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우리부부가 장호원으로 이사하려고
동서형님과 함께
장호원 시내 부동산을 찾았다가
볼일을 보고 나오면서
점심을 해결하고 가자던 부동산 아저씨 따라
불쑥 찾아 들어갔던 그 곳이 생각난다
도심을 약간 벗어나려는 그 곳에
통나무로 지어진 건물 하나 우뚝 있고
자갈이 깔린 마당..
어설퍼 보이지만
막 심어놓은 듯한 솔 나무 몇 그루..
게다가
수석바위 몇 점 덩그러니 갖다놓고
그 사이에 끼여 바람에 휘날리는 플랜카드에
"누룽지 백숙 전문"...
이라고 씌어진 바로 그 집..
있다는 얘긴 들었지만
그 날 우연한 기회에
처음으로 들어서게 된 그 곳에서
초대받은 손님인양 싶으니
우리는 부동산 아저씨의 노련한 주문에 따라
그저 잠시 굶주린 배를 움켜쥔 채
특별난 이벤트만 상상하고 있었다
아마 내 기억으론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드디어
기다리던 특별 식은 나오고
식탁 위에서
이리 저리 능수 능란한 식당보조의 손놀림은 바쁘게 움직이는데
보아하니 중닭도 아닌 듯한 닭 한 마리가 출현을 했건만
어른 넷이 먹기엔 도대체 내용은 부실하다 싶고
거기에다
두 개밖에 없는 닭다리는 예의 상 남자들의 몫으로 돌리고
하는 수 없이
동서형님과 난 죄 없이 팩팩한 가슴살만 질기게 뜯고는
모자라는 허기를
몇 술 되지 않는 누룽지 죽과
네모난 깍두기로 꾸역꾸역 채울 수밖에 없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얻어먹을 것 같았던 분위기가
사 줘야 될 것 같은 분위기로 이내 바뀌면서
뭔가 사기 당한 듯한 꿀꿀한 기분이 들면서부터였다
생각이 빠른 신랑은 나에게
얼른 선지불하라는 눈치를 잽싸게 보내왔고
발빠른 난 화장실을 가는 척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착각처럼 솟아오르던 첫 생각을 바꾸어
모든 일을 자연스레 치르고 나왔다
그 날 난 집으로 돌아오면서
괜한 허망함과 함께
뒤늦게 몰려오는 허기에 이를 갈며
닭다리가 두 개밖에 없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원망하기도 했었다 ㅠ.ㅠ
그런데
지금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누룽지 맛은 좀 특이하긴 했던 것도 같다
딴에는 땅콩을 갈아서 함께 끓였대나 어쨌대나 했지만
양이 부족해서 그랬는지.
아님 배가 많이 고파서 그랬는지...
맛을 음미할 여유도 없이
서로 아까운 듯 빈 그릇까지 모두 핥아버렸고
왠지 얻어먹는 처지 같아 더 주문도 못하고 ...
아무튼 그땐 그랬는데...
오늘 !
쌀쌀함이 스미듯 찾아들고
하늘이 무겁게 내려앉는 날이라 그럴까
줏대도 없이 그때 그 누룽지 백숙이 불쑥 생각나는 건 왜일까
울 신랑 일찍 들어오면
그 집이나 다시 한번 가보자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