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고 앉아,
오늘 하루도 서로 평화롭게, 스스로 서게, 고요한 기쁨이 충만하게 되기를 기원한다.
아내는 직장으로 떠나고, 아들은 도서관으로 나갔다. 이젠 빈집에 나 홀로 남아 ...
무천님의 대금이 ‘귀소(歸巢)₁’로 분위기를 잡아간다. 하하, 부질없는 욕심 내려놓고 본래의 자리로 갈 때가 가까워 오니 서두르라고 일깨워 준다. 이어진 자작곡 ‘새벽 산사’에서는 새벽을 여는 산사의 목탁소리가 어둠을 두드리고 있다. 내 속의 뽀얀 안개가 여명으로 동터온다. 명상여행을 떠난다. 훌훌 다 벗어 놓고 영혼의 너울춤을 춘다. 몸도 생각도 사라지고 호흡만이 들락거린다.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나그네일까?
무얼 하러 와서 무얼 챙겨 가려하나? 여름 비바람에 검은 구름들이 몰려가듯 잡념들이 소용돌이치더니, 반쯤 뜬 허공에 제트기가 흔적을 남기듯, 실바람 하나가 뜬금없는 의문 하나를 던지고 사라진다.
“왜 사람들은 스포츠를 좋아하는 거지?” “골인, 골인” 열광하는 관중도 보인다.
마라토너처럼 몸으로 골인 하든지, 축구처럼 공을 차 넣든지, 양궁처럼 화살을 꽂아 넣든지, 가는 길에 장애물을 쓰러뜨리는 태권도나 권투도 보인다. 누구든 목표점에 도달하면 승리를 하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는 경쟁자가 없다. 인생은 누구나 결국엔 혼자 가야하는 최종 주자 아닌가.
처야공 자야공 황천로상부상봉 (妻也空 子也空 黃泉路上不相逢)
(배우자도 공하고 자녀도 공하여 황천길 위에서도 서로 만날 수 없음이요)
부야공 귀야공 조개모락영산홍 (富也空 貴也空 朝開暮落暎山紅)
(세상사 부귀공명이 모두 공하여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는 영산홍이라) ₂
내가 세월의 트랙 위를 달리고 있는 모습이 오버랩 된다. 지혜로운 인간들이 스포츠를 만들어 골인을 예행 연습하도록 한 것은 아닐까, 인간은 재판(再版)되지 않으니 말이다. 그 안에는 온갖 희로애락이 교차한다.
그러면 나의 골인지점은 어디인가? 주어진 시간 동안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챙겨서 골인해야 하는가?
빈 가슴에 동그런 달 하나 떠오르면 좋으련만 오늘도 허공만 맴돌고 있다.
벌써 CD는 한 바퀴 돌아 함께 돌아가자고 ‘귀소’를 다시 연주하고 있다.
밝은 햇살이 창을 두드리고 있다. 오늘의 명상 여행은 여기까지라고...
아직 세상에 살고 있으니 일 하면서 찾아가야지.
컴퓨터를 켜고 어제 하던 일 다시 불러낸다.
주) 1.귀소(歸巢): 동물이 집이나 둥지로 돌아감
2.성산문의 완월가에서
첫댓글 위 대금(소금)소리를 좋아하신 분 계시면 나눠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한올님의 해박한 지식 부럽습니다. 언젠가 어느부부가 춤치료 하는 걸 보았습니다. 그저 형식없이 마음대로 움직이며 추다가 서로를 바라보며 눈에 가득 눈물이 고여 애절해 보였는데 치유의 눈물 이었던 것 같습니다. 명상치료도 효과가 지대하지요.
루시아님 과찬의 말씀인데 저는 지식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지혜를 찾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이야기처럼 형식을 내려놓고 마음과 친하다보면 하늘이 숨기고 있는 비밀을 하나씩 알려준답니다.마음은 하늘로 통하는 길이니까요. 그걸 찾아가는 것이 명상이라는 거지요. 저는 흉내 좀 내고 있을뿐이지요.
'인생은 단 한 번 뿐이다'..그리고 원래의 자리로 다시 돌아가겠지요.고매하신 한올님의 사상에 뭐라 섣불리 생각을 펼치기 송구할만큼 자신이 작지만,그저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질 땐 두 사람을 떠올립니다.혜능-깨달음은 본래 나무가 아니요,마음 거울 또한 틀 위에 놓인 것이 아니다.본래 한 물건도 없는데 어디에 때가 묻고 먼지가 앉는단 말인가..장자-처음에는 나도 슬펐는데 근본 돌아다 보았더니 생이라고 하는 것은 원래 없었던 것이더라고,생뿐만 아니라 형체도 기도 없었는데 혼돈속에서 자연히 기를 얻고 형체를 얻고 생이라는 것을 얻은 형국이지..그냥 이 말들이 참 위안이 됩니다.본래 없던 것.. 앞 뒤 안맞는 모순, 진리?
성격이 좀 청승맞아 대금{소금}연주 좋아합니다.아니 그냥 모든 악기 연주를 좋아하지요.저에게도 주십시오..
언제 아들 데리고 우리집 사랑방으로 놀러 오세요. 음악에 차 한잔 드릴게요.
본래의 자리란 어떤 것일까
도달해야 할 목표점은 어디일까
명상 중 빈 가슴이 세상의 트랙으로 돌아와서의 느낌은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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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기도 아리송하기도 알듯도모를듯도...그렇습니다.
혼자 가는 인생길(?), 전 황천길도 남편이랑 같이 갈까하는데요.
우리가 온전히 하나가 되면 함께 갈 수 있지요. 아니, 오고 감이 없는 말 그대로 거리낌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지 않을까요? 두 분은 참 아름다운 영혼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