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가 시전지에 쓴 아름다운 한글편지[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788]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치욕스러운 역사입니다만, 명성황후는 일제의 흉계에 의해 무참히 죽어간 조선의 국모입니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 이후 일제는 조선을 강제 병합했고 식민지로 만들었기 때문에 명성황후 유물은 남은 게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2010년 10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펴낸 《명성황후 한글편지와 조선왕실의 시전지》를 보면 명성황후가 쓴 많은 한글편지와 아름다운 시전지(시나 편지를 쓰는 종이)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여기 실린 고려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이기대 학술연구 교수 글에 따르면 현재까지 찾아진 명성황후 편지는 모두 134점 정도이며 이 편지글은 오늘날 귀한 유물입니다.
▲ 명성황후가 시전지에 쓴 한글 편지와 편지봉투(오른쪽)
그동안 실물이 확인된 황실 여성 최초의 한글편지는 인목대비 김씨(선조 비) 것이 있으며, 이밖에 남아있는 것은 장렬왕후 조씨(인조 비), 인현왕후 민씨(숙종 비), 인선왕후 장씨(효종 비), 혜경궁 홍씨, 순명효황후 민씨(순종 비) 등이 쓴 편지가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당시 한문에 찌든 사대부가와는 달리 한글을 살려 편지를 썼고, 교지 글도 한글로 쓰는 등 글줄깨나 하던 학자들 대신 한글을 사랑하였으며 이것은 그동안 한글 연구와 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명성황후 한글편지와 조선왕실의 시전지》에 소개된 편지를 보면 명성황후의 심정이 잘 드러나며, 몸이 아픈 것을 하소연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아마도 명성황후는 이 편지를 받던 조카 민영소를 상당히 신뢰했던 듯합니다. 이 책에 실린 아름다운 시전지들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습니다. 지금 사람들은 슬기말틀(스마트폰)이란 문명의 이기 탓에 거의 편지를 잊고 지내지만 명성황후가 쓴 한글편지는 손으로 쓴 편지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