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라는 한 글자의 무게 (힐링햇 칼럼)
-청천벽력과도 같은 충격
현대인의 삶도 바야흐로 100세 시대를 맞이하였습니다. 그저 장수만을 간절히 바라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삶의 질을 논하는 시대가 되었는데요. 건강에 대한 관심도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닌 어떻게오래 사느냐로 바뀌고 있는 추세입니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거의 모든 질병이 정복된 지금까지도 암 만큼은 완벽하게 정복되지 않은 영역으로 남아있습니다. 숱한 연구와 수많은 치료제가 개발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암은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으로 다가옵니다.
누구나 인생을 살다보면 때때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큰 산을 만나게 되는데, 암 판정을 받는 것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산입니다. 넘어야 할 큰 장애물이지만 너무 높아보여 엄두가 나지 않는, 그래서 더 겁이 나는 산이기도 하죠. 암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충격과 공포, 그리고 알 수 없는 두려움은 아마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입니다.
누군가는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생각하며 억울함과 비통함을 토로하고, 누군가는 담담하고 의연하게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남들이 겪지 않은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의 시간을 비워두어야 한다는 건 너무나 억울하고 서글픈 일일 것입니다.
-고통과 상처의 연속
암은 당사자와 그 주변에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인 고통을 안깁니다. 수술과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등을 거치는 동안 심신은 피폐해지고 심리적 피로감 역시 가중됩니다. 암환자들은 보통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평생을 암과의 지난한 사투로 보내게 됩니다.
특히 항암치료는 탈모 등 각종 신체 변화를 동반하는 힘겨운 과정입니다. 항암 치료 후 많은 사람들이 갑작스런 외모변화에 당황하기도 하고 거울에 비친 낯선 모습에 자신감을 잃기도 합니다. 외모에 특히 민감한 여성들의 경우엔 항암가발이나 두건으로 머리를 감추며 힘든 세월을 보냅니다.
암과 싸우는 동안은 그야말로 정신적인 고통의 연속입니다. 생활은 180도 바뀌게 되고 견디기 힘든 극단으로 마음이 흔들리기도 합니다. 때로는 주위의 배려가 모자라서, 혹은 너무 지나쳐서 마음에 상처를 받기도 하죠. 가장 힘이 되어주어야 할 가족이 무관심할 땐 정말 서운한 감정이 이루 말할 수 없죠.
경제적인 타격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죠. 무엇보다 오랜 투병생활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치료에 소요되는 비용은 고스란히 경제적인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물론,다니던 직장을 그만 둘 경우엔 사회적인 위상에도 영향을 주게 되죠. 그 모든 것을 혼자서 이겨내야 하는 암환자들의 고충은 직접 겪지 않은 다음에야 100%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일 것입니다. 암이라는 한 글자의 무게는 인생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운 것입니다.
-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삶
인생을 흔히 마라톤에 비유합니다. 긴 코스를 달리다 보면 죽을만큼 힘든 구간도 있고 잠시 숨을 고르며 페이스를 조절하는 구간도 있기 마련이죠. 그러나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대처법은 다릅니다. 성격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위기에 닥쳤을 때 그리고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스타일은 저마다 다르니까요. 가치관의 문제일 수도, 성격의 차이일 수도 있겠습니다. 암이라는 늪에 빠졌을 때 굴복하느냐 아니면 딛고 일어서느냐는 오롯이 자신의 의지와 결단에 달려있습니다.
암에 대해 관심을 가진분들이라면 누구나 투병 후기나 체험 수기 등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멋지게 암을 극복하고 제2의 삶을 사는 분들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죠. 포기하거나 체념하지 않고 꿋꿋이 암과 싸우면서 결국엔 치료를 마치고 활기찬 일상으로 돌아간 분들을 볼 때면 대단하고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들은 어려운 와중에도 동호회나 모임을 통해 아픔을 공유하며 교류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치료가 끝난 후에도 악기나 운동 등 다양한 취미 생활을 찾아 스스로 활로를 모색하기도 합니다.자기 삶의 진정한 주인으로사는 이들의 모습은 다른 암환자들 뿐만 아니라 암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깊은 감화를 안겨줍니다.
어쩌면 '암'이란, 인생에 대해 하나씩 깨달아나가는 '앎'의 한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삶의 면면이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보이기도 하고, 가치관이나 인생관에 크나큰 변화를 겪기도 하기 때문이죠.
질병 앞에서 인간은 누구나 나약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경험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그릇이 커지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암을 통해 경험한, 누구도 가지지 못한 소중하고 특별한 시간들은 앞으로도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큰 재산이자 삶의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그건 아마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 자신을 넘어선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그런 것이겠죠.
[출처] [힐링햇 칼럼] 암이라는 한 글자의 무게|작성자 힐링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