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이치는 태산같은 산이나 댐도, 쥐구멍에 무너질 수가 있고 사람의 몸도 암세포 하나에 무너질 수가 있다. 그리고 대궐의 궁전도 기둥 하나, 벽돌 하나 잘못 놓여지면 무너질 수도 있다. 그리고 아들을 이기는 부모는 없다. 그리고 국민을 이기는 정권도 없다.
지난 10월21일 정기수 칼럼 내용을 일부 옮겨본다.
윤석열이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고집 세다는 거야 이제 모든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인데, 좀 둔감하기도 한 것 같다. 마이동풍 격으로 마이 웨이를 가니 그렇게 보인다.
그러나 윤 대통령도 사태 전개가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닫고 있을 것이다. 한동훈 대표의 거듭된 독대 요청에 콧방귀 뀌던 게 엊그제였는데, 어느새 먼저 하자는 쪽으로 변한 게 그 신호다.
김대남 녹취로 알려진 대통령실 간신(奸臣)들 말에 의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이다. 이런 천기(天機)가 누설돼 공식화된 게 김대남의 업적 아닌 업적이다.
정치 마케터(본인이 밝힌 직업명) 명태균의 공도 지대하다. 그는 자기 말이 전부인 김대남 녹취보다 더 위력적인 김건희 육성을 공개해 버렸다.
이 두 사람이 요지부동인 윤석열 대통령을 흔들고 있다. 사람은 본인과 가족의 치부(恥部)가 들춰질 때 가장 얼굴을 못 들고 기가 죽게 되는 법이다. 지금 윤 대통령이 그런 상태가 아니라면, 그는 사람이 아니다.
치부는 다름 아닌 부인의 언행과 그녀가 보는 남편 모습이다. 대통령인 남편에 대해 보통 교양 있는 여성이라면 여간해서 하지 못할 표현과 수식어, 막말을 사용했다.
이런 아내에게 평균적인 한국 남편들 정도의 제어도 못 하는 건 어떤 말로도 변명이 될 수 없다. 대통령은 공과 사를 분명하게 구분해야 하는 자리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위기는 여기에서 온다. 오지랖이 넓고 지적 수준과 판단력이 영부인으로서는 부족하다고 해도 국민에게는 그것이 김건희 여사의 흠이 아니다. 대통령이 잘못을 방치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녀가 명태균과 나눈 문자에서 칭한 ‘철없고 무식한 오빠’는 많은 국민에게 즉각 대통령 윤석열로 읽혔다. 대선 무렵 진보좌파 인터넷 매체 이명수에게 남편을 무참하게 깔아뭉갰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녀가 그런 부인이고 대통령도 그녀가 ‘도사’들이나 명태균 같은 꾼들 만나고 다니며 부지런히 컨설팅받아서 만들어낸 여자이기에 지금 저렇게 위세를 부리고 있다는, 국민의 인식이 진짜 문제다.
이것이 윤석열 대통령의 진짜 위기다. 명태균과 김대남 녹취로 김건희 여사가 ‘한남동 7인방’을 “쥐락펴락하면서” 인사 등 국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정황이 국민 앞에 노출됐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윤 대통령은 한동훈 대표와 비서실장 배석 독대 전 예전의 ‘벌거벗은 임금님’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대통령실의 재보선 후 입장이 그 예다.
“개혁 방안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부족한 부분은 국민 뜻을 받아들여 바꾸어 나가겠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의료 개혁 등 4대 개혁과 저출산 극복 등 개혁 방안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했었다
지금 4대 개혁이란 게 뭐고 그 핵심 내용이 어떤 것들인지 아는 국민이 있나? 그건 이미 동력을 잃었다. 꽉 막혀 있는 ‘의료 개혁’은 대통령과 정부가 뭘 어쩌겠다는 것인지 아무도 모르고 답답함만 더해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꿈을 깨야 한다. 우직하게 개혁 등 국정 과제를 실천하면 다수 국민이 결국 알아줄 것이라는, 야무진 꿈 말이다. 김건희 여사의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백약이 무효다. 국민 정서가 그렇다.
지난 10. 26. 윤석열 ‘구내식당 차담’, 한동훈 홀대 넘어 국민을 모욕“ 제하의 정기수 칼럼은
“여러 힘든 상황이 있지만 업보로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하겠다.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찬사가 뜨거웠을 때 이런 말이 나왔다면 그는 보수우파들로부터 박수와 격려를 받았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지금은 그렇지 않다.
수도권 중도층은 진작에 돌아섰고, 아성이었던 70대 이상(30%대), 대구-경북(30%대), 부산-울산-경남(20%대)도 반 윤석열 여론이 놀랍도록 높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제 전국적으로 조롱의 대상을 지나 혐오 인물로 변하고 있다. 부인보다 더한 국민 밉상이 되기로 작심한 것도 같다.
그가 한동훈 대표와 관련해서 하는 일마다 한때 열성 지지자였던 사람들을 어리둥절케 하다 어이없게 하더니 급기야 심한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그에겐 지금 자기를 달래 주고 힘을 실어 줄 친구도 없고 선후배나 조언자도 다 떠나 버렸음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광야에 선 정의의 사도 같은(막말로 말하면 잠꼬대 같은) 말을 할 리가 없다.
‘업보’라는 말을 썼다. 부산 범어사 방장 스님으로부터 “휘말리지 않고 꿋꿋하게 하시는 모습이 든든하다”라는 위안받고 싶어서였는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바로 ‘차담’때 여당 대표 한동훈에게 지은 업보를 뜻하진 않았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다 안다. 속이 아주 좁을 뿐만 아니라(박지원이 ‘밴댕이’라고 했다) 매우 폭력적이고 유치한 면도 숨기지 않는다. 굉장히 위험한 상태다.
비록 한동훈 대표와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학교와 검찰 후배라 할지라도 63% 지지로 대표가 된 사람이다. 그런 국정의 중요한 파트너를 그가 어떻게 대접했는가? 25분간 밖에 서서 기다리게 했다. 외교 관련 전화 때문이었다는 건 믿어 주기로 하자.
그러나 차담이라는 걸 한 장소가 홈런이었다. 전 국민의 머리를 오른쪽으로 갸우뚱하게 했다. 혹자는 검찰 취조실 같다고 했고, 또 다른 혹자는 고교 상담실 같다고도 했다. 필자 눈에는 구내식당같이 보였다. 테이블 보도 없는 기다란 탁자…. 정말 보기가 민망했다. 아무리 후배라도 국정의 파트너이고 여당 대표를 이렇게 푸대접해도 되는가?
한 대표 앞에서 두 팔을 뻗쳐 손을 탁자 위에 짚고 있는 화난 자세는 또 뭐였는지 기가 찬다. 이 나라 대통령이 동네 양아치나 조폭 같은 행동을 하는 인물이었다니…. 참으로 슬프고 부끄러운 장면이었다.
그런 식으로 의전을 사전에 준비했으니 결과가 절대로 좋을 리가 없었지만, 설령 좋았다고 하더라도 의전이 잘못된 건 잘못된 것이다. 나라 망신이고 국민에 대한 모욕이고 도전이다.
윤 대통령은 손님을 그렇게 대해서 어떤 말을 듣고 평가받을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오직 자기와 부인을 향해 싫은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한 대표를 찍어 누르지 못해 분이 풀리지 않았을 뿐이라는 생각이든다.
그는 ‘만고 땡’ 공공기관 감사 자리나 기다리는 듯 딸랑거리고 있는 대통령실 졸병들과 역시 딸랑이들인 여당 내 추경호 지휘하에 친윤 의원들, 그리고 홍준표, 김태흠 등 어느 순간 딸랑이들로 변한 지자체장들과 어깨동무해서 한동훈 측을 궤멸시킬 기회를 엿보고 있는 듯하다.
당 대표 쫓아내기가 벌써 몇 번째인가? 9번 쫓아 냈다,
한 대표는 약속이 있다며 저녁 먹을 시간에 제로 콜라 한 잔 주고 내보낸 다음 추경호 원내대표를 불러 우리 편 결속 만찬을 했다. 홍준표도 상경시켜 한동훈 고립 작전 타임 술 한 잔을 나눴다. 가관이다. 이게 우리나라 대통령 맞나?
그러면서 말은 또 통 큰 사람처럼 한다. “우리 당 의원들 생각이 바뀌어서 야당 의원들과 같은 입장을 취하는 결과가 온다면, 그 결과에 대해선 나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지 않겠나?”
그럴 일은 없을 것이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는 말을 돌려서 한 것이었을 텐데…. 그런 사람이 구내식당 테이블에 동네 깡패가 젊은이 한 명 앉혀 놓고 겁주듯이 눈 부라리며 다그친 건가?
이건 나라가 아니다. 조그만 회사도 못 된다. 검사들 심문 놀이나 하는 모습이다. 이러려고 청와대 나와 국방부 청사를 개조, 대통령실로 만들었는지 한숨이 나온다. 그 ‘구내식당’은 본청도 아닌 부속 건물이라고 한다.
그 테이블, 그 음료, 그 뻗친 팔 등을 기획-연출하고 원하는 표정과 동작, 구도, 인물들이 나온 사진 찍어서 언론사에 배포한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전적으로 똑같은 사람들이다. 어쩌면 그렇게 혼연일체로 움직이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 대통령실 행정관들 30여 명이 ‘호가호위하는 김건희 라인 정리’를 요구한 한동훈에게 “근거를 대라”며 집단행동을 하려고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어쩌려고 이러나?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또 친한계인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이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가 나눈 발언을 두고 "김건희 특검법, 그걸 같이 막아 낼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자 온 여당 대표에게 '그럼 니네들이 그런다면 어쩔 수 없지' 이런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 과연 이 장소에서 할 수 있는 발언이었는가"라고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23일 CBS 라디오 에 출연해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리스크를 대통령 면전에서 하기까지는 그전에 물론 공적인 자리에서 얘기했고 언론을 통해서도 충분히 의견을 제시됐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어려운 얘기를 꺼낸 것 아니겠느냐"라며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분이 지금 민주당이 헌정을 유린하는 사태를 목도하고 있다. 이런 인식을 같이 공유하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야당이 그렇게 하는데 우리가 하면 어쩔 수 없지(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제가 여러의원들을 설득해서 특검법 통과를 막았다. 하지만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 될 경우 감당하지 못하게 돼 걱정이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 우리 당 의원들 생각이 바뀌어서 야당 의원들과 같은 입장을 취하는 결과가 온다면, 그 결과에 대해선 나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지않겠느냐"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변인은 "이건 국정에 대한 책임감의 문제다. 헌정 질서를 유린 한다는 지금 민주당을 우리가 같이 막아 내야 될 거 아닌가. 그러면 그걸 같이 막아 낼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자 온 여당 대표에게 그럼 니네들이 그런다면 어쩔 수 없지 이런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 과연 이 장소에서 할 수 있는 발언이었는가라는 것에 대해서 저는 상당히 아쉽다"라고 했다.
정 대변인은 또 한 대표에 대한 '의전'이 논란이 된 데 대해 "대통령실이 원탁테이블은 쉽게 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원탁테이블을 우리가 요구했다. 사실 수직적인 당정 관계에 대해서 그동안 비판을 많이 받아왔잖나. 지난 총선 국면에서도 총선백서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수직적인 당정 관계에 대해서 비판을 받았던 점이 굉장히많다. 그걸 바꿔 보겠다고 해서 지난 당대표 선거에서 한동훈 대표가 나왔고 그걸 기치로 해서 63% 지지를 받은 것"이라며 "수직적 당정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진이 저 사진 아니었겠나. 대통령이 위협적으로 앉아 있는 상태에서 비서실장과 여당 대표는 거의 동급이라고 본다"라고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또 "(회동 중) 이야기 과정에서도 한동훈 대표는 항상 다 경어체를 썼지만 대통령은 반말에 가까운 이야기를 했다 이게 알려지는 거 아닌가. 이런 것들이 국민들이 대통령실과 우리 당에 대해서 애정을 많이 줄 수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러한 모습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 여론조사 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치인데, 민심이반을 이대로 놔둘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20%로 정부 출범 후 다시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22~24일 전국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직전 조사보다 2%포인트 추락했고 부정 평가는 70%에 달했다. 9월 2주차 때 기록한 최저치와 동일하다.
여론조사마다 수치의 차이는 있지만 지지율 추세는 위기신호를 강하게 발신하고 있다. 국민 절대 다수가 현재 국정운영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더 새로울 것도 없지만 지지율 하락은 국정동력을 잃는 심리적 기준으로 작용한다. 더 하락해 지지율이 20% 아래로 밀린다면 본격적인 레임덕 현상은 불가피하고 민생에도 해를 미친다.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한국갤럽)로는 ‘김건희 여사 문제’(15%) 경제·민생·물가(14%) 소통 미흡(12%) ‘전반적으로 잘 못한다’(6%) ’독단적 일방적’(6%) 등이 꼽혔다. 국정 전 분야보다 강하게 김 여사의 처신과 의혹에 냉담해하는 여론이다.
NBS 조사를 보면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필요성에 70%가 동의했을 정도다. 국민의힘 지지자 57%, 대구경북 응답자 61%도 동의한 걸 보면 김 여사 문제에 관한 한 국민 의견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의 ‘공개활동 자제’ 언급 사흘 만에 폴란드 대통령 방한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적 의전이긴 하나 잠시라도 정무적 판단조차 없는 상황이 답답하다는 여당 내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특별감찰관 임명에 속도를 내자는 여당 대표 주장은 친윤계가 막아서고 있고, KBS 신임 사장 후보에 명품백을 '파우치' '조그마한 백'이라고 말한 앵커가 현직 사장을 제치고 발탁됐다.
여론 경고가 한계치에 다가섰음에도 '나 몰라라' 식으로 외면한다면 국민은 남은 기대마저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지금 같은 여론지형이 계속된다면 어떤 국정과제도 힘을 받기 어렵다. 국정쇄신과 민심수습책 없이 아무 일 없었던 듯 지나갈 수 없는 국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