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범을 서로 싸우게 하는 계책
하루는 조조가 막료의 장수들을 모아놓고 술을 마신다.
그 자리에서 우연히 유비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자도 어느틈에 서주태수가 되었으나 들리는 말엔 여포를 소패에 두고 있다는군.
여포의 용맹과 유비의 덕망이 합친것은 아무래도 장래의 두통거리, 무슨 좋은 계책이 없을까?”하고 조조가 말하자,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저에게 정병 오만을 주십시오. 여포의 목과 현덕의 목을 말안장 양쪽에 매달고 돌아오겠습니다.”하고 허저가 말했다.
그러자 누가 피식 웃었다.
“하하하. 술단지인 줄 아는 모양이지!” 순옥이다.
웃는 입술에 술잔을 가져가며 모사다운 가느다란 눈으로 허저를 바라보았다.
순옥에게핀찬을 맞고 허저는 입을 다물었다.
그는 자신이 아직 지자의 사이에 끼여서는 한낱 야인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알될까요? 저의 게책은?”
“계책도 아무것도 아닐세. 용기를 입밖에 내어 말했을 뿐이지. 현덕, 여포 같은 적에게 그런 천박한 관찰로 맞선다는 건 위험천만일세.”
조조는 얼굴을 돌려 “순옥-. 그럼 그대의 생각을 듣기로 하세나. 무슨 명안이라도 있단 말인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순옥은 자세를 바로했다.
“지금의 형세로 볼때 당분간 저는 부전론자입니다. 왜냐하면 천도 후, 궁문 기타 외양은 겨우 정돈이 되었으나 건축, 병비시설등에 막대한 비용을 쓰고난 직후이기 때문입니다.”
“음... ... 그래서.”
“그러므로 현덕과 여포에 대해서는 어디까지나 외교적인 수완으로써, 그들을 자멸케 하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합니다.”
“그들과 거짓 교유를 맺으라는 것인가?”
“그런 상투 수단으로선 도리어 현덕편을 유리하게 만들 염려가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것은 이호경식지계라는 계책입니다.”
“이호경식 지계라니?”
“이를테면 여기 두 마리의 맹호가 각각 달을 보고 포호하며 풍운을 기다리고 있다 합시다. 두 마리 다 굶주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 맛나는 먹이를 던져 주어 보십시오. 두 마리의 맹호는 곧 본성을 드러내어 서로 물고 뜯고 싸울 것입니다. 반드시 한 마리는 쓰러지고 한 마리는 이겼다 하더라도 만신창이가 됩니다. 이렇게 해서 두 마리의 가죽을 얻는다는 것은 극히 용이한 일이 되지 않겠습니까?”
“음.”
“현덕이 지금 서주를 차지하고 있으나 아직 정식 조서로써 책봉된 것은 아닙니다. 그섯을 먹이로 하여 그에게 칙서를 보내고 아울러 밀지를 덧붙여 여포를 죽이라 명령합니다.”
“음, 과연... ...”
“그것이 현덕의 손에 의해 성취된다면 그는 자신의 손으로 자기의 한 팔을 절단한 것이되고 만일 실패하면 여포는 대노하여, 반드시 현덕을 살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조조의 속마음은 정해졌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후, 황제의 칙서를 가진 칙사가 서주를 향해 떠났다.
칙사를 맞은 유현덕은 자를 별실에서 쉬게 한 다음, 조용히 자기 각으로 돌아왔다.
“무엇일까?”
현덕은 사자로부터 받은 조조의 사서를 펴 보았다.
“... ... 여포를?”
그는 눈이 둥그래졌다.
몇 번이고 되풀이 해서 읽고 있으려니까 뒤에서 있던 장비와 관우 두 사람이, “조조가 무슨말을 해 보내왔습니까?”하고 물었다.
“이걸 좀 보게.”
“여포를 죽이라는 밀령이군요.”
“그래.”
“여포는 만용이 있을뿐 원래 의리도 없는 인간인만큼 조조의 명령을 기회삼아, 차제에 죽여버리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아니야, 그는 의지할 곳이 없어 내품에 날아든 궁조와 같다. 그를 죽인다는 것은, 기리는 새의 목을 비트는거나 같지. 이 현덕이야말로 의리없는 인간이란 말을 들을 걸세.”
“허지만 불의의 인간을 살려 두었댔자 신통한 일은 없습니다. 나라에 미치는 해는 누가 책임을 집니까?”
장비는 어디까지나 여포를 없애버리자고 주장했지만, 현덕은 응하지 않았다. 그
러자, 다음날 그 여포가 소패로부터 나와 등성했다.
여포는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그날 다만 유비에게 칙사가 있어 정식으로 서주목의 인수를 배수했다는 말을 듣고 축사를 하고자 현덕을 만나러 왔던 것이다.
현덕과 이야기한 다음에 물러나와 길다란 복도를 유유히 걸어가고 있는데, “섯거라. 여포!”하고 숨어 기다리던 장비가 그 앞으로 뛰어 나오며, “네 목을 내놓아라”하며 대검을 빼어들고 여포의 몸을 두동강이가 나라고 후려쳤다.
“앗!”
여포의 발은 복도 바닥을 찼다.
칠척 거구가 가벼게 위로 뛰었다.
“네놈은 장비.”
“보면 알 일이다.”
“무슨 일로 나를 죽이려드느냐?”
“천하의 해물을 제거하는 거다.”
“어째서 내가 천하의 해물인가?”
“의를 모르고 절조도 없고 이반을 다반사같이 하는 주제에 되먹지 않은 무력만 가진놈. 장차 국가에 해를 끼칠 놈이니 죽어라하고 가형 현덕공에게 조조로부터 부탁이 와있다.
그렇지 않아도 평소에 나는 너만 보면 오만불손한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터다. 각오를 해라.”
두 번째의 칼이 허공을 쳤다.
빗나갔다.
누군지 뒤에서 장비의 팔굽을 눌러 끌어 안았기 때문이었다.
“누구냐! 방해하지 말라!”
“진정하지 못할까! 어리석게스리.”
“앗! 형님이요?”
현덕은 소리를 높여, “누가 언제, 너에게 여포공을 죽이라고 말했더냐.
여공은 이 현덕에게 있어서 소중한 손님이다.
우리집 손님에 대해서 칼을 쓴다는 것은 현덕에 대해서 창을 겨누는 것과 다름이 없는것을 모르느냐.” 하고 꾸짖었다.
“체! 이따위 심정 사나운 식객을 형님도 도대체 무슨 약점이 있어 그렇게까지 소중히 하는건지 속셈을 모르겠단 말이요.”
“닥쳐라, 무례한 짓 그만하고.”
“원... ... 제기랄.”
장비는 옆에 침을 탁 뱉았다.
그러나 불평이 가득하면서도 마침내 발소리도 요란하게 돌아가고 말았다.
“용서해 주십시오. ... ... 보시다시피 철이없는 놈입니다.마치 어린아이와 같이 단순한 사나이니까요.”
장비의 잘못을 사과하면서 현덕은 또 한번 자기방으로 여포를 맞아들여, “지금 장비가말한 가운데 조조로부터 귀공을 없애라고 밀명이 온것은 사실. 그러나 나에겐 그런 의사가 없고 또 불필요한 일을 굳이 귀공의 귀에 들려주는 것도 좋지 않아 묵살해 버렸던 것입니다. 귀에 들어간 이상에는 분명히 해둡시다.” 하고 조조로부터 배노온 밀서를 여포에게 보여주고, 의심을 풀었다.
여포도 그의 성의앞에 감격한 듯, “잘 알았습니다. 짐작하건데 조조는 귀공과 나 사이를 이간시키려고 수작을 부렸는가 봅니다.”
“그렇습니다.”
“여포를 믿어주십시오. 맹세코 여포는 불의를 하지 않겠습니다.”
여포는 도리어 감격하여 돌아갔다.
그 모양을 몰래 옆듣고 있던 조조의 사자는, “실패다. 이래선, 이호경식의 계책도 아무 소용없게 되었다.”하고 쓴맛을 다섰다.
현덕은 다음날 칙사가 머물고 있는 역관으로 답례차 나와서는, “여포에 대한 비밀은, 다급히 할순 없습니다. 언젠가 기회를 봐서... ...” 하고 자세한 것은 서면에 적어서 사은의 표와 함께 사자에게 기탁했다.
사자는 허도에 돌아왔다.
그리고 들은 그대로를 복명했다.
조조는 순옥을 불러,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과연 현덕이 이쪽 계책에 호락 호락 넘어가지 않는데.”
“그럼 제 이단계의 계책을 써 보십시오.”
“어떻게 하는가... ...”
“원술에게 사람을 보내어 이렇게 말합시다. 현덕이 요즘 천자에게 주청하여 남양을 공략하려 한다고.”
“음!”
“현덕에게도 재차 칙사를 보내어. 원술이 조정에 대해서 칙명을 어긴 죄가 있은즉 곧, 군사를 보내어 남양을 토벌하라 명령하는 겁니다. 고지식한 현덕은 천자의 명령이라면 거절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표범을 시켜서 범에 덤비도록 하고 범의 집을 비우게 하는 겁니다. 범집의 먹이를 노리는 이리가 누구인지 곧 짐작이 갈게 아닙니까.”
“여포 말인가? 따는 그래. 그 자에게 이리와 같은 성격이 있지.”
“구호탄랑의 계책입니다.”
“이 계책은 빗나가진 않으렸다.”
남양으로 파발말이 달렸다.
한편, 그보다도 더 급하게 두 번째의 책사가 서주성으로 칙명을 전달했다.
현덕은 성을 나와 맞고 칙서를 받은 후, 제신을 모아 상의했다.
“또, 조조의 책략입니다. 결코 그 계책에 빠져선 안됩니다.” 미축은 이렇게 충고 했다.
현덕은 깊이 생각호 있다가 “설사 계책일망 정 칙명이라면 위배해선 안되지. 곧 남양으로 진군하자.”하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