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는 술이 아니여! - 금주 일지 60일(2022.11.12.)
오늘은 ’품질자치주민자치(품자주자) 시민들’ 모임에서 문학기행을 하는 날이다.
<토지>(박경리)의 무대인 하동의 최참판댁과 <역마>(김동인)의 무대인 화개장터가 목적지이다. 이미 난 여러 번에 걸쳐 기행한 바가 있지만 작품과 기행지를 추천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문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작품에 대한 해설을 통해 참가자들에게 문학기행의 참맛을 알게 해 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따라 함께 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모임의 공동대표로서도 피할 수 없기도 했지만.
아침 일찍 롯데마트 주차장에 모여 참가자들을 확인한 후 출발하였다.
차안이 정돈되자 준비한 기행자료들을 나눠준 후 <토지>와 <역마>에 대한 작품 해설을 시작하였다. 약 70분 동안에 걸쳐 해설사로부터 듣기 어려운 내용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렸다.
참가자들이 자료를 읽는데 직접 참여하도록 해서 지루하지 않도록 배려하였다. 설명을 마친 후 나중에 최참판댁을 둘러보면서 ‘아는 만큼 보인다’며 쉽게 잘 설명해 주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여러분으로부터 들었다. 또 몇몇 분들은 우리 문학기행을 격조있게 만들어 준 수준 높은 해설이요 인문학 강좌였다며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하여튼 칭찬의 말이 싫지 않았다.
이윽고 최참판댁을 둘러 본 후 그 아래에 있는 국밥집에 점심을 위해 자리하였다. 미리 예약해 준 터라 바로 식사가 준비되었다. 생각보다 부실하였으나 그래도 약간 시간이 기운 점심인지라 달게 먹었다. 죽 늘어선 식탁 위엔 막걸리병이 놓여 있었다. 내가 자리한 곳은 비주류들이 자리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당당하게 비주류석에 앉는 것이 익숙하지 않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앉아있으려니 옆 식탁의 지인이 큰 소리로 말을 건넨다.
“아니, 이계양 대표님은 왜 비주류석에 앉아 계신 거여?”
옆자리 지인이 선뜻 말을 받아 말한다.
“이계양 대표님은 1년 술을 끊었다요”
“그래요! 근디 막걸리는 술이 아니여! 곡차랑께. 그랑께 한 잔 하시죠. 잉~”
내가 서둘러 입막음을 한다.
“제가 한 잔 따를게요. 어서 잔 비우세요. 제 술을 내년 9월 13일까지 애껴 둘라요.”
이렇게 술잔을 피하면서 화개장터로 이동하여 장구경을 한다.
<역마>의 무대인 화개장터가 이젠 상설시장이 된 지 오래되었다. 이젠 관광객들이 무시로 들락거리는 장터가 되었다. 풍성한 먹거리 중에도 내 눈길을 끄는 곳은 우무래도 ‘옥화네’주막이다. ‘옥화네’ 술집의 주인도 <역마>의 ‘옥화네’주막을 알고 술집을 운영하지 모르겠다. 우리 기행 참가자들만 내 설명을 들은 후인지라 “여그가 그 ‘옥화네 주막’잉갑구만”하면서 지날 뿐이다.
나도 예전 같으면 ‘옥화네’ 주막에서 시늉으로라도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며 성기와 계연의 사랑을 추억해 봄직하련만 금주 중이어서 그냥 눈요기만 할 뿐이다.
오늘 막걸리인지 곡차인지 모르지만 곁에 두고도 곁눈질하지 않고 2개월을 꼬박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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