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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절차에서 임의이행의사나 능력에 관하여 거짓말하여 민사조정이 성립된 사건]
대법원 2020도10330 사기 (사) 파기환송
◇조정절차에서 사기죄의 기망행위 판단기준◇
소송사기는 법원을 속여 자기에게 유리한 판결을 얻음으로써 상대방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로서, 이를 쉽사리 유죄로 인정하게 되면 누구든지 자기에게 유리한 주장을 하고 소송을 통하여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민사재판제도의 위축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3도7124 판결 참조).
이러한 위험성은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하여 소송절차를 원만하게 마무리하는 민사조정에서도 마찬가지로 존재한다. 따라서 피고인이 그 범행을 인정한 경우 외에는 소송절차나 조정절차에서 행한 주장이 사실과 다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피고인이 그 주장이 명백히 거짓인 것을 인식하였거나 증거를 조작하려고 하였음이 인정되는 때와 같이 범죄가 성립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가 아니면 이를 유죄로 인정하여서는 안 된다.
소송당사자들은 조정절차를 통해 원만한 타협점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다소간의 허위나 과장이 섞인 언행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언행이 일반 거래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있는 범위 내라면 사기죄에서 말하는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통상의 조정절차에서는 조정채무 불이행에 대한 제재수단뿐만 아니라 소송비용의 처리 문제나 청구취지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잠재적 분쟁에 관한 합의내용도 포함될 수 있고, 소송절차를 단축시켜 집행권원을 신속히 확보하기 위한 목적에서 조정이 성립되는 경우도 있다. 소송당사자가 조정에 합의한 것은 이러한 부수적 사정에 따른 이해득실을 모두 고려한 이성적 판단의 결과로 보아야 하고, 변호사 등 소송대리인이 조정절차에 참여하여 조정이 성립한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조정에 따른 이행의무를 부담하는 피고가 조정 성립 이후 청구원인에 관한 주된 조정채무를 제때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에게 신의칙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거나 조정성립과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쉽사리 단정하여서는 아니된다.
☞ 아파트 시행사업을 하던 피고인들이 투자자인 피해자로부터 약정금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 당하자, 조정절차에서 합의된 금전의 지급 재원이 될 아파트 시행 사업 양도대금의 지급시기에 관하여 조정 상대방인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가 조정에 응함으로써 약정금을 감액받아 채무면제를 받았다는 이유로 사기죄로 기소된 사건임
☞ 원심은, 피고인들이 피해자로 하여금 약정 기한에 금전을 수령할 수 있을 것처럼 믿게 하였고, 만일 조정절차에서 합의된 금전의 지급 재원이 될 아파트 시행 사업 양도대금의 지급시기가 약정기한인 2016년이 아닌 2019년이라는 점을 알았더라면 조정에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사기죄의 공소사실을 일부 유죄로 인정하였음
☞ 대법원은, 기망행위의 성립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소송사기에 관한 법리가 소송절차에서 이루어지는 민사조정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는 점을 최초로 선언하면서, 피고인들이 민사소송의 조정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아파트 시행 사업 양도대금의 지급시기를 설명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기망행위가 성립하였다거나 그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