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개의 공감중에서
언니의 잔소리 때문에 죽고 싶습니다.
저는 삼수생입니다. 언니와 둘이 생활한 지 두세달이 지났고, 그 동안 타인이라고는 남자 친구 외에 아무도 만나지 않습니다. 수능이후로 무슨일을 해도 허망하고, 즐겁지가 않습니다. 저는 열정으로 가득했던 과거의 제 모습을 되찾고자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성 영화제 티켓을 예매하기도하고 관심 분야의 책을 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언니입니다. 언니는 지금 그런 일잉나 할때냐며, 수능 고부나 하라며 저의 실패를 가정하는 말을 합니다. 언니가 그러면 잠시나마 샘솟던 열정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그리고 또 자기안에 틀어박혀 무기력으로 점철된 채 아무 일도 하지 않게 됩니다. 너무 화가 치밀 때는 칼을 들고 자해하고 싶은 충동이 있습니다. 실은 과거에 언니가 재수할 때 제가 언니를 많이 괴롭혔습니다. 사사건건 언니 일에 간섭하고 감히 잔소리하고 악담을 퍼부었습니다. 지금이 남자 친구 만날때야, 정신차려라 는 식의 말을 시도 때도 없이 했습니다. 지금은 언니가 그 역할을 합니다. 혹시 과거의 일로 그러는가 싶어서 물어보았더니 언니는 그런 것 같지 않다고 말합니다. 다만 지금의 제 모습이 너무나 실망스럽다는 겁니다. 제가 미친듯이 소리치고 분노를 표출해서 그런지 지금은 언니가 함부로 말하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언니의 눈빛은 여전합니다. 인정하비 못하겠다는 그 눈빛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위축됩니다. 한번씩 이런일 있을 때마다 이성을 잃고 분출하는 분노가 제 명을 갉아 먹는 것만 같습니다.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언니를 변하게 할수 있을까요..-- 동생
언니에게 사과하고 도움을 청합니다.
한 사람의 정신 구조 형성과 심리 발달에 가장 깊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부모입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인물은 형제자매입니다. 형제자매가 서로 닮은 것은 유전자와 환경을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형제자매가 서로 닮은 것은 유전자와 환경을 공유하기 때문이기도하지만 무엇보다 서로를 동일시하면서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형제 자매가 태어나면서부터 서로를 사랑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성에 대한 환상처럼 자매애나 형제애에도 얼마간의 환상이 존재합니다. 형제자매는 태어나는 순간 결코 서로 사랑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본질적으로 경쟁하는 관계입니다. 출생직후부터 엄마의 사랑을 두고 서로 질투하거나, 성장하면서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는 물질을 두고 서로 시기합니다.
아이들이란 원래 싸우면서 큰다. 는 말로 바로 그 원초적 질투나 시기심에 관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성장한 후에도 형제자매는 각자에게 부과되는 책임과 의무를 견주어 가며 서로 시기합니다. 부모가 사망한 후 유산을 놓고 싸우는 자식들을 볼 때면 저들이 죽은은 부모한테까지 덜 받은 사랑을 내놓으라며 조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듭니다.
동생분이 언니에 대해 느끼는 선연하고 과도한 감정들을 읽고 있자니 그것이 아주 오래된 두텁게 쌓여 온 것임을 생생하게 느끼게 됩니다. 생애 처음부터 시기하고 질투하여 형성되어 온 온갖 갈등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구나 싶습니다. 묵은 감정들이 일제히 터저 나오기 때문에 당면한 사안에서 느낄 만한 것보다 더 강한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우선 동생 분이 언니에게 너무 큰 권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시면 좋습니다. 언니에게 부모 이미지를 투사하면서 심리적
=> 타인지향적이다.
정서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언니의 사소한 말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더 큰 힘을 쥐고 있고 내가 그에게 휘둘리는 부수적인 존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어떻한 문제도 해결할수 없습니다. 그런 생각은 엄마에 의해 수동적으로 양육되던 유아기에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실제로 언니는 동생보다 고작 두세살 많을 뿐이고, 두분은 동등한 성인입니다. 언니가 뭐라든 신경써 주는 것은 고맙지만 내일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마음으로 대응할수 있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어니니를 변하게 할수 있을까를 기대할게 아니라 자신이 변해야 문제를 해결할수 있습니다.
형제자매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려면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받은 이후에야 가능하다고 합니다. 자신의 욕망이 먼저 충족되어야 비로서 타인의 욕망을 돌볼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것도 형제자매이기 때문에 저절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내 엄마가 사랑하는 대상이기 대문에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그 후 가족은 서로 사랑해야 한다고 교육받으면서 그 당위적 명제 아래 질투나 시기심을 억누르고 외부 세계에 공동대응하는 혈맹의 연합군이 됩니다. 그렇게 억압된 질투와 시기심은 친구나 동료와 같은 외부의 대상에게 옮겨집니다. 부모와의 관계가 직장상사나 연장자와의 관계에 영향을 주듯, 형제자매와의 관계는 친구나 선후배와의 관계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동생분은 우선 예전에 언니에게 했던 잘못된 일에 대해 사과하시기 바랍니다. 언니는 그 일 때문에 지금 화를 내는 건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정직한 대답이 아닙니다. 오히려 언니가 그때 서운했다. 그런데 이제는 괜찮다. 는 식으로 말하는 편이 더 건강하고 안심할수 있는 반응입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본심을 숨기고 있거나, 그 감정을 너무 깊이 억압해 두어 자각하지 못하거나, 첫번째 보다 더 위험한 것이 두번째 상태입니다.
=> 예를 들면 동생을 너무 미워했지만 그것을 들어내면 어머님이나 부모님 등 주 양육자로부터 사랑을 인정을 받지 못할 위험에 처해 있을 수 있어 그것을 무의식적으로 억압할수 있다.
언니 내면에는 예전의 분노나 모욕감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시고 언니의 마음을 풀어주세요....그런 다음 언니에게 감사를 표하고 도움을 청하세요....형제 자매들이 아주 범하는 오류 가운데 하나는 언니나 형이 지나친 책임감을 떠안고 동생들은 과도한 의존성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동생들은 언니나 형이 원래 그런 역할을 하도록 타고난 사람인 듯 여기며 보살핌과 수용을 당연한 것처럼 누립니다. 하지만 형이나 언니도 의존하고 투정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환경 때문에 더 서둘러 성장할 수 밖에 없었던 아이입니다. 언니의 내면에도 동생처럼 보살핌을 받고 싶어 하는 아이가 존재합니다. 동생과 단 둘이 살게 되면서 언니는 보호자 역할까지 맡으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언니의 이해심과 보살핌을 당연하게 받아들일게 아니라 고마움을 느끼셔야 합니다. 고마움을 직접 전달하고 시험 공부를 하는 동안 만이라도 말투와 행동을 조심해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하세요. 언니는 금방 알아듣고 개선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동생 분이 삶을 운영하는 원칙 한 것지를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상에서 처리해야 하는 일에는 중용한 일과 덜 중요한 일, 긴급한 일과 덜 급한 일이 있습니다.
전화벨이 울리고, 아기가 울고, 다리미에서 연기가 나고, 화장실이 가고싶고 ... 그런 상황일때 어떤 일부터 하겠는가? 농담처럼 이런 질문을 주고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수능공부를 해야하고 남자친구를 만나야 하고, 언니와의 갈등을 풀어야 하고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 동생분은 어떤 일부터 해야 할까요?
생의 어느 시기든 그 시절에 더 중요하고 긴박한 일을 선택해서 온 힘을 기울일수 있는 능력, 그것이 생을 결정짓느 변수입니다.
지금 동생 분에게는 수능공부가 가장 긴박하고 중요한 일입니다. 그에 비해 여성 영화제나 고양서적은 덜 급한 일입니다. 동생 분은 아마도 영화제 관람이나 교양서적 읽기를 수능 공부의 압박감으로 부터 회피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듯합니다.
삶에는 현실 원칙과 쾌락 원칙이 있습니다. 아직 주도적으로 현실의 삶을 살지 않는 아기는 즐거운일, 만족스러운일, 쾌락을 주는 일만 좇아도 됩니다. 그러나 초등학생만 되어도 하기 싫은 일, 불편한 일, 고통스러운 일을 해내야 합니다. 그것을 현실원칙이라 합니다 . 우리의 일상은 현재 원칙에 속하는 85퍼센트의 일거리와, 쾌락 원칙에 속하는 15퍼센트의 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즉각적인 욕구 충족을 지연시킬수 있는 능력,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할수 있는 능력, 고통스럽더라도 현실적 삶을 돌보는 능력등은 반드시 배워야 하느 소중한 삶의 기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