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신영복)
남한산성 교도소는 목욕탕이 주벽(主壁) 바깥에 있습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왔을 때입니다. 주벽에 딸린 쪽문을 통해서 일렬로 죽 늘어서서 맨발로 목욕장으로 향했습니다. 쪽문을 나서야 시야가 멀리 열리면서 푸른 보리밭 무연히 펼쳐져 있었습니다. 바깥은 벌써 봄이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등 뒤에서 갑자기 내 허리를 껴안으면서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신 중위님. 나 진짜 살고 싶어요!” 그였습니다. ‘푸른 보리밭은 ’지금도 내게는 그때의 기억과 함께 ‘생명’의 벌판입니다. - 신영복 <담론> 중에서 -
첫댓글 신영복 선생님의 '보리밭'은 아련한 슬픔을 줍니다.
그가 살고 싶었던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날들에 더욱 더 감사하게 됩니다.
푸른 보리밭이 이토록 슬프게 다가오다니. . . . . .
영화 마더의 마지막 장면이 겹쳐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