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화경, 「신해품 제 4」를 풀어본다(其6)
4-11.
“이리하여 부리는 사람이 한걸음에 달려가 궁자를 붙잡으니,
궁자는 기겁을 하며 볼멘 목소리로 고함을 지릅니다.
<내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붙잡아가는 거요.>
부리는 사람이 궁자를 더욱 단단히 붙들고 억지로 끌고 가니,
궁자는 순간적으로 이런 생각을 합니다.
<아무 죄도 없이 붙잡혔으니 이제 나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구나.>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더욱 겁이 나고 무섭기만 하여 그대로
혼절한 채 땅에 꼬꾸라졌습니다. 아버지가 멀찌감치 서서
이 광경을 보고는 부리는 사람에게 일렀습니다.
<이 사람 필요 없느니라. 억지로 데려 올 것 없으니 얼굴에 찬물을
끼얹어 깨어나게 하고 더 이상 말하지 마라.>
세존이시여, 왜 장자가 그렇게 말했겠습니까.
아버지인 장자가 한눈에 빈털터리 아들의 심지(心志)가 비천하다는
것을 알아보았기 때문입니다.
또 자신은 거부요 높은 지위에 있으니, 아들이 자기를 대하기가
무척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도 알았기 때문입니다.
틀림없이 자기의 아들임은 알았지만 우선은 아무에게도
<이 사람은 내 아들이다>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부리는 사람이 궁자에게 말했습니다.
<이제 너를 풀어줄 것이니 가고 싶은 데로 가거라.>
호랑이 굴을 벗어나게 된 궁자는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습니다.
땅에서 몸을 일으키자 먹고 살 길을 찾아 가난하고 못사는 동네로
급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爾時使者 疾走往捉 窮子驚愕 稱怨大喚 <我不相犯 何爲見捉>
使者 執之逾急 强牽將還
于時窮子 自念 <無罪 而被囚執 此必定死> 轉更惶怖 悶絶躄地
父遙見之 而語使言 <不須此人 勿强將來 以冷水灑面
令得醒寤 莫復與語>
所以者何 父知其子志意下劣 自知豪貴爲子所難
審知是子 而以方便 不語他人 云<是我子>
使者語之 <我今放汝 隨意所趣>
窮子歡喜 得未曾有 從地而起 往至貧里 以求衣食
【풀 이】
●捉519 잡을 착(捕捉)
●愕481 놀랄 악(驚愕)
●稱怨大喚
<악을 쓰며 고래고래 고함치다.>
*稱911 일컬을 칭, 드러낼 칭, 저울 칭
●何爲見捉
<붙잡아 꼼짝 못하게 하는 까닭이 무엇인가?>, 혹은 <왜 붙잡아 가는 거요?>
여기서 <爲見>은 被動을 나타낸다.
●執之逾急 强牽將還
<더욱 단단히 붙들고 강제로 끌고 돌아오다.>
*逾1227 더욱 유(한층 더)
*急462 급할 급(절박하다), 서두를 급(급하게 굴다), 좨칠 급(재촉하다)
*牽793 끌 견(끌어당기다, 牽引車)
●轉更惶怖
<더욱 겁에 질리다.>
●悶絶躄地
<혼절하여 땅에 꼬꾸라지다.>
*躄1198 앉은뱅이 벽, 「3-72」에 이 글자의 용례가 있다.
●而語使言
<부리는 사람에게 일러 말하기를>
●須1351 바랄 수(구하다, 원하다), 잠깐 수(須臾), 모름지기 수(必須)
●醒1256 깰 성(술, 잠이 깨다), 깨달을 성(覺醒), 깨울 성
●寤365 깰 오, 깨달을 오(悟와 通用)
●志意下劣
<마음이 비천하다,> 혹은 <마음이 하찮다.>
요즘 말로, <생각하는 수준이 극히 낮다.>
*下劣은 卑劣, 卑賤, 卑淺, 卑陋, 卑弱 등과 같은 의미.
●自知豪貴爲子所難
*自知豪貴
<스스로 생각해 보니 (아들은 빈털터리 궁자지만) 자기는 굉장한 부자다.>
*難1326 여기서는 어려워 할 난(어렵게 여기다, 얼굴을 맞대고 처신하기가
어렵다)
●審知是子
<이 사람이 아들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다.>
*審367 살필 심, 자세히 심
●云55 이를 운(말하다, 남의 말을 간접적으로 말할 때 쓰인다.)
●得未曾有
여기서는 <세상에 이런 기적도 있구나.>정도의 번역이 적절할 것 같다.
흔히 하는 말로, <용궁 갔다 왔구나>, 혹은 <호랑이 굴을 벗어났구나> 정도.
●以求衣食
<衣食을 구하기 위해>, 혹은 <먹고 살 길을 찾아>
(계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