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휘지(王羲之)의 난정(蘭亭)과 산청의 옛 환아정(換鵝亭)
진주향교에서 운영하는 한문 강좌 「고문진보 대전 후집」 강의는 매주 목요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진행된다.
고문진보란? 옛날 중국의 명사들이 쓴 명문 중에서 후대에 정신문화 유산으로 전할 만한 글을 집대성한 책이다. 고문진보 전집은 시로서 엮었고 후집은 산문으로 엮었다.
이러한 고전에는 그 시대의 풍물과 당시 사람들의 사상이 담겨져 있다.
오늘 공부한 고문진보는 왕휘지(王羲之)가 지은 난정서(蘭亭序)다. 그 글의 도입부분에 會于會稽山陰之蘭亭修禊事也(회우회계산음지난정수계사야) : 「회계군 산음현의 난정(정자이름)에서 모여 계를 행하는 일이었다」는 구절이 나온다.
강의 하시는 선생님께서 산청의 옛 이름이 산음(山陰)인데 중국의 지명 산음(山陰)에서 이름을 차용한 것이라 이야기를 하면서 중국의 산음과 산청의 지정학적 환경이 비슷한 점을 열거했다. 높은 산, 큰 고개, 무성한 숲과 대나무 그리고 정자까지 예를 들었다.
왕휘지(王羲之)가 난정(蘭亭)에서 유상곡수(流觴曲水)를 만들어 일상일영(一觴一詠)할 때의 정자(亭子)에 비견될만한 정자(亭子)가 산청에 있었는데 1950년에 화재로 소실되었다. 그 정자 이름이 환아정(換鵝亭)이다.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와 비교되리만큼 아름다운 정자였다. 한자로 換:바꿀환, 鵝:거위아, 亭:정자정을 썼다. 글자 의미대로 풀이하면 ‘거위와 교환한 정자’란 의미다.
그 환아정(換鵝亭)에도 왕휘지(王羲之)와 관련된 사연이 있다. 왕휘지(王羲之)는 천하의 명필이다.
그는 거위를 몹시 좋아했다. 어떤 도사가 왕휘지에게 예물을 갖춰 글씨를 써 달라고 부탁했을 때 불청을 했다. 그런데 흰 거위를 선물로 보냈더니 글을 써 주었다. 그래서 왕휘지에게는 白鵝換字(백아환자)라는 일화가 생긴 것이다. 白鵝換字(백아환자)는 흰 거위와 글자를 바꾸다. 는 의미다.
산청의 환아정(換鵝亭)도 왕휘지(王羲之)를 연상할 수 있도록 그렇게 정자의 이름을 지은 것으로 여겨진다.
소실되기 전의 환아정(換鵝亭) 모습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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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아정(換鵝亭)을 소재로 지은 시(詩)
別慈闈於山陰還咸陽(별자위어환함양)
金宗直(1431-1492)
換鵝亭前日西瘦(환아정전일서수) : 환아정 앞의 해는 서산으로 기우는데
楓葉蕭蕭歸騎迷(풍엽소소귀기미) : 단풍잎은 쓸쓸하고 돌아가는 길은 희미하네.
一年憂患更離別(일년우환갱이별) : 일 년을 근심 속에 지내다 다시 헤어질 적에
四首皇山烟霧低(사수황산연무저) : 고개를 돌리니 황산에 연기와 안개가 내려 앉아 있다.
換鵝亭(환아정)
吳健 (1521-1574)
瑤池何必作仚遊(요지하필작헌유) : 요지에서만 어찌 신선이 즐겨야 하는지?
此地風光足上流(차지풍광족상류) : 이 땅의 경치도 펼쳐 흐름이 아주 좋은데
一篴聲中春欲暮(일적성중춘욕모) : 한 가락 피리소리 속에 봄은 저물어 가는데
滿江明月載孤舟(만강명월재고주) : 강 가득 밝은 달을 실은 외로운 배
換鵝亭(환아정)
南周獻(1769-1821)
稽山鏡水繞空臺(계산경수요공대) : 회계산과 경호강이 빈 누대를 감싸 안고
癸丑春兼上巳回(계축춘겸상사회) : 계축년 봄날이 상사일(삼월삼짓날)과 겸하여 돌아 왔네.
竹影抱烟侵洗硯(죽영포연침세연) : 대 그림자 연기를 안고 벼루위에 아롱지고
蘭香經雨裛行盃(난향경우읍행배) : 난초향기 비를 맞아 술잔으로 배어든다.
籠鵝已去沙鷗至(농아이거사구지) : 거위 안고 떠나가니 갈매기가 날아오고
道士難逢洞客來(도사난봉동객래) : 도사 만나기 어려우니 동 객만 찾아오네.
若使詩人摸繪素(약사시인모회소) : 만약 시인들이 그림 그려 남긴다면
風流不借永和才(풍류불차영화재) : 영화년간(왕휘지 수계한 날)의 수재들 풍류를 빌리지는 않으리.
이렇게 유서 깊었던 환아정(換鵝亭)을 하루 빨리 복원하여 산청(山淸)의 정기를 이을 수 있도록 한다면 동의보감 촌과 함께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또 하나의 관광자원이 되리라고 본다.
첫댓글 좋은 글 잘 읽고 감명을 많이 빋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