙해져야하는구나.
녀석이 앞으로 세상과 대면하면서 겪을 어려움들 앞에서 나는 이렇게 멀찍이 지켜보며 아파해야겠구나...하는.
내자식도 지난 내 삶처럼 그러하겠지.....
때로는 왕따를 당할 수도 있고, 경쟁에 치여 밑바닥을 헤매기도 할 것이고,
숱하게 넘어지고 깨지고 바닥을 치면서 삶의 지혜를 찾아갈 터이지...
나는 그 앞에서 어떤 어미로 서 있을 것인가?
10월 27일 (월)
땡땡이치고 벗들을 만나러 간 겨울 낮
코끝이 찡한 바람, 노랗게 물들어가는 은행잎, 카페라떼처럼 부드러운 겨울 오후가 참 좋았다.
친구들과의 만남은
삶을 요리하는 진진한 레서피들을 배우는 소중한 시간!
그녀들의 통찰과 직관 앞에서 나는 언제나 어리버리한 웃음만 지을 뿐, 그러나 함께 늙어가는
이 벗들이 없다면 나 얼마나 외로울 것인가.
11월 5일 (수)
충격, 경악, 그리고............슬픔과 연민!
처음엔 그녀의 입장에서 그리고 차차로 그의 입장이 되어서 하룻밤 내내 휘둘거렸다.
사랑은 변할 수 있는 것
동시에 두 사람도 사랑할 수 있는 것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나?
그러나 막상 가까이 이런 일이 생기니 사랑이니, 부부관계니 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슴깊이 다가오는 말은
'신뢰'다.
남자건 여자건 한 번 사랑을 약속한 사람을 두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을 겪는다고해서 신뢰감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사람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결혼에 대해서 더 큰 통찰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기위해서는 진실해야하는 거구나.
순간 아프더라도, 순간 실망스럽더라도 진실해야하는 거구나. 정말로.......!!
진실해지기 위해서는 많이 노력해야하는 것도 나와 남편의 경우를 빌어 알겠다.
평소에 잘 닦고 기름치고 부드러워져 있어야 진실해질 수 있고 진실이 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해왔던 것처럼 남편에게 그러자고 우기고 비난하지 말고 그냥 내가 그러할 일이다.
하지만 ....친구야.....어떡하니....우리 충분히 슬퍼하고 지혜롭게 일어서자.
네 옆에 있는 거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 있겠니?
9일(일)
오랜만에 수현샘집에 도반들이랑 즐거운 수다를 나누러갔다.
명리를 배우며 세상의 이치를 다시 한 번 짚어보시는 샘과....현재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달으며.
남편, 내 생각대로 변화시켜 멋진 부부관계 창조하기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감사하며 받아들이며
내가 잡고 있는 그 하나를 빼면 그냥 설렁설렁 갈 수 있는 그런 관계임을 각!
어쩌면 그 하나마저도 알고보면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는 것이어라.
10일(월)
오늘부터 하늘과 땅과 사람에게 감사하는 백배 수련을 시작하다.
아니, 그냥 일백번 절하는 운동을 시작하다.
좋다! 정말로.......
그런 것이다. 어쩐지 나는 이 고비를 넘기위해 결혼했는지도 모르겠다.
첫댓글 세상에 대한 분노? 제가 그런 얘길 했던 가요??ㅋㅋ. 진짜 이젠 일년 단위가 아니라 하루 단위로 기억들이 삭제되나봐요. 드문드문. 암튼 신랑의 힘든 처지를 알고 이해하고 나니 맘이 많이 편해졌어요. 날이 선 말들이 둥글게 따뜻하게 퍼지니 집안도 평화롭구요...몸이 지치고 힘든건 여전하지만요. 일단 같은 편(?)해주는 거, 부부 사이에 무지 중요한 덕목 같아요. 일단은 평가하기 전에 편들어 주기...그리고 나서 참았다가 내 의견을 말하기...가끔은 내 말도 목구멍으로 꿀꺽하고 눈빛으로만 듣기.
크크크...들키셨어요~ 쌤이 절 좋아하는(?) 마음이요...그렇지않으면 썬이 그걸 알아채든 알아채지못하든 별 신경안쓰이셨을텐데말이죵..맞죠? 저 좋아하시는거? 딱걸리셨단말이죵.이런식으로 고백을 하시다니...쿄쿄~ 그래요.쌤말대로 그게 바로 모두의 마음인걸요. 잔인하고 이기적인 비교와 위안이 아니라면,...그냥 우리 마음 그대로 인정하고 "하~ 나 참!"하고 슬쩍 웃고 넘어가며 머리긁적긁적하는거죠뭐~ 그리고 나와 모두를 위해 '화이팅!'을 외치며 응원해주기.
그나저나...저는요..쌤들 돌아가시고나서...깜짝 놀랬어요. 얼굴도 화끈화끈.......
앞니 교정기 사이에 정말 커다란 새빨간 왕고춧가루!!!!!!
그것도 모르고 두 쌤들에게 주저없이 화알짝~ 화사한 미소를 날렸으니....워메~ 활짝 벌린 입속에 새~에빨간 정말 새빨간 왕고춧가루! 아이~ 나 참! 저를 자기관리 철저하고 빈틈없는 깔끔쟁이로 아셨을텐데...이런 '편안한' 모습을 보여드렸으니...저에대한 두 쌤들의 사랑이 더해지겠군요..
즐기세요~! 우울하실때 생각해주세요! 왕고춧가루! 즐육! 즐학!(즐거운 학교생활이란뜻이예요.제가 만들었어요.쿄쿄!^^) 즐생!(즐거운 인생이란뜻이예요.이것도 제가 만들었어요!) 그리고 러브!!!! 아자!
우리들의 행복했던 세시간~ 그런데...감질맛 나요~ 언제 또 모여 도란도란 수다떨수있을까요? 손꼽아기다려요~
정말 그랬어? 나에겐 그 왕고춧가루가 왜 안 보였을까??거 참, 이상하구먼. 암튼 자기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래도 괜찮아. 편하게 해림에게 젖을 물리는 엄마 썬이 너무 이뻐보여서 고춧가루 까짓 것 뭐...눈에 안 들어왔나부지..정말이야. 이렇게 길게 고백하지 않아도 괜찮아...암튼 오늘은 스승의 날이라는데 아무 느낌 없고, 학교는 정상 수업...너무 조용함. 오늘 단식을 해야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나의 육체의 나약함이 그걸 허락하지 않기에...눈 감는다우. 오늘 날씨가 참 좋다. 산책하면 좋겠어~
아니, 도담맘~머 이런 댓글 도배를 다 하시고...ㅋㅋ 난 또 어떤 선전도배인가 깜딱 놀랬지머야....ㅎㅎ 암튼, 그 날 생각이 많아서 일기를 쓰다가.... 시간이 딸려서 일단중지 해놓구 이제사 들어왔는데... 두 사람의 관심에 잠시 화들짝~ 하지만 이래저래 깊어만 가는 우리사이! 볼꺼못볼꺼 다 공유하는 우리사이! 완전 소중하지 모야....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