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시간을 앞두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기도하다
예배당에 도착하면 20분 전인데도 상당히 많은 교인들이 먼저 와서 기도하며 성경을 읽고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기쁘고, 참 귀한 교회로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전에 다니던 교회에서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서 이런 분들이 있는 교회를 찾게 해 주신 것에 늘 감사를 드린다. 그러나 가끔 1층 홀에서 크게 이야기하는 소리가 지하에 있는 예배실에까지 들려오기에 기도하거나 성경을 읽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하므로 그런 것에 조심을 하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잠시 눈을 감고 기도한 후에 간단히 제목을 메모해 두었다가 이제 정리를 해 본다.
1 두렵고 경건함으로 예배하는 자세를 잊지 않아야 하겠다. 주일마다, 아니면 수요기도회 혹은 화요기도회와 새벽기도회까지 참석하시는 분들은 습관적으로 참석하거나, 최선을 다하지 않은 채 의례적으로 참석하기가 쉬울 것이다. 그러나 예배는 지엄하신 하나님 앞에 드리는 것이므로 항상 긴장하고 경외하는 마음을 가지고 최소한 토요일부터 미리 준비해야 하고, 주일에는 경건한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나와야 할 것이다. 어느 교회 혹은 목사님 앞에 가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 앞에 가는 것임을 확인하면서 기도로 준비하고, 자신을 살피고 나가야 할 것이다. 시장이나 도지사만 만나러 간다고 해도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는가? 대통령을 만나러 간다면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고, 정작 만났을 때에는 얼마나 신중하게 말하고 행동하겠는가? 우리가 그리스도의 의를 힘입어 하나님 앞에 당당히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은 큰 은혜이다. 그러나 늘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경우를 생각하며 하나님은 여전히 엄위하신 분이요, 두려우신 분임을 기억해야 하고, 밧모섬의 사도 요한이 예수님을 보고서 보인 반응을 기억하고 우리도 주님 앞에 납작 엎드리어 절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예배를 드린다고 다 받으시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고, 최소한 10분 전에는 도착하여 주보도 살펴보고, 부를 찬송과 설교할 성경구절을 미리 찾아놓고,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예배를 받아주시기를 기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 것은 대표 기도를 맡으신 분들이 좀 더 준비를 잘해서 예배가 단정하게 드려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주일 낮예배 시간에는 목사님들과 장로님들이, 주일 오후예배와 수요기도회 시간에는 권사님들이나 집사님들이 대표로 기도를 인도하시는데 어떤 분들은 미리 준비하여 글로 적어 와서 보면서 기도를 하시기에 함께 기도하는 교인들이 긴장하거나 답답해하지 않을 수가 있는데, 어떤 분들은 준비를 해 오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떻든 기도가 정리가 되지 않아서 함께 기도할 때에 긴장이 되고, 쉽게 아멘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되어 버리는 일이 있다. 예배와 기도를 받으시는 분이 하나님이신 것을 생각하면 한 번의 기도를 담당하더라도 준비하고 또 준비하여 경건하고 거룩한 예배가 될 수 있도록 하여야 마땅할 것이다. 기도의 말을 유창하게 잘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칼빈의 『기도론』을 비롯한 기도에 관한 책들을 읽고 배워서 기도에 담을 내용을 알고, 특히 예배를 위한 대표기도의 성격을 바르게 알고, 자기 개인의 기도가 아니라 모든 교인들을 대표하여 드리는 기도임을 알고 기도해야 할 것이다. 목사님들께서도 예배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런 것들은 정기적으로 교육을 시켜서 하나님 앞에 드리는 예배가 더욱 단정하고 거룩하게 되기를 힘써 주시면 좋겠다. 대부분의 교인을 집사로 임명하고, 시간이 지나면 순서를 따라 대표기도를 시키면 어떤 집사는 아직 예배의 일부를 담당하기에는 너무 이른 분들도 있는 것이 사실인데, 인간적인 관계를 생각하고 모두 기도를 맡도록 하다보면 결국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의 일부가 결핍을 보이게 되고, 하나님께도 심히 죄송한 일이 되고 말겠구나라는 생각을 해 본다.
2 우리의 신분 혹은 정체성을 바르게 알고 예배드리는 자가 되기를 소원한다. 예배자의 마음이 무엇인지는 쉽게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대표기도를 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교인들의 마음이 어떠한지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세상에서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 살다가 주님의 부르심을 듣고 주님께 나아와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주님이 주시는 쉼을 누리는 자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서 크신 은혜와 사랑을 누리며, 장차 누리게 될 영광을 소망하며 살고, 주님이 재림하실 것을 바라보며, 그날까지는 이 땅 위에서 수고하며, 환난을 당하며, 죄와 싸우며 살아간다.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복음을 들고 나가서 전하는 증인의 삶과 신령한 전투를 하는 그리스도의 군사의 삶을 산다. 이런 놀라운 정체성을 잘 깨닫고 비록 온전히 용서받은 죄인이지만 여전히 날마다 회개하며 용서를 구하는 겸손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이고, 그럼에도 하나님의 용서는 너무 놀랍고 귀해서 우리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차고, 우리의 삶엔 감사와 찬송이 넘쳐 흘러야 할 것이다.
가끔 대표기도를 들을 때 기독교가 아니라 불교도나 샤머니즘의 기도인 것으로 느껴지기도 하는데, 지나치게 자기 자신의 처지에서 자기의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으며, 구원의 기쁨과 감사보다는 여전히 범죄하는 것에 대해 회개하는 데에만 치중하고 있어서,-심지어 한참 울먹이기 때문에 묘한 분위기가 되기도 하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크고 놀라운 일들은 어디로 사라져 버리기가 쉽다. 겸손히 통회하는 자세와 더불어 하나님과 하나님의 사역의 놀라운 은총을 감사하고 찬송하는 일이 더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3 코로나 확진자가 되어서 예배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을 생각하며 우리의 연약을 생각하고, 지금 더 충성해야 할 것을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항상 예배에 참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북한을 비롯한 공산국가들에서, 그리고 이슬람 국가들과 힌두교 국가와 유대교의 이스라엘에서는 우리처럼 자유롭게 예배에 참석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전 세계에 코로나가 확산되니까 불신 정부들에서는 예배를 드리지 못하게 하거나 제한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우리나라에서도 예배 시간에 공무원이 들어와서 뭐라고 하거나 심지어 교회를 폐쇄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런가 하면 코로나를 비롯한 질병 때문에, 혹은 사고를 당하여, 혹은 마음에 시험을 받아서 예배에 참석하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만큼 우리는 갖가지 장애와 공격 앞에 놓인 연약한 존재임을 인정하며,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이런 모든 것들을 다스리시고 섭리하셔서 우리가 예배에 참석했던 것을 감사해야 마땅하다.
아울러 지금 예배를 드릴 수 있을 때 열심히 예배하며, 지금 봉사할 수 있을 때 열심히 봉사해야 하고, 지금 작은 일이라도 담당할 수 있을 때 기쁘게 그 일에 충성을 다해야 하겠다. ‘오늘’이 중요하고, ‘지금 하는 일’이 중요하다.
4 마음을 단순하게 갖고 주님과 주님 나라에 대하여 묵상을 하며 하루를 보내자. “순교자의 소리”에 관련한 소식을 보고 읽으면서 늘 하는 생각이 ‘저 사람들은 복음을 전해 듣고 나서 그 복음 때문에 핍박을 받고 혹은 순교를 당하고, 그 복음을 증거하는 일에 모든 것을 드리구나’라는 것이다. 초대교회 성도들도 그리하였으며, 종교개혁 시기와 부흥의 시기에도 늘 그리하였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전혀 다르다. 관심을 기울이는 일도 많고, 하는 일도 많고, 그래서 늘 시간이 부족하고 주님과 교회는 생각과 마음에서 멀어지기가 쉽다. 그것이 심지어 주님의 날인 주일에까지 이어진다면 너무나 슬프다. 예배를 드리러 가면서도 정치 생각, 운동 생각, 요리 생각, 농사 생각 등이 대화로 발전하고, 그것이 예배 시간 특히 기도 시간에도 생각나려고 한다. 가끔 히브리서 말씀을 생각한다. “이미 그의 안식에 들어간 자는 하나님이 자기의 일을 쉬심과 같이 그도 자기의 일을 쉬느니라”(히 4:10). 주일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주님과 주님의 구원 사역에만 집중하기를 소원한다. 주님이 가져오신 참된 안식과, 장차 누리게 될 영원하고 완전한 안식을 소망하고 하루를 보내기를 기도한다.
5 주님 저희가 바른 예배를 드리게 해 주시옵소서. 주님과 주님이 하신 일들을 바르게 알고, 그것을 베풀어주신 은혜를 기뻐하며 찬송하는 저희가 되게 해 주시옵소서. 교인들과 함께 드리는 예배가 더욱 단정하고 경건한 예배가 되게 하여 주시고,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는 증거가 드러나는 예배의 자리가 되게 하시며, 교인들의 마음에 하나님의 음성이 크게 울려서 순종을 각오하고, 사명을 감당하는 삶을 약속하는 예배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 예배를 통하여 하늘나라의 참 예배를 맛보며, 당장 불러가신다고 해도 기쁨으로 떠나갈 수 있는 신령한 예배를 드릴 수 있게 해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