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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의해 결정되는 현상이다. 하지만 사회 구성원들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읽는 책은 당시의 시대 상황을 반영하기도 한다. 이른바 많은 사람들이 구입하여 읽는 베스트셀러가 등장하고, 그러한 현상을 통해서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취향이나 사회의 분위기를 읽어내기도 한다. 이 책은 대한민국의 독서에 대한 역사를 정리하겠다는 의미로, 해방 이후 다양한 자료들을 통하여 당시 유행했던 책들을 2000년대까지 시대순으로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사람들에게 읽혔던 책들의 제목을 확인할 수 있었고, 출판의 흐름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주로 당대의 베스트셀러 중심으로 ‘독서사’를 서술하고자 하는데, 과연 당대의 많이 팔린 책들의 흐름을 통해 한 국가의 ‘독서사’를 서술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오히려 출판의 흐름 혹은 출판의 경향을 통해서 시대적 의미를 점검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자들도 지적하고 있듯이, 독서란 지극히 사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내 경우를 예로 들면, 이른바 베스트셀러로 올라 있는 책들은 그 내용을 검증하기 이전에는 가능하면 사지 않는다. 어쩌면 내가 즐겨 읽는 책의 주제나 독서 취향이 분명하기 때문에,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베스트셀러들은 나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저자들이 말하는 ‘독서사’에서 나 같은 사람들은 비껴나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책의 제목에 ‘독서사’라는 표현이 붙은 것에 대해서, 크게 공감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루어진 내용들은 어쩌면 우리 현대사의 흐름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공력이 들어갔다는 것만큼은 인정할 수 있을 듯하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에 의해 얼마든지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겠으나, 그동안 출간되었던 책들을 통해서 그 시대적 의미를 짚어내는 저자의 시도는 높이 평가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이 책에서는 한때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가 사라진 수많은 책들과 출간 이래 꾸준히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읽히는 스테디셀러에 대해서도 그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내 경우 최인훈의 <광장>은 대학 신입생 시절 접한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이유로 10번을 넘게 읽기도 했다. 때로는 학생들에게 과제로 부여해서 읽히기도 하고,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책이다. <장길산>이나 <토지> 등도 좋아하는 작품이지만, 거질의 장편이기에 다시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간혹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방학을 이용해서 대하소설에 도전해 보도록 권하고 있지만, 대체로 내 얘기는 그저 권고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미 영상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들은 책 읽기보다는 영상을 통해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뉴스에서 자주 보도되는 내용 가운데 하나는 사람들이 책을 잘 읽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도, 몇 년 사이에 즐겨 다니던 서점들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문을 닫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동네서점에서 책을 구입하기보다는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또한 출간된 책의 유통 수명도 점점 짧아지고 있으며, 잘 팔리지 않을 것 같은 주제의 책들은 출간의 기회를 갖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무작정 책을 읽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만, 문화의 다양성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서 그동안 출간되었던 책들의 ‘과거’의 역사를 더듬어볼 수 있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오히려 책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어쨌든 해방 이후 출간된 책들과 그들이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을 통해 당대의 문화사를 짚어본다는 의미에서 나 역시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 또 하나는 내 개인의 독서사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며, 내가 즐겨 읽는 책의 주제와 독서 취향을 떠올려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여전히 미리 구입을 하고 나중에 읽겠다고 서가에 꽂혀있는 책들이 적지 않은데, 이들이 내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보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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