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비토리오 데 시카
출연 리아넬라 카렐
개봉 1948 이탈리아
실업자 리치가 오랜 실업기간에 종지부를 찍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간신히 얻어낸 직업은 거리를 돌아다니며 포스터(벽보)를 붙이는 일이다. 이 일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개인 자전거를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 리치의 자전거는 이미 갓난 아이를 포함한 네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해 전당포에 보관되어 있다. 이 조건을 들은 아내는 "이불 없이도 잘 수 있죠..?" 라는 질문과 함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침대 이불을 모두 거두어 전당포에 맞긴 후 자전거를 찾아온다.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들고 즐겁게 일터에 나서기를 잠깐, 사다리에 올라 작업을 하던 중 어떤 청년이 나타나 리치의 자전거를 훔쳐타고 도망을 가고.. 이후의 줄거리는 아직 어리기만 한 아들 브루노와 함께 도둑맞은 자전거를 찾는 여정으로 전개된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찾아낸 자전거 도둑 청년. 그러나 리치가 자전거의 소재를 묻자 곧 청년은 간질발작으로 거품을 물고 쓰러지고, 소동을 지켜보던 청년의 동네사람들이 몰려와 증거가 있느냐며 도둑청년을 감싼다. 심증은 있되 물증이 전혀 없는 상황에선 경찰의 도움도 소용이 없고,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리치와 브루노는 그 마을을 쫓겨나다시피 떠나게 된다.
자전거를 되찾을 수 없기에 이제는 일을 할 수 없게된 리치, 종교,경찰, 미신이 모두 무기력한 사회 속에서 악에 바친 리치는 결국 남의 자전거에 손을 대나, 어설픈 절도실력으로 인해 현행범으로 붙잡히고 만다. 아들 브루노가 보는 앞에서 뺨을 맞고 욕을 먹는 등 온갖 멸시와 모욕을 받는 리치. 멀찌기서 지켜보던 브루노는 아버지를 질책하는 군중들 틈에 파고들어 리치의 손을 잡고, 이를 본 자전거 주인은 마음을 바꾸어 더 이상 리치의 죄를 묻지 않겠다며 리치와 브루노를 풀어준다.
<어느 시청자의 소감문>
만일, 리치가 자전거를 훔치는데 성공했다면, 리치는 행복해질 수 있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늘 훔친 자전거와 마주치며 죄책감에 시달렸을 것이고, 자전거 주인이나 다름 목격자와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늘 초조한 삶을 살았어야 할 테니까. 그런 떳떳하지 못한 마음으로 아들 브루노의 얼굴인 들 제대로 볼 수 있었을까.. 영화의 끝까지 리치의 불행은 전혀 해결되지 않지만, 자전거를 훔치는데 성공하거나, 자전거를 훔치다 붙잡혀 경찰에 인도되어 감옥생활을 하는, 두 가지 경우보다 리치의 미래는 훨씬 밝아보인다. 그는 이른바 바닥을 친 것이다. 비록 앞으로는 자전거가 없는 삶을 당분간 살아야 하겠지만, 그는 자전거를 훔치지 못함으로써 누군가를 또 자전거 도둑으로 만들 수 있는 연쇄의 연결고리를 끊은 셈이고, 자전거주인의 자비로운 용서를 통해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사회를 살아가더라도 여전히 희망이 존재함을 말해주고 있으니까. 나는 이 영화의 마지막 페이드 아웃(Fade Out)을 보며, 다음 날, 아니 조만간이라도 리치에게 새로운 일감이 떨어질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가 필요없는데도 보수가 썩 좋은 그런 일감 말이다. 어쩐지 조만간 이불도 필요없을 정도로 날씨마저 따뜻해지지 않을까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