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딱 술 한잔하기 좋게 어둑어둑하고 비도 내립니다. 왼쪽 편에서 후배가 오고 있습니다. )
도봉역 앞 무수골은 지난번에도 ‘이중(中尉)아, 2차가자’란 제목으로 한번 소개한 바 있습니다.
http://blog.daum.net/_blog/hdn/ArticleContentsView.do?blogid=0DWnS&articleno=70186&looping=0&longOpen=)
얼마 전 일요일 친구와 중랑천을 산책하고 예의 무수옥에서 설렁탕을 먹으러 가는데
골목 초입에 삼오집이란 곱창집이 하나 눈에 띕니다.
이집도 상당히 역사가 길 것처럼 예상되지만 다음을 약속하고 지나쳤었지요.
후배가 이번 일요일 강화에서 울트라마라톤을 하는데 절 살살 꼬입니다.
마라톤 끝나고 밴댕이회나 먹자고요,
밤새워 뛰고 나면 운전할 자신이 없으니 꼬이는 거겠지요.
그 후배, 선배 한번 잘 뒀습니다.
그러나 밴댕이회보다도 과연 울트라마라톤이라는 건 어떻게 진행하는지
강화읍에 있는 일제하 직물공장과 강화성당은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기도 하여 그러자 했습니다.
그래서 자동차 키를 전달받는 장소로 이 곱창집을 택했습니다.
( 한쪽 홀에서 다른 쪽 홀을 보고 찍은 사진 )
문을 열고 들어가니 세(3)집을 연결한 음식점은 미로입니다.
홀을 지나 좁은 연결통로를 지나니 또 작은 홀, 그 곁에 문을 지나면 또 다른 홀. 이거 장난이 아닙니다.
누누이 말씀드리다시피 곱창은 그야말로 싸게 서민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요새는 신고도 하지 않고 계급상승이 된 음식들이 많아 내심 괘씸하게 생각하고 있는 터에
그만 간사한 입맛의 꼬임에 다시 한 번 넘어가게 된 것이지요.
( 수유역 진주집도 저렴하긴 하지만 야채를 같이 섞어 순량은 이집이 더 많은 듯 합니다.
가지런히 놓여진 모양이 숨겨졌던 파괴본능을 자극합니다. )
옆자리 손님들 상을 보니 거의 끝나가는 분위기라 어떤 걸 시켜야 좋을지 가늠이 안 됩니다.
그냥 오리지날 곱창 2인분을 시킵니다. 물김치니 양배추샐러드, 깍두기는 나왔는데 주메뉴는 아직도 나오질 않습니다.
“아줌마 간천엽은 맛배기로 안 주~?”
얄밉게도 정식으로 시켜야 한답니다.
곱창 양이 어떨지 몰라 그냥 깍두기나 안주 삼아 베어 물며 좀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드디어 곱창 2인분이 나옵니다.
정방형 철판 위에 가운데는 2열 횡대로 촘촘이 곱창이 줄을 서고 그 앞뒤로 염통이 호위를 하고 있습니다.
“우아~~~” 소릴 연발하며 후배는 입맛을 쩝쩝 다시며 의자 끌어당기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수유역 진주집도 비교적 저렴한 곳이긴 하지만 여기는 곱창이 더욱 푸짐합니다.
아줌마가 불판을 올려놓고 가며 말합니다.
“태우지 말고 드셔~”
( 덩어리 크고 푸짐한 간천엽 )
곱창이 구워지기 기다리며 드는 염통은 군내가 크게 나진 않아 먹기 괜찮습니다.
곱창이 슬슬 익어가니 모두 올려놓았다간 먹는 동안 태울 것 같아
반은 빈 접시에 내려놓고 반만 우선 굽기로 합니다.
태우지 말고 들라는 아줌마 얘기가 맞습니다.
곱창 맛이 괜찮으니 후배는 신이 나서 식탁 아래로 손 놓을 새가 없습니다.
“형, 이집 포스 대단한데요? 아줌마, 여기 간천엽 하나~”
“야! 야! 야~~”
먹어보고 시키자는 내말은 그냥 흘려듣습니다.
요새 후배들 너무 말을 안 듣습니다.
하긴 간 한 접시로 소주 한 병 홀라당 해치우는 후배이니 말을 들을 리 없지요.
동대문 간천엽도 먹어보았지만 여기 정말 물 좋고 양이 푸짐합니다. 맛배기가 없을 만 합니다.
( 기름을 바닥 쪽으로 놓으면 후배가 이내 쫓아와서 다시 뒤집습니다.
"야, 먼저대로 놔야 기름이 빠져~" )
웬만한 곱창집에서 2인분에 간천엽 하나는 간단히 처리하는데 벌써 배가 슬슬 부르기 시작합니다.
불판 한 귀퉁이로 곱창 육즙과 기름이 고이도록 아줌마가 알루미늄 포일을 살짝 올려놓았습니다.
거기에 마늘을 쏟아 익혀먹는데 ‘옷호~’ 이거, 이런 맛은 처음입니다.
입안에 들어가니 녹진녹진하게 익힌 마늘이 부드럽게 짓이겨지며
곱창의 맛이 살짝 터져 나와 그 맛을 뭐라 형용하기 어렵습니다.
“아줌마, 마늘 한 접시 더~~”
( 곱창 육즙과 기름에 익혀먹는 생마늘, 버터기름에 흠뻑 익힌 마늘 같다고나 할까? )
간천엽이 양이 많으니 생선회 남으면 매운탕에 데쳐먹듯이 남은 간을 그 국물에 살짝 데쳐먹으니
커피로 치면 비엔나커피 촉감입니다.
겉은 뜨겁고 익힌 간 특유의 맛이 나며 속은 차갑고 생간의 씹히는 맛이 그대로 전달돼옵니다.
( 비엔나 날간 =3 =3 )
( 볶은 밥은 꼭 먹어야겠디고 버팁니다. )
“야, 이제 그만 먹자~”
“아니요, 형, 밥은 꼭 먹어야 돼요.”
아니 이 사람 요새 마라톤 연습 열심히 하더니 걸신 들렸나?
그러나 나 역시 곁에서 맛있게 밥 볶는 것을 보니 한 그릇 안 시킬 수 없습니다.
“아줌마, 이번엔 막걸리로 한 병 더.”
“야, 오늘은 2차 가지말고 여기서 끝내자.”
( 남은 깍두기도 집어 넣고... )
둘이서 게걸스럽게 처 집어넣습니다.
'아~~ 내 빨래판에 기름 끼겠네~~'
http://blog.daum.net/fotomani
첫댓글 이런 식으로 계~속 드시면 빨래판 금방 망가 지겠는데요 ?
운동을 열심히 하셔야 할텐데 운동하는 시간보다 먹는 시간이 더 많은것 같아서 걱정 됩니다
글세 말입니다. 겨우 생긴 빈약한 빨래판 - 아마 중국산으로 믿어지지만 - 에 때가 낄까
새벽부터 전쟁입니다. 전날을 반추하며 후회하면서... 클 클
그래도 걱정해주시는 분이 있으니 고~맙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