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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다가, 문득 주위의 사물들이 특별하게 인식되는 순간을 겪어 보았을 것이다. 그러한 일상의 특별함에 주목하여 깊이 고민하여 무언가를 깨우친다면 그것이야말로 바로 그 사람의 ‘인생철학’이라고 이름 붙일 수가 있다고 하겠다. 이 책은 염소 시즈카의 일상에서 특별하게 다가온 하루의 모습을 소개하면서, 누구에게나 그러한 경험이 닥칠 수 있음을 드러내고 았다. 주위의 사물과 다른 존재들의 움직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 의미를 고민해보지만, 지속되는 나날의 생활로 인해 그 관심이 금세 잊히거나 희미해지곤 한다. 그러나 한번 관심을 가졌던 특별한 일상이 언젠가 다시 찾아오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염소 시즈카가 강으로 물을 마시러 가는 것은 매일 반복되는 일과였을 것이다. 하지만 강에서 만난 메기가 ‘먀음이 숙연해지는 노래’를 만들었다며 들려주지만, 시즈카는 그저 물속에서 ‘보글보글 공기 방울만 올라올 뿐’인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메기에게는 ‘숙연한 노래’가 시즈카에게는 제대로 전달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로 인해 주위의 사물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시즈카는 ‘언덕에 올라 매미의 노래를 들으면 풀을 뜯’으면서, ‘숙연해지는 게 뭔지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이내 노래가 멈추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매미를 목격하게 되었다. 아마도 나무에서 노래를 부르다 짧은 생을 마친 매미의 마지막 순간을 보게 된 것이라고 하겠다.
나무에서 떨어진 매미를 끌고 가는 개미들에게 그 까닭을 묻지만, 개미들은 그저 ‘대답도 없이 바쁘게 움직이며 수풀 속으로 들어’갈 뿐이었던 것이다. 개미를 뒤다라가던 시즈키가 수풀아래에서 거미줄에 맺힌 이슬방울을 발견하고, 아름답다고 느낀 것도 아마도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이라고 하겠다. 아침이슬에게도 아름다운 까닭을 묻지만 대답을 들을 수 없었으며, 다시 두껍이를 만난 그 이유를 묻지만 아침밥을 찾아 급히 떠난다는 대답이 돌아올 뿐이다. 그리고 죽은 매미가 노래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시즈카에게 메추라기는 그저 죽은 매미는 먹이로 인식될 뿐이다.
눈앞에 ‘부풀어 오은 꽃봉오리에서 여린 잎이 사알짝 고개를 내밀었’기에, 시즈카는 그저 먹이로 여겨지는 꽃봉우리를 ‘덥석, 먹어버렸’던 것이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메뚜기는 그 모습을 보고 ‘시즈카가 에뿐 꽃봉오리를 먹어 버렸’다고 소리를 치는 모습이 연출된다. 메뚜기에게는 아름다운 꽃봉오리가 염소 시즈카에게는 그저 먹이에 불과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꽃봉오리와 매미 그리고 이슬방울을 생각하며 훌쩍이다가, 풀밭에서 잠이 든 시즈카의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다시 깨어난 시즈카는 자기 전에 자신이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고, 다른 동물들과 어울려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끝나는 내용이다.
누구에게나 특별하게 여겨지는 하루가 있을 터이지만, 반복되는 일상에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공감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드러내는 내용이라고 하겠다. 아울러 그러한 특별한 기억을 깊이 되새기지 않는다면 그 의미조차 쉽게 잊힐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매기가 환기시킨 ‘숙연함’이라는 감정 역시 염소 시즈카나 다른 동물들에게는 별다른 느낌을 안겨주지 못하고, 그저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일상’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면, 그것조차 평범한 일과가 될 뿐이라는 사실을 환기시키고 있다고 여겨진다. 아울러 시즈카에게도 특별한 일상은 반복되는 나날의 흐름 가운데 쉽게 잊히는 하루가 되었을 뿐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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