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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가족 기념일이 있어서, 제주도로 4일간 2월 7일(금) – 10일(월) 가족 여행을 떠난다. 계절도 겨울이고 요즘 산행에 많이 빠져 있는 터라 아무래도 제주도 여행에서는 한라산 산행에 기대를 안고 떠나게 된다.
그런데, 일기예보를 보니 금요일, 토요일은 비가 오고 날씨가 좋지 않다는 예보다. 당연히 한라산에는 눈으로 내리겠지만.. 그래서 산행 날자는 3일째 되는 9일(일)로 결정하였다..
산행 전날 한라산 국립공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이게 무슨 말인가. 대설로 인해서 성판악에서 진달래 대피소까지는 산행이 가능한데, 진달래 대피소부터 정상까지는 통제한다고 나와 있다. 낙심천만이다. 게다가 날씨가 계속 좋지 않더니, 일요일도 좋지 않다는 예보다. 정상을 가지 못할 거라면 그냥 어리목에서 윗세오름까지 갔다가 영실로 내려올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는데, 어찌 될지 몰라서 그대로 성판악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산행 당일, 아침 일찍 일어났지만, 정상을 거의 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조금 느긋하게 준비하게 된다. 펜션에서 가족들과 나서서 성판악까지 도로를 따라서 올라가는데,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서 주위에 눈들이 보이고 도로면에도 눈발이 날리며 일부 결빙된 데도 보인다. 조심스럽게 성판악 입구에 도달하니 8시 45분 정도, 이미 성판악 주차장은 만차가 되어 도로변 양쪽으로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우리도 도로변에 차를 주차하고 스패츠와 모자 등 산행 채비를 한다.
일단 채비를 마치고 도로를 따라서 걸어 올라서 성판악 휴게소 앞에 도착하여 다시 아이젠을 꺼내어 두 아들과 와이프에게 장착해주는데, 방송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진달래 대피소까지 12시에 도착하여야 정상을 들어갈 수 있다”는 방송 내용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그렇다면 정상 등반이 가능하다는 예기인데..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렇다면 서둘러야 한다. 아이젠을 장착하고 성판악 휴게소를 출발한다 (9시 5분).
원래 와이프는 체력이 부족하여 속밭 대피소 정도에서 먼저 내려 보내서 차를 가지고 관음사 쪽으로 가져오라고 할 예정이었는데, 역시 뒤에 많이 쳐진다. 이러다가는 나머지 남자 세명도 진달래 대피소를 통과하지 못하겠다는 염려 때문에, 결국 45분 정도 올라간 지점에서 와이프와 간단한 기념 사진을 담고는 와이프는 먼저 내려보내고 나머지 세명의 남자가 진달래 대피소로 향한다. 이틀 동안 대설 후에 오늘 날씨가 조금 개인다는 소식 때문인지 엄청나게 많은 산객들이 몰려들었다. 올라가다 보니 왼쪽으로 사라오름으로 빠지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시간이 염려스러워 그냥 통과한다. 고도를 높임에 따라서 나뭇가지마다 무척이나 많은 눈들이 쌓여 있다. 그야말로 설국이다.
얼마를 올라 갔을까. 숲속길에서 빠져나오면서 진달래 대피소가 나타난다 (11시 30분). 성판악 휴게소부터 진달래 대피소는 숲속길이고 구름이 덮혀 있는 관계로 조금 어두웠는데, 진달래 대피소부터는 하늘의 구름이 엷어지면서 주위가 밝아진다. 밝은 하늘 아래 펼쳐진 설경으로 인하여 탄성이 흘러나온다. 계획으로는 이곳 대피소에서 따뜻한 컵라면이라도 사서 애들하고 함께 중식을 하려고 하였는데, 너무 많은 산객으로 인해서 대피소 안에는 들어가볼 생각도 못하고 바람부는 대피소 밖의 눈밭에서 간단히 김밥, 빵과 뜨거운 물로 요기를 하고는 11시 50분에 진달래 대피소를 통과하여 정상으로 향한다.
그런데, 진달래 대피소부터 정상까지는 많은 눈으로 인해서 길이 좁아진데다가 많은 산객들의 행렬로 인해서 전혀 속도가 나지 않는다.. 앞 사람에 막혀서 서 있는 시간이 더 많은 듯 하다. 그렇게 조금 가다 서고 가다 서고 하면서 진행하는데, 천천히 가니 주위의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 좋긴하다. 산객들과 행렬을 이루서 정상을 구불하게 돌아올라가니 드디어 넓은 정상의 동능 터가 나타난다 (1시 45분). 진달래 대피소에서 11시 50분에 출발하였으니 거의 2시간 동안이나 올라온 것이다.
정상에 서니 다행히도 하늘에 구름은 있지만 엷은 구름이라서 햇빛은 상당히 투과되어 주위가 상당히 밝다. 하늘에 구름이 떠 있는데, 발 아래 진달래 대피소쪽을 내려다 보니 대피소 능선 높이로는 진한 구름바다가 지나간다. 그러니 백록담 정상 부근만 구름이 없고 위아래로 구름이 떠 있는 묘한 상황이 이어진다.
정상석 주변에는 너무 많은 산객들이 몰려들어 감히 정상석 기념 사진 담을 생각은 하지 못하고, 근처의 백록담 난간에서 두 아들과 함께 몇장의 기념 사진을 담는다. 백록담은 역시 많은 눈으로 덮어써서 거의 전체가 하얗다.. 그야말로 온세상이 화이트아웃 상태..
바람도 강하고 춥기도 하고, 정상의 관리원은 계속하여 스피커를 통하여 시간이 늦었으니 빨리들 하산하라고 재촉이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관음사 방향으로 방향으로 틀어서 내려가기 시작한다 (1시 55분). 그런데, 정상에서 내려오는데 이때부터 몇 십분 정도는 하늘에 구름이 열리면서 언뜻언뜻 파란 하늘이 열리기도 한다. 하늘이 열리니 태양의 직사광선의 비치는 고목위의 눈꽃들이 아름답게 빛난다. 정상에서 돌아서 좌측으로 가니 백록다 북쪽의 나한봉이 가까워진다. 사진 담기가 좋을 듯 하여 등산로 난간을 넘어서 백록담쪽으로 조금 들어가서 다시 백록담과 기묘한 북능의 암봉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들을 담는다. 사진 촬영이 끝나고 다시 등산로로 들어와 하산하는데, 여기서 10분 정도를 내려가니 구름 안개 속에 들어가면서 가는 싸래기눈이 떨어진다. 이 싸래기눈은 관음사 휴게소까지 이어진다.
정상에서 관음사방향 등산로는 북사면에 위치하여 성판악쪽보다 많은 눈이 쌓여있고 경사가 급하여 내려가기가 힘들다. 기존에 녹아서 얼은 바닥위에 이번에 2, 3일간 새로운 눈이 쌓여서 모레 경사면을 밟고 내려가는듯 사정없이 미끌어진다.
가파른 고지대 경사면을 빠져 나오는 눈내리는 터에 비박하는 텐트들이 즐비하다. 이런 눈 속에서도 얇은 텐트를 세워놓고 자연을 즐기는 인간들의 능력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텐트 야영지대를 지나니 바로 용진각 다리가 나타난다 (3시 15분). 용진각 다리를 건너서 조금 더 내려가니 삼각봉 대피소가 나오는데, 여기서도 관리원이 시간이 늦었으니 대피소에 들어오지 말고 빨리들 하산하라고 재촉한다. 여기서도 요기를 하지 못한채 그대로 싸래기 눈 내리는 숲속 길을 지루하게 걷다 보니 드디어 관음사 휴게소가 나타난다 (5시 15분).
오늘의 한라산 산행은 잘못된 정보로 인하여 정상을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실망을 갖고 시작하였고 아침부터 흐린 날씨로 좋은 설경을 보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통제가 풀려서 정상도 올라갈 수 있었고, 진달래 대피소 부근부터는 하늘도 밝아져서 수 일동안 쌓인 한라산을 설경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마저 행운으로 생각하면 다음에 다시 찾을 맑은 하늘 아래의 한라산을 기대해본다.
산행궤적이 표시뇐 네이버 지도
산행궤적이 표시뇐 네이버 위성 지도
산행시작 : 9시 5분
산행종료 : 5시 15분
산행시간 : 8시간 10분
산행거리 : 18 km
평균속도 : 2.05 km/h
최고고도 : 1935 m
최저고도 : 569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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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엮시 한라산입니다 물뫼님 축하 합니다 최고의 설경을 보고오셨군요
더군다나 보기 힘든정상까지 상고대가 많이 피는날 가장 보기 힘든것이 백록담인데~~
몇년전 저 상고대와 설경에 빠져 겨울이 되면 당연간다는 한라산이 되었답니다
그때를 다시한번 보여주는 느낌에 푸~욱 빠졌다 갑니다~~^^*
2월 둘 째주는 기상청 예보가 동해안 지방을 제외하고는 모처럼 빛나간 날이였습니다.
백두대간 추풍령~큰재 구간도 예상치 못한 설경에 7시간 내내 빠져 있었을 정도니!!
더구나 올 겨울 한라산에 눈이 귀해서 설경을 제대로 감상 못하고 쾌청한 조망으로
위안을 삼으셨다는 지인도 계시고!! 물뫼님은 최고의 두터운 상고대를 즐감하셧네요!!
쾌청한조망+상고대가 most&best 인데 그래도 best는 얻으신 멋진 산행이셧네요!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한라산의 멋진 설경 즐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