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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소설가로 활동했고, 언젠가 독일로 건너가 정착하면서 고고학을 공부했던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작가가 왜 한국을 떠나 외국에 정착했고, 그곳에 머물면서 고향을 그리워했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작가의 시와 소설 작품들을 읽으면서 항상 외로움이나 그리움 등이 짙게 배어있다고 느꼈다.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의 감정을 안겨주었는데, 일단 제목인 <모래도시>라는 것부터가 뭔가 황량하고 쓸쓸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고 하겠다. 2018년 가을에 작가의 부음을 들었고, 그동안 출간했던 시집과 소설집들을 하나씩 읽어보고 있는 중이다.
이 작품에는 주요 등장인물로 모두 3명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각자 자신의 고향을 떠나 독일의 ‘ㅁ시’의 사설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독일인인 슈테판과 한국을 떠나 독일로 유학을 온 ‘나’, 그리고 내전 상태인 레바논의 베이루트를 떠나 시리아에 살다가 독일에 온 파델이라는 인물이 바로 그들이다. 작품은 이들 세 사람이 각자의 입장에서 자신이 살아온 길을 ‘회상’하는 이야기와 다시 ‘또 다른 회상’을 통해서 그들이 서로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제시하고 있으며, 마지막 ‘우리들의 모래도시’를 통해서 각자의 입장이 아닌 ‘우리’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끝맺고 있다.
독일의 어느 항구 도시에서 청어절임을 만들어 파는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슈테판은 항상 그 항구도시를 떠나기를 기원했고, 마침내 그곳을 떠나 독일의 ‘ㅁ시’의 대학으로 진학을 한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작품을 이끌어가는 ‘나’라는 인물은 한국에서 아버지가 병으로 죽고, 서울에서 힘겹게 살다가 독일로 유학을 온 것으로 제시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파델이란 인물은 내전 중인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시리아로 탈출하여 지내다가, 가족들과 헤어져 독일로 떠나온 처지이다. 그리고 그들과 주변 인물들의 얽힘과 사연들에 관한 내용이 각자의 ‘회상’을 통해 작품을 이끌어가고 있다. 독일에서 가끔 시를 쓰면서 고고학을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그려진 ‘나’라는 인물은 아마도 작가 자신을 염두에 두고 형상화된 것으로 이해된다.
이들 세 인물들이 그려내는 ‘고향’은 각자에게 정을 붙이고 살아가기 힘든 상황이며, 그래서 많은 이들이 모여있지만 결속력이 없고 결국에는 흩어질 수밖에 없는 모래와 같은 도시로 제시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새롭게 모여든 도시도 역시 그들의 삶을 단단하게 고정시켜주지 못하고, 끝내는 그들이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의미에서 또 다른 ‘모래도시’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작품의 마지막 항목의 제목을 ‘우리들의 모래도시’라고 명명했을 것이다. 작품의 등장인물들에게 주어진 과거와 현재의 상황은 결코 희망적이라고 할 수 없으며, 그들의 미래 또한 희망적일 것이라 기대할 수가 없다고 하겠다. 작품을 다 읽은 후, 조금은 음울하고 쓸쓸한 기분으로 책을 덮었던 것으로 기억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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