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 정지인 옮김 / 곰출판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Why Fish don’t Exist(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
이 책은 문장을 헛되이 쓰지 않는다 문장은 은유와 복선으로 가득하다
5장 유리단지에 담긴 기원
삽화를 보면 물고기의 몸을 가진 데이비드의 머리가 유리병 속에 가라앉아 이름표를 붙이고 있다. 이 삽화를 보면 저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미리 짐작할 수 있다
저자는 서두에 철학에서는 이름을 얻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사상이 있다고 말하며, 누군가가 그것들의 이름을 만들어낼 때 비로소 존재하기 시작한다 고 하였다.
사실 우리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고 지금도 그런 생각으로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 아닌가 싶다.
예) 김춘수의 <꽃> 이라는 시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같은 시가 있고
또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훈민정음(이름 붙이기 또는 질서)을 두고 우리가 알고 있는 백성을 구함이 아닌 어떤 사람은 우매한 백성들을 통제하기 위해서였다..라고 (백성을 구할 목적과 통제할 목적)어떤 게 맞을까요?
하지만 메릭스라는 사람은 만물의 존재에 관해 의심을 품고 의자처럼 구체적으로 보이는 것들조차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가 만물에 붙인 이름들은 잘못된 것들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저자는 메릭스의 말귀를 알아들었다. 우리도 그렇다. 그런가?
이 세계에는 실재인 것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이름을 붙여주지 않아도 실재인 것들이. 어떤 분류학자가 어떤 물고기 위로 걸어가다가 그 물고기를 집어 들고 “물고기”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 물고기가 신경이나 쓰겠는가. 이름이 있든 없든 물고기는 여전히 물고기인데....
맞지? 맞겠지? 라고 말하며(함께 논의하고 싶은 문제)
(사실 이 문장이 이 책의 핵심일지도 모른다.)
데이비드가 자신의 이름으로 붙인 물고기에 대한 저자의 은유를 몇 개 살펴보면
97쪽. 목에 신분증을 걸고 있는 정부 소속 분류학
99쪽. 탁월한 사냥꾼 데이비드의 이름을 가진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 끝에 <고요한 오싹함이 나를 덮친다. > 마치 데이비드가 저자를 덮치듯이
데이비드는 왜 하필 이 생물이 자신을 반영한다고 느꼈을까? 이 선택에 일종의 고백이 담겨 있는 것일까? 라며 능숙하게 사람들의 마음과 일자리와 각종 상을 얻어냈던 친절한 남자의 밑바닥에 도사리고 있는 어떤 어두운 면에 대한 고백일까? 라며 저자는 여기서 데이비드에 대한 신뢰를 부정하고 있다.
혼돈과 전쟁을 치르는 동안 우주가 그에게 빼앗아간 것은 아내나 동료 등 많은 것을 잃었다. 하지만 혼돈이 공격해 올 때면 그럴수록 그는 더욱더 강한 힘으로 그는 특유의 방식으로 대응했다. 미지의 생물에게 자신의 깃발을 꽂기 위해 그는 유리단지 속에 이름표를 펀치로 새기고, 그 이름표를 유리단지 속 표본 곁에 담그고 뚜껑을 닫았다. 그가 질서 속으로 끌어다놓은 혼돈의 양이 거의 건물 두 층 높이로 올라갈 때까지
이런 말을 함으로써 질서 또는 욕망에 대한 가치의 부정을 얘기하고자 한다
6. 박살(지진)
에탄올이 올 때까지 “낮이나 밤이나 호스로 물을 뿌려, 낮이나 밤이나.”
자신이 세운 질서(건물 두 층의 높이)가 무너지는 순간 어떤 마음이었을까 사실 짐작하기 힘들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바늘을 집어 들었다. 데이비드의 망해버린 사명을 계속밀고 나아가는 일을 정당화하고 싶은 절박함이 필요한 만큼
저자는 곱슬머리 남자에게 그렇게 세상을 잃은 것처럼 절박했던 것일까
7. 파괴되지 않는 것
데이비드는 갈수록 더욱더 자신의 아버지와 비슷한 소리를 했다. 인간이 살아가는 방법은 매번 숨 쉴 때마다 자신의 무의미성을 받아들이는 것이며, 거기서 자기만의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이다. 혼돈이 주는 냉기를 떨쳐버리는 한 가지 방법, 생명에 대한 이런 시각에는 어떤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 라는 것이다. 아버지가 저자에게 늘 하던 말.
사람이 계속 나아갈 의지를 어디서 찾았을까에 대한 데이비드에게 찾으려던 답을 저자는 오히려 친구에게서 찾는다. 카프카의 <파괴되지 않는 것>에 대한 개념이다. 그 개념은 낙관적인것이나 긍정적인 것으로 생각하게 해주지 않고, 비현실적인 목표를 향해 밀고 나아가는 것이 미친 짓인가 하는 질문에 답하지 않아도 된다고 허락해주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라고.
그것은 바보(낭만주의자들, 현실감각이 안개처럼 흐려진 사람들 등)들이 겪는 고통처럼 보였다. 라고 말하며 데이비드는 이와는 정반대의 일 안개를 닦아서 없애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저자는 그 바보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저자는 마침내 데이비드의 꼬투리를 잡았다. 문명의 형태를 만든 것은 사람의 의지다. 라는 어느 책에서의 문장. 이것은 그가 자신에게 결코 하지 않겠다는 그런 종류의 거짓말, 사악함으로 이끌어가는 것이라고 경고했던 거짓말. 곧 생명의 장엄함을 무시하는 말.
8. 기만에 대하여
기만이라는 말, 그렇게 나쁜 말인가? 기만이라는 개념에 대한 변용?
9. 세상에서 가장 쓴 것
제인의 불가사의한 죽음, 죽음의 진실은 무엇인가
스트리크닌 독극물-제인의 장기에서 발견된 그리고 데이비드가 가장 성가신 물고기를 잡을 때 사용했던 독이 같았다는 것
데이비드는 제인의 죽음을 자연사라 규정하고 진저브레드니 과식이니 심부전이니 히스테리 같은 병명을 만들어 제인의 죽음의 원인을 뒤집어 놓는다.
저자가 말하고자 함은 성가신 물고기 잡기이다. 물고기든 사람이든 성가신 것을 잡는 법이라고 해야할까
저자는 데이비드에 대한 괴상한 애착과, 그가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줄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고 계속 그에게서 존경할 만한 것들을 찾아내려 한다 가령 보잘 것 없는 꽃들에 대한 몰두, 강철 같은 근성, 불운이 닥쳐와도 주저앉기를 거부하던 그 투지 등등 그에게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에 대한 신념을 버리지 못하는 자신이 갈수록 함정에 빠짐을 알면서도.
10. 진정한 공포의 시간(오만)
데이비드는 노후에 새로운 취미를 찾아냈다. 바로 우생학이다. 그는 퇴화(멍게)의 개념이나 쇠퇴(아오스타마을)라는 개념을 혐오했다.
우생학은 프랜시스 골턴(다윈의 고종사촌)이라는 영국의 과학자가 만든 단어다. 종의 기원을 읽고 자연선택의 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자마자 인류의 지배자 인종을 선별할 수 있도록 그 힘을 조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요컨대 가난, 범죄, 문맹, 정신박약, 방탕함 등을 혈통과 관련된 것이라고 잘못알고 있는 특징들을 고배함으로써 말이다. 그는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의 집단을 말살시키는 이 기술을 우생학이라고 불렀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골턴의 생각을 무시하고 넘겼지만 데이비드는 가장 앞장서서 가장 큰소리로 옹호한 소수 무리 중 하나였다. 우생학을 지지하는 논문을 발표하고, 책을 연달아 냈다.
우생학자들은 우월한 유전자가 흘러넘치도록 엘리트들에게 더 많은 아기를 낳도록 돈을 지급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어떤 자들은 상류층이 여러 배우자를 갖는 걸 합법화하는 방법은 제안했고, 그보다 데이비드는 부적합해 보이는 사람들의 생식기를 잘라내는 것으로, 청중들에게 백치들은 모두 자기 핏줄의 마지막 세대가 되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이후 미국 전역의 뒷골목에서 불임화 수술이 은밀히 행해지고, 때로는 처형까지 자행되었다. (10년 후 독일에서 히틀러가 최초의 강제 불임화법을 통과시킴.)
그러나 매우 큰 목소리로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변호사협회나 가톨릭교회 등등 생명의 신성함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여기에 과학적 이견도 점점 쌓여갔다. 우생학자들이 불임화로써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여러 특징들에서는 그 사람이 처한 환경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지적 했다.
무엇보다 이견의 핵심은 종의 기원에 있었다. 다윈은 한 종을 강력하게 만들고, 그 종이 미래까지 지속하게 해주며, 혼돈이 홍수, 가뭄 등으로 가장 강력한 형태의 타격을 가해올 때도 그 종이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변이로 뽑았다. 행동과 신체의 특징에 변화를 일으키는 유전자에 생긴 변이 말이다.
동일성은 사형선고와 같다. 한 종에서 돌연변이와 특이한 존재들을 모두 제거하는 것은 그 종이 자연의 힘에 취약하게 노출되도록 만들어 위험을 초래한다. 다윈의 종의 기원의 거의 모든 장에서 변이의 힘을 칭송한다. 그는 다양성이 있는 유전자 풀이 얼마나 건강하고 강력한지, 서로 다른 유형 개체 간의 이종교배가 그 자손에게 얼마나 큰 활력과 번식력을 만들어주는지...골턴과 데이비드는 그 결정적인 사실을 흘려버린 것이다.
- 저자는 장르를 넘나드는 형식으로 이 책을 썼다. 무어라 이름 지을 수 없는 그런 형식? 이것은 형식파괴의 방식으로 이름 짓기에 대한 거부반응이 아닐까?
이 책은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물고기라고 명명했지만 사실 물고기가 아닌 다른 것이어도 상관이 없는 게 아닌가. 그것이 무엇이 됐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 질서? 욕망? 희망? 헛됨? 인생? 그런 것에 대한 담론이 아닐까
(the reason) why fish don’t exist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를 함께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물고기는 이 책에서 끊임없이 미끄러진다. 찾으려할수록 빠져나가는 도망가는 물고기 찾기 마치 곱슬머리 남자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첫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만든 물고기의 세계가 망한 세계라는 것? 그래서 저자가 그에게 찾으려는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그 희망까지 헛됨으로 만드는
둘째, 인생의 의미 없음(열역학 제2법칙)? 혼돈만이 우리의 유일한 지배자(아버지)
셋째, 트랜턴 메릭스의 말처럼 “의자” 같은 구체적으로 보이는 것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입자위에 앉아있다고 하는 그런 어떤 것?
넷째, fish라는 언어처럼 물고기에게 각각의 이름을 붙여 질서 속으로 불러낸다하여도 물고기는 그 자체이지 내가 말하는 물고기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