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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세포가 인간이 되기까지 편견을 뒤엎는 발생학 강의’라는 제목의 책이다. 사람이나 동물이 하나의 세포에서 완전한 모습을 갖추기까지 모든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을 일컬어 발생학이라고 하는데, 이 책을 통해서 ‘발생학’이란 학문 분야를 처음 접해보았다. 즉 태어나기까지의 하나의 세포가 어떠한 변화 과정을 거쳐서 하나의 개체로 성장하는지에 대해 전 과정을 연구하는 분야라고 이해할 수 있겠다. 과거 사기로 밝혀져 전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줄기세포 연구’도 발생학의 한 분야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분야의 연구는 앞으로 난치병을 치료하고 그에 걸맞은 약을 개발하는데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저자는 과학 잡지에 연재했던 내용들을 모아서 이 책으로 엮어냈다고 하는데, 고등학생이 읽고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자세하게 그 내용들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전체 7강으로 구성된 책의 내용은 ‘1등 정자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첫 번째 강의를 시작하고 있다. 저자는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나의 난자를 차지하기 위해 열심히 헤엄쳐서 가장 뛰어난 정자가 수정에 이르는 장면’은 상성으로 만들어진 것일 뿐 사실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라고 단언한다. 이러한 모습은 ‘정자의 관점에서 수정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며, 그러한 이미지를 통해서 ‘남성은 적극적이고 여성은 소극적이라는 고정 관념’을 형성하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설명하고 있다.즉 정자가 난자에 도달하기까지에는 여성의 자궁이 조력자 역할을 하고, 근육의 움직임을 이용해 정자가 나팔관 쪽으로 서서히 이동함으로써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정자와 난자의 수정에 있어서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며, 배란 전에 난자 역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축복에 가려진 그녀의 이야기’라는 두 번째 강의는, 난자 형성에 이르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고 완전한 모습을 갖추지 않은 난자로 인해서 자연 유산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대체로 임신을 한 후 자연 유산이 되면 그 모든 책임을 여성들에게 지워왔던 관습을 이제는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저자는 ‘자연 유산의 약 60퍼센트는 엄마의 행동과 무관’하며, 오히려 ‘배아 세포 내에 정상보다 너무 많거나 적은 유전자’가 있는 경우에 배아는 더 이상의 성장을 멈추며 자연 유산으로 진행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사실 역시 발생학 분야에서 다양한 임상 실험을 통해 밝혀낸 사실이며, 이러한 연구를 잘 활용하면 앞으로 임신이 어려운 ‘난임’의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 기대된다.
이어지는 강의는 ‘학교에서 배우다 만 유전자’(3강)와 ‘가까운 듯 먼 그대 이름은 줄기세포’(4강)라는 제목으로, 성염색체와 줄기세포의 역할과 의미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여기 세포 리필 부탁해요’라는 제목의 5강에서는, 하나의 세포에서 어떻게 다양한 장기와 신체로 분화되는지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줄기세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발생학 실험실에서는 줄기세포를 이용해서 각종 장기를 형성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밝히고 있다. 하나의 세포가 분열하면서 그에 따라 기능이 분화되면서 구체적으로 다양한 장기와 신체를 이루는 신비한 과정을 ‘생애 가장 중요한 시간’이라는 제목의 6강에서 다루고 있다. 마지막 7강은 ‘비커밍 휴먼’이라는 제목으로, 하나의 세포가 인간이 되는 과정에서 세포 사이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배아가 성장하는 과정과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은 어딘가 많이 닮아 있’고, 이러한 과정 ‘모두가 정해진 규칙과 정해지지 않은 환경에 반응하며 쉴새없이 자기 몫을 해내는 시간’을 견뎌내야만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발생학의 기본 개념으로부터 인간이 태어나기까지의 과정을 쉽고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간혹 필요한 부가 정보는 ‘실험실을 나온 과학’이라는 코너를 통해서 해당 항목의 마지막에 그 내용을 소개하기도 한다. 생물학에서는 수정과 탄생 과정을 아주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지만, 실상 하나의 개체가 탄생하가까지 수많은 과정과 비밀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발생학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어렵지 않게 소개해 준 저자의 설명도 그러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저자가 강조하듯이 발생학이 생명을 다루는 분야이다 보니, 자칫 윤리적인 문제에 부딪힐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연구의 방법과 내용을 기술 혹은 기능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윤리적 고민을 동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 있다고 하겠다. 물론 그러한 고민은 어쩌면 과학과 윤리의 경계선상에 위치한 대단히 민감한 문제임은 분명하다. 결국 윤리적 문제들과 과학 기술이 공존할 수 있는 조화로운 방법을 추구하겟다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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