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작>
골동상점의 하루 외 2편
안정윤
황토 내음 푸근한 골동상점 차실 안
스스로 멈춘 시간을 벽시계는 가리키고
나이를 까맣게 잊은 시인들이 모여 있다
장작불과 뙤약볕이 알맞게 삶아낸
영계백숙 한 사발과 복숭아 밀향 한 접시
망각을 꿈꾸어 왔던 시간들이 새롭다
아버지의 숨소리
지극정성 손길로 마른자리 갈아주고
고운 옷 갈아입혀 휠체어에 태웠네
어딘지 모르는 길도 함께하던 아내 사랑.
이저승의 경계에서 그 손 놓아버리고
그 이름과 모습을 기억조차 못하시네
자식들 아픈 가슴에 화석으로 박힌 당신.
아는 듯 모르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한평생의 회한을 무성영화로 바꿔 놓고
아버지, 꿈일까 생시일까 숨소리가 가볍네.
빛의 예감
작약꽃 피고 지며 봄날은 다 가는데
내게 보내셨단 시의 전령 아니 오니
잠들기 무서운 밤에 펜대를 잡고 있네
가슴속을 맴돌기만 하는 엉성한 문장들
도착 늦어지는 환한 빛의 예감이
살며시 펜대를 타고 내리기를 고대하네
<당선소감>
도반의 손 잡고 얼떨결에 들어선 시조의 길
안정윤
아주대학교 대학원 유아교육 전공
화윤선차회 차예절 지도사.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
2023년 하얀 계절 끝자락에 청룡의 기운 담고 날아든 《시조미학》 의 신인작품상 당선 소식! 시조시인 등단… 그 기다림은 짧지만 긴 시간이었습니다. 기다림의 시간은 자신을 냉철함으로 자세하게 들 여다보게 하였고 자만하지 않도록 경종을 울려 주었습니다.
20여 년간 茶人의 길을 이끌어 주신 스승님과 나와는 비교조차 불 가한 필력의 소유자인 도반의 손을 잡고 얼떨결에 들어선 시조의 길! 그렇게 저는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아우라 가득하여 긴 세월 그저 곁에서 바라보기만 하던 시조시인 백이운 스승님의 글 제자가 되었 습니다.
때론 강하게 채찍질하시고 때론 자애로움으로 잠재된 내 안의 가 능성을 퍼 올려 주시며 용기 내어 표현하도록 감로수 가득 부어 주 시는 스승님 덕분에 한발 한발 내디딜 수 있었습니다.
삶의 한올 한올을 아름다운 깨달음으로 수놓아 지워지지 않을 기 록으로 남기도록 하는 마법을 익혀가며 바쁜 일상을 행복 속에 담아 가고 있습니다. 세상의 어느 것도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부족 함 투성이인 저에게 시조시인이라는 이름을 더할 수 있도록 뽑아주 신 심사위원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