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史記 35회》
☆여불위의 불행한 최후☆
여불위는 임금에게 하직인사도 하지 못하고 황급히 하남으로 떠났습니다.
머뭇거리다가는 무슨 날벼락을 맞을지 불안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임금 영정은 여기저기서 많은 정보를 수집하여 여불위와 자기 어머니 조태후와의 관계를 속속들이 알고 있었습니다.
조나라 한단에서 살림을 차렸던 일과 조태후를 자기 아버지 자초에게 넘겨준 일이며 노애를 환관으로 속여 조태후에게 보낸 일 등 모든 것이 여불위가 한 일이라는 것을 파악한 것이지요.
아무리 여불위가 자기 아버지를 왕으로 만들어 주고 또 자기의 오늘이 있게한 공(功)이 크다고는 하지만, 이것은 인간으로써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죄상이라고 판단하고 여불위를 죽여야겠다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그런 찰라에 사건이 터졌습니다.
옹성에서 풀려나 함양의 감천궁으로 옮겨온 조태후는 하남에 있는 여불위에게 연서(戀書)를 띄운 사건입니다.
처음에는 "나 때문에 고생을 하게 해서 미안하다는 정도의 인사치례였으나, 설을 앞두고는 설빔으로 비단옷 한벌과 함께 놀라운 편지 한통을 끼워서 보냈던 것입니다.
"옛날에 내가 당신을 배반하고 자초에게 간 것은 실수였소. 그대로 눌러 살았으면 이런 수모는 당하지 않을텐데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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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세상으로 가기 전에 사죄나 드리고 싶소." 이런 편지였습니다.
이런 일이 있고난 후에 함양 거리에는 "태후와 여승상(여불위)이 옛정을 잊지 못해 안달이 났다더라." 심지어는 "서로 만나 정을 통했다더라." 등 아니면 말고식의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난무하였습니다.
일이 이렇게 되고보니, 영정은 힘들이지 않고 여불위를 죽일 수 있는 꼬투리를 잡은 것입니다.
이 소문은 임금 영정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또 하나 하남 여불위 집에는 전 부터 그의 식객으로 있던 많은 사람들이 자주 출입한다는 소문이 들렸으며 이는 다시 승상으로 컴백하려는 음모를 꾸미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는 첩보 보고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비서실장인 이사(李斯)와 의논하여 죽이려 하였으나, 이사의 만류로 차마 죽이지는 못하고 하남을 떠나 척박한 오지인 촉(蜀)땅으로 가라는 명을 내렸습니다.
명을 받은 여불위는 "아! 이는 나에게 스스로 죽으라는 것이로구나."
여불위는 입술을 지긋이 깨물며 "일개 장사꾼으로서 사람 장사를 하여 임금을 만들고 왕비를 만들었으며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는 승상의 자리에 까지 올라보았으니, 괜찮은 인생살이였다."라고 중얼거리며 미리 준비해 둔 독배(毒盃)를 홀짝 둘러 마셨습니다. 원 샷! 이었습니다.
이로써 희대(稀代)의 킹메이커 여불위는 50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