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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 나에게 그 의미가 선뜻 다가오지 않았다. 이 책의 서문을 읽으면서, 위에서 인용한 구절을 보았을 때 왜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제목은 앞에서 인용한 카프카의 말에서 영향을 받아 지은 것이라 한다. 기존의 생각을 마치 도끼로 깨뜨리듯 명징하게 부술 수 있는 내용을 담아야만 책의 가치가 있다는 저자의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 읽었던 책의 구절들을 토대로, 그 의미와 성격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펼쳐내고 있다.
이 책의 목차를 하나의 주제로 8번에 걸쳐 진행했던 인문학 강좌의 원고를 정리하여 책으로 묶어 내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는 나와 전혀 다르게 책을 읽고 있다고 느꼈다. 예컨대 나 역시 최인훈의 <광장>을 십여 차례 읽었지만, 전체적인 줄거리와 의미를 토대로 작품 속의 상황과 주인공들의 심리를 통해서 느껴지는 바가 매번 새롭게 느껴졌다. 물론 저자도 이러한 점을 도외시하지는 않았지만, 저자는 <광장>이란 작품에 나오는 특정 구절을 중심으로 이 소설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의미를 찹아내고 있었다.
문득 저자가 광고가 전공이라는 사실에서, 국문학을 전공하는 나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른바 ‘미문(美文)’이라 평가를 받는 김훈과 알랭 드 보통의 글들에 대한 감각적인 인식, 그리고 지금은 ‘미투’의 한복판에서 지탄을 받기도 하는 고은의 시를 통해서 특정 구절의 통해 글의 의미를 탐구하는 저자의 안목에 주목할 수 있었다. 광고를 전공으로 하는 저자의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김화영과 카뮈를 통해 들여다보는 지중해의 의미를 탐구하는 내용이라고 여겨졌다.
쿤데라와 톨스토이의 작품들에 대해서는 특정 구절이 아닌, 전체저인 스토리를 중심으로 논의를 펼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나 역시 오래 전에 ‘프라하의 봄’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쿤데라의 작품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저자의 반짝이는 인식이 돋보이는 부분은 역시 특정 문장에 집중해서 자신만의 생각을 펼쳐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광고가 전공인 저자와 나의 책을 읽는 관점과 시각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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