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전병 전 윤 호 (1964~ )
강원도 정선 오일장에 가면 함백산 주목처럼 마른 할머니들이 부침개를 파는 골목이 있지 가소로운 세월이 번들거리는 불판에 행운처럼 얇은 메밀전을 부치고 설움이 삭고 삭은 묵은지를 도마 위에 다져서 전병을 만들지 참 못생기고 퉁명스러운 서방이 이불 둘둘 말고 잠든 모양 한 입 씹으면 인생의 매콤한 맛을 느끼지 함석지붕을 때리는 소낙비를 들으며 옥수수 막걸리를 마시던 친구들은 하나 둘 사라지고 뒤통수만 보여주며 달아나던 처녀들도 간 곳 없는데 이 땅의 하늘을 떠받친 태백산맥 아래 아라리 흐르는 강 사이로 메밀전병 부치는 할머니들은 고소한 기름 냄새 풍기며 아직 그 자리에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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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메밀 전병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묵은 김치의 기막힌 양념 맛인데
언젠가 먹어본 맛없는 전병에 다시는 먹게 되지 않았는데
차라리 메밀만 부쳐서 간장에 찍어 먹는게 더 오리지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