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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을 하는 이들은 '오늘 하루 나에게 가장 좋은 파도’를 ‘오늘의 파도’라고 일컫는다고 한다. 경력이나 수준이 서로 다르기에 남들이 멋지게 서핑을 할 수 있는 파도가 반드시 자신에게도 좋은 파도라고 할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자신이 즐길 수 있는 파도를 잡아서 서핑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서퍼들에게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하겠다. 비단 그것은 서퍼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표현이 될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자신을 비하하거나, 과도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좌절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파도’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신이 발 딛고 있는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 책의 저자는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활동하면서 우연히 접한 서핑에 빠져들어, 이제는 회사를 그만두고 서핑을 위해서 장기간 해외체류를 꿈꾸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자신의 계획을 잠시 미뤄두고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계획을 언젠가는 실행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그러한 계획은 잠시 미뤄두었지만 ‘남은 생애 동안 바다와 함께 할 것이며 어둠 속에서도 푸른 일렁임을 발견할 것’이라는 저자의 다짐은 확고하다고 느껴졌다. 취미란 어쩌다 즐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 익숙하게 되어 규칙적으로 즐길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주말마다 바다를 찾아 파도를 즐기는 저자에게 서핑은 분명 자신만의 확고한 취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핑을 취미로 즐기기 전에는 직장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해서 쉽게 지치고 힘들었다고 여겼지만, 저자는 이제는 주말의 서핑으로 인해 직장 생활마저 즐기게 되었다고 강조한다. 주말마다 고향인 제주를 찾아 함께 서핑을 즐기는 이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저자의 모습이 충분히 느껴졌다. 서핑을 통해서 삶의 활력을 발견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같은 취미를 즐기는 이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아울러 서핑이라는 자신의 취미를 소개하고자 글을 쓰면서 정리하는 동안,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맞이하는 글’에서 ‘서핑으로 이끈 삶의 모든 우연과 앞에 펼쳐졌던 풍경들 그리고 그 시간을 할애해준 이들’이 있기에 현재의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봄부터 겨울까지 바다에 몸을 맡기며 파도를 타기 위해서 즐기는 서퍼들의 모습이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에서 그려질 듯했다. 나 자신은 물과 그리 친하지 않아 수영이나 서핑을 좋아하지 않지만, 서핑을 즐기는 이들을 보면 때로는 부럽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수영이나 서핑과 같은 물에서 하는 취미는 현재의 내가 몰입할 수 있는 것들이 될 수 없다는 것도 너무도 분명하다. 다시 말하자면 저자에게는 몰입할 수 있는 취미가 서핑이겠지만, 다른 이들도 역시 몰입할 수 있는 자신만의 취미가 있을 것이다. 서퍼로서의 저자가 자신에게 걸맞은 ‘오늘의 파도’를 즐기듯이, 독자들 역시 후회하지 않을 ‘오늘의 삶’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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