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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사람을 기르는 일-전도와 육성과 파송-을 생각하다
1. 비가 오지 않은 날이 계속되니 물주는 일도 힘이 든다. 20 리터 물통 몇 개에 물을 담아서 차에 싣고 가서 우선 급한 채소에 물을 나누어 주고 나면 어깨가 뻐근하다. 그러나 햇볕은 뜨겁고(엊그제 포항은 34.4도라니), 땅은 메말라가니 조금이라도 물을 주어야 숨을 연명하는 채소를 보면서 아침 이른 시간에도, 혹은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도 물을 줄 수만 있으면 주려고 하면서 일기예보대로 이번 주 토요일에 꼭 비를 주시기를 기도한다.
2. 텃밭 농사라도 짓다 보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도라지 씨를 뿌리거나 생강 씨를 심은 후에 한 달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을 때가 많다. 성질이 급한 분이나 농사에 대해 바르게 알지 못하신 분은 2주 정도 지나면 죽은 것으로 생각하고 다른 것을 심기도 하는데, 나 역시 10여 년 전에는 그리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한 달, 혹은 한 달 반을 기다리면 그제야 땅을 헤집고 얼굴을 내미는 모습을 보면서 미소를 짓는다. 야고보서 5장 7절의 “그러므로 형제들아 주께서 강림하시기까지 길이 참으라 보라 농부가 땅에서 나는 귀한 열매를 바라고 길이 참아 이른 비와 늦은 비를 기다리나니”라는 말씀에서 ‘농부의 인내’를 기억한다. 오늘 아침에도 생강을 심은 곳에 물을 주면서 이제야 얼굴을 내민 싹들을 만나보았다. 이렇게 가문 줄 알았더라면 진작 물을 자주 주어서 싹이 트는 것을 도와주었어야 했는데 너무 늦게 상황 파악을 한 것이 못내 미안하다.
3. 채소보다 풀이 생명력과 번식력이 강해서 소위 ‘풀과의 전쟁’에 힘겨워하는 분들이 많다. 나는 되도록 자주 가서 풀을 뿌리째 뽑아버리는 전략(?)을 사용하여 그 문제를 해결한다. 날씨가 더워지면 각종 병충해가 공격을 해 온다. 어젯밤에도 양배추를 보니 벌레가 온통 갉아먹어서 보기가 흉할 정도였다. 최근에 바쁜 일들이 많아서 충분한 시간을 내어 살피지 못하였더니 그런 결과가 되다니 마음이 무겁고 미안하기 짝이 없다. 곧 장마가 시작된다고 하니 고추 탄저병을 비롯한 여러 가지 병충해와 새로운 싸움이 시작되려고 한다. 동영상을 보면서 콜라도, 과산화수소도, 락스도, 소주에 삭힌(?) 은행잎물도 준비해 놓았지만 문제는 사용할 시간이다. 오후 한나절은 시니어일을 하다 보니 오전에 밭일을 해야 하는데, 오전엔 교회에도 가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고, 아내와 바람 쐬러 나갔다가 오기도 해야 하니 늘 쫓기고, 미루고, 포기하게 된다. 정말 급하면 아침 6시 전후에 나가서 두어 시간 일하거나 밤 9시나 10시에 나가서 급한 일을 하게 된다. 텃밭 농사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처럼 가뭄도 큰 장애물이요, 조금 있으면 시작되는 장마도 대처하기 힘든 과제이다.
대부분의 채소는 심어서 물 주고 거름 주면 되지만, 고추나 토마토나 오이, 강낭콩은 지지대를 세워주고 끈으로 묶어주는 일도 필요하다. 오이나 호박도 필요할 때가 있다. 키가 자라가면서 순지르기를 해 주는 것도 있다. 뿌리 부분에 북주기를 하는 것도 있다. 가지치기를 해 주어야 하는 것도 있다. 참으로 할 일이 많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비로소 수확하는 시간을 맞게 되고 기쁨으로 수확물을 안고 오는 것이다.
4. 그래도 수확의 즐거움은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있으랴? 작년 가을에 심었다가 겨울에 부직포를 덮어서 겨울을 넘긴 상추를 벌써 몇 차례 수확하였다. 이제는 봄에 씨를 뿌려서 난 것이 수확할 만큼 자라서 벌써 두 번째 수확을 하였다. 해마다 이른 봄부터 수확해 먹는 부추는 병충해도 별로 없고, 생명력도 강하며, 모두가 몸에 좋다고 말하니 올해는 새로운 공간에 많이 심어놓았다. 쑥갓도 세 번이나 수확하여 교회에도 가져가고, 요양원에도 갖다 드렸다. 가끔 상추와 쑥갓은 교인들과도 나눠 먹는다. 오늘은 저절로 난 들깨의 잎을 따 와서 당귀 잎과 함께 고기를 싸 먹으니 그 맛이 기가 막히다. 직접 기른 것이니 농약을 많이 했니 어쩌니 신경 쓸 필요가 없이 그저 감사드리고 기쁘게 먹으면 된다. 곧 양파와 마늘을 수확해 달라고 노랗게 변한 잎들을 땅에 깔고 드러누운 모습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곧 수확하여 보관하면 거의 1년간 집에서 필요한 양념으로 사용할 만하다. 조금 심은 감자도 다음 주에는 캐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열심히 자라는 옥수수는 2주 간격으로 세 번 심었으니 가장 먼저 심은 것부터 수확하여 먹으면 될 것 같다. 강낭콩과 호랑이 강낭콩도 잘 자라고 있다. 벌레들이 많은지 살펴서 쫓아내 주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만큼의 수확은 충분히 할 것이 기대된다. 6월이 다 가기 전에 팥과 녹두를 심고, 5월에 심은 고구마 순을 잘라서 마늘과 양파 캔 밭에 심어주면 여름에 심고 가꾸는 것이 정리가 될 것이다. 마늘과 양파 캔 곳은 비옥하니까 고구마 순을 심어서 순을 수확하는 것이 목적이다. 교회의 어르신들이 고구마 순을 너무 좋아하시니 사명감(?)을 가지고 잘 길러야 한다. 도라지 씨를 심은 것이 제법 잘 났으니 다음 주에는 적절한 간격으로 옮겨 심어주어야 하고, 토란과 생강에는 풀을 매주고 물을 주는 일을 잘 해야겠다. 땅콩은 뿌리 부분의 비닐을 찢어서 잘 보이게 해 주었으니 꼬투리가 많이 생기기를 기도할 뿐이다. 애호박은 몇 개 열려서 크고 있으니 다음 주에는 수확할 수 있을지 모르겠고, 단호박은 가물어서 그런지 성장이 더디다. 오이도 다음 주에는 이르고 2주 후에나 수확을 기대할 것 같다.
5. 밭에서 일을 하다 보면 교회의 전도와 양육 그리고 파송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예수님께서 “씨 뿌리는 자의 비유”를 통하여 가르치신 천국의 원리에 대한 생각도 해 본다. 이 세상에서는 하나님이 주신 구원의 복음의 씨앗을 힘써 뿌려야 한다. 그런데 그 씨앗은 금방 싹을 보이는 것이 아니다. 많은 씨 중에 지극히 소수가 싹을 내고 자란다. 자란다고 했지만, 그리고 하나님께서 햇빛과 비를 주셔서 자라게 하시지만, 최소한 농부가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바울 사도가 말한 것처럼 심고 물 주는 일이다(고전 3:6-8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께서 자라나게 하셨나니 그런즉 심는 이나 물 주는 이는 아무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뿐이니라 심는 이와 물 주는 이는 한가지이나 각각 자기가 일한 대로 자기의 상을 받으리라). 전도하고 양육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씨를 심거나 모종을 심은 후에 제대로 돌보지 않고 알아서 자라기를 바라는 농부는 없다. 전도한 후에 더욱 힘써야 할 일도 전도를 받고 교회에 나온 사람을 잘 돌보고 양육하여 홀로 설 수 있게 하고, 나중에는 다른 사람을 돌볼 수 있는 위치에까지 이르게 해 주어야 한다. 씨가 싹을 내어 자랄 때에 가뭄도 올 수 있고, 장마도 올 수 있으며 각종 병충해가 공격하기도 하고, 잡초가 성장을 가로막기도 하듯이 새로운 신자나 교인이 자리를 잡기까지는 헤아리기 어려운 장애물과 공격이 있기 때문이다. 간단한 것을 이야기하자면 기존의 교인들이 자기들끼리만 어울리고 새로운 신자나 교인에게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 심각한 문제의 출발점이라고 보여진다. 그리고 교회가 예배를 제외한 다른 양육 프로그램이 없을 때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세상은 얼마나 치열하게 우리의 신앙을 공격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하나님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에 대해서, 그리고 사탄과 그들이 공격에 대해서 되도록 많이, 되도록 바르게 배워야 한다. 그리고 성경에 대해서만 아니라 이 세상의 잘못된 철학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고, 여러 사람들과 대하는 방법이나 이끄는 방법에 대해서도 훈련을 받아야 한다.
교회에서는 자주 열매를 맺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성경에서 열매는 내적인 열매 즉 성령이 충만히 주장하실 때에 맺는 품성의 열매(갈 5:22-23 오직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니 이같은 것을 금지할 법이 없느니라)가 그 한 가지요, 다른 하나는 생활상의 열매이니 ‘의의 열매’ ‘빛의 열매’ 등으로 말하는 삶의 열매와 복음을 전하여 생명을 얻게 하는 열매를 말한다(참고 요 12:24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요 15:8, 16 너희가 열매를 많이 맺으면 내 아버지께서 영광을 받으실 것이요 너희는 내 제자가 되리라;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요 내가 너희를 택하여 세웠나니 이는 너희로 가서 열매를 맺게 하고 또 너희 열매가 항상 있게 하여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무엇을 구하든지 다 받게 하려 함이라; 잠 11:30 의인의 열매는 생명나무라 지혜로운 자는 사람을 얻느니라).
그런데 전도할 때에 열매를 맺게 해 달라고 기도는 많이 하면서도 품성의 열매인 성령의 열매를 맺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사람은 적은 것 같다. 이 두 가지는 밀접한 것이 아닐까? 품성의 열매를 잘 맺은 사람이 밖에 나가서 선한 삶을 보여줌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다른 사람들을 전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교회 안에서도 다른 교인들과 화평과 협력을 이루면서 한 몸인 교회를 잘 세워가게 된다. 전도는 열심히 하는데 교인들과는 갈등과 분열이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것이 농사로 말하자면 바라지 않는 병이 들고, 충이 먹어서 좋은 채소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어떤 채소는 두세 달 만에 수확한다. 그러나 어떤 채소는 거의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전도의 결과도 그런 것 같다. 어떤 사람은 마음이 착하고 겸손하여 말씀을 기쁨으로 받아들이는데, 어떤 사람은 1년이나 2년이 지나도록 꾸준히 돌보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 ‘농부의 인내’란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다. 더구나 사람을 상대로 하는 전도나 육성은 얼마나 오래 참으며 땀을 흘리고 팔다리가 아파야 하는가. 마음이 상하고 눈물을 흘리는 시간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어느 날에 ‘수확’의 기쁨을 주시는 하나님이 계시기에 기꺼이 그러한 수고를 감수할 수 있다.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도록 하신 것(창 8:22 내가 전에 행한 것 같이 모든 생물을 다시 멸하지 아니하리니 땅이 있을 동안에는 심음과 거둠과 추위와 더위와 여름과 겨울과 낮과 밤이 쉬지 아니하리라)이 하나님이 약속해 주신 ‘보존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생각할 것은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과 바꾸겠느냐”(마 16:26)는 성경 말씀이다. 농사를 짓는 일도 힘써 할 일이지만, 더욱 힘써 할 일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원하는 일이다. 한 사람의 생명은 천하보다 더 귀하기 때문이다. 우리를 구원하신 주님께서 우리를 즉시 불러가시지 않고 이 땅에 살게 하신 것은 허락하신 시간 동안에 힘써 복음을 전하여 생명을 구원하라는 뜻이라고 배웠다. 농사를 짓는 것 자체가 최종 목적이 아니라 복음 전파를 위하여 필요한 한 부분을 위하여 농사를 짓는 것이다. 언제나 마음에 먼저 생각할 것은 주신 시간과 건강과 물질과 재능을 드려서 복음을 전하는 일과, 복음을 듣고 교회 안에서 한 몸을 이룬 지체를 잘 세워주는 일에 힘써야 마땅하다는 사실이다. 그 일이 천하를 얻는 일보다 더 귀한 일이기 때문이다. 주여, 이 일을 붙잡고 살아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첫댓글 농사를 짓는 일도, 복음을 전하는 일도 주님의 은혜와 축복이 없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하늘에서 주시지 않으면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오직 감사와 찬송을 드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