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의 이해, 로버트 스콜즈 외, 김정수외 역, 평민사, 1993.
한때는 공상과학소설이라고 번역되기도 했던 ‘SF’라는 장르는 ‘science fiction’의 약자이다. 과학이론이나 과학적 상상역을 바탕으로 하여,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다룬 것으로 이해되었다. 해당 용어의 번역에서 ‘공상’이라는 단어를 굳이 사용한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였을 것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언제부턴지 ‘SF’라는 용어는 잘 사용되지 않고 있는데, 거대한 스케일이 아니더라도 ‘과학 이론’을 기반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들이 적지 않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설이나 영화 등에 서로 다른 시대를 배치하여 등장인물이 서로 오가게 하거나, 거대한 우주의 생명체를 등장시키는 등의 소재를 취하는 것이 보편화되었다.
한 작품에 둘 이상의 시간대를 설정하여 인물들이 오가거나 교감하는 내용을 전개하는 것을 일컬어 ‘타임 슬립(time slip)’이라는 용어로 지칭하는데, 이처럼 ‘SF’라는 용어보다 그것을 잘게 나누어 하위의 장르로 구분하는 것이 이제는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고 하겠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이러한 기법이 자주 활용되다보니 이제는 작품의 소재로 과학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아직은 불가능하지만 언젠가는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는 독자들도 적지 않다. 따라서 ‘SF’라는 장르를 ‘공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고, 영어 그대로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만큼 빠르게 과학 기술이 진전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18세기 후반에 시작된 ‘SF’의 역사와 의미를 주요 내용으로 하여, 문학사 혹은 독자들로부터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크게 3개로 구분될 수 있는 목차에서, 첫 번째 항목은 메리 셸리의 <프랑켄쉬타인>으로부터 시작된 SF의 ‘역사’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대체로 1970년대까지의 작품을 다루고 있기에, 21세기에 들어 급격하게 발달된 새로운 작품이나 기법들은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듯하다. 결국 작품에 활용된 과학 이론이나 기법들이 창작 당시의 과학이론의 수준 혹은 상황을 반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이 책을 통해 SF라는 장르의 역사와 전개 과정을 훑어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두 번째 항목인 ‘과학’에서는 ‘SF’에서 과학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해당 작품을 통해서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물리학과 천문학’을 필두로 ‘컴퓨터’와 ‘열역학’, ‘생물학’과 ‘심리학’ 그리고 ‘의사 과학’ 등의 기법이 활용된 작품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여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 ‘비전’이라는 항목에서는 SF의 ‘형식과 주제’를 설명하면서, 저자들이 뽑은 ‘10대 SF’ 작품의 목록과 그 내용들을 거론하고 았다. 개인적으로 ‘SF’라는 장르를 선호하지 않기에, 이 책에서 소개된 작품들 가운데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작품은 그 제목조차 나에게는 생소하게 다가왔다. 그렇지만 이러한 선행 작품들이 있었기에 21세기에도 여전히 과학이론 혹은 기법을 활용한 흥미로운 작품들이 탕작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하겠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