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
여름 개들의 끝 절망
여름이 지나갔다, 그래서 폭죽이 아름다웠다.
마을 아이들이 무르팍을 깨먹고 피를 철철 흘리는 날이면 나는 순수를 견딜 수 없었다.
꿈속에서 나는 사랑을 만드는 사람이었다. 누구에게나 슬픔을 속삭이고 두 손을 맞잡으며.
연회장에서는 춤을.
우리, 더러운 입술로 비밀을 나누자. 몰래 뒷문으로 나가는 건 어때?
이름 모를 골목에서 버려진 채로 깨어나고 싶다.
저기,
외눈 고양이가 벽을 타다 바닥에 고꾸라진다. 뒷발이 박살난 줄도 모르고……
―무슨 소원 빌었어?
―부디 잠든 채로 편안히 죽기를.
주말 광장에는 언제나 종교 집회가 한창이었다.
오 나의 신이시여.
내가 느끼고 싶은 건 조물주의 모든 슬픔.
정말로 우리가 같은 해변의 모래알로 빚어진 걸까.
피똥을 싸던 들개 두 마리가
갑작스러운 폭죽에 놀라 뒷걸음칠 때.
―여름이 지나가고 있어.
―아니. 내가 너를 지나가고 있어.
서로의 소금기 묻은 팔뚝을 핥아주며.
오 나의 연인 개여.
물구나무서서 턱이 빠지도록 웃었지. 다시는 울지 않겠다고 약속해서.
천사 잠
폭우입니다. 누군가의 비명인 줄 알았습니다. 힘껏 소리를
지르면
목구멍이
거대한 파이프입니다. 이것이 기쁨입니까. 주파수를 전환하면
슬픔이 됩니까. 과연 우리의 가슴에 우리의 마음이 있어요. 우리의 뇌가
우리의 주인입니까.
서론이 길었습니다.
천사들이 노 젓는 배가 출항하는 날.
앉을 자리가 없군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나를 환영하세요. 낮과 밤을 버티다 잠들었습니다.
머릿속에서
벚꽃이 흩날리고, 쏟아지는 속삭임, 깨진 유리잔.
총성이 울리면 에코가 퍼지고,
나는 순한기질입니다. 웃고 울고 웃고 울고 낮과 밤과 마음이 가슴이.
맞담배
하시겠어요?
모두 무탈하시기 바랍니다.
나의 아름답고 강박적인 환자들 또 영영 아름다워라.
통나무는 내리막으로 굴러가는데.
징그러움은 피부에서 굴러가는데.
하늘에서, 땅에서, 바다에서, 물속 가라앉은 도시에서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찾아오는 순례자들.
장벽 너머 그곳에는
무슨 종의 꽃이 피어 있는지,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는지.
그곳 사람들은
신체 어디에 마음을 담아두고 있는지. 장벽 앞에서 힘껏 소리를
지르면
사소한 파이프입니다. 주파수를 변환하지 않아도
무기력입니다. 아무래도 우리의 마음은 우리의 뇌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문지기와 순례자가 설전을 벌이는 동안, 순례자의 아이가 장벽을 만지는 동안, 성난 순례자가 장벽에 계란을 던지는 동안, 깨진 계란이 장벽 위에서 흘러내리는 동안, 아이가 흐르는 계란을 손가락 끝으로 만져보는 동안, 다른 계란이 아이의 머리를 가격하는 동안, 횃불과 깃발을 들고 온 행렬이 장벽 앞에서 시위하는 동안, 성호를 긋고 기도하는 종교인의 신앙이 흔들리는 동안, 계란을 던진 순례자와 아이의 부모가 다투는 동안.
수레바퀴가 돌아간다. 운명이 아닌
우연의 수레바퀴가 돌아가고.
어느 화가는
커다란 캔버스에 장벽에서의 시간을 그려내었다.
나의 마음보다 크구나. 한 손엔 벽돌,
한 손엔 시멘트를 들고.
접견하겠습니다.
수레바퀴를 외발자전거처럼 타며.
천사들이여. 곤히 잠든 환자들을 위해
노 계속 저어주어요. 숨 쉬고 숨 뱉고 강박적인 결백적인 물처럼 불처럼 아름다운 아름다운 아름다운.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
내가 내 문제를 끝낼 수 있게 도와줘.
우리는 혼절한 단어를 너무 많이 받아 적었잖아.
우리는 해롭고 틀린 방식으로 기절합니다. 새벽이면 우리의 방에 청색 리듬이 필요합니다. 등불이 밤새도록 헤엄치고. 목구멍은 가끔 악기가 되어서. 슬픔에 잠긴 돌, 어둠을 붙여줄까요? 중력이 우리를 지배합니다. 무너지는 집을 떠나야죠. 척추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유연함은 우리의 전공입니다. 그래요. 새벽에 적응하지 못한 짐승이 졸도하는 시간이에요. 어두운 숲에서 눈뜨고 잠든 건 나무가 아니라
우리었습니까?
짐승이 되는 꿈은
해일을 일으킨다. 악몽은 당신을 가파른 합곡으로 몰아붙인다.
당신의 발에 두 손을 얹을게. 새벽 욕조의 푸른색으로.
온수입니다. 물속에서 빛나는 우리 발목을 봐. 어떤 어류가 우리를 간질인다.
피울 때마다 안개가 드리워졌지요. 입맞추기 전에 기도를 가볍게 올렸어요.
우리는 인어의 방식으로 익사하지 않는다.
잠깐 잊은 꿈을 말해줄게.
그 꿈에서 우리는 온순한 짐승을 기다리고 있었다.
창문 밖으로 작은 나룻배가 적란운 사이를 떠다녔지.
당신은 악몽을 떨쳐내려 밤의 악보를 소리 내어 읽었어.
가라앉은 문장들이 우리의 목소리라고 하지 말아줘.
멀고 공허해. 텅 빈 공간도 망령으로 가득차 있다고 믿었잖아.
별들은 오리온자리 배열로 빛나는데, 그래, 내가 잘게 흩어졌어.
그리고 나는 당신에게 지평선이 불탄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당신에게 우리 반지의 테두리가 빛난다고 말했다.
당신은 내가 외면한 슬픔의 총체인 걸까.
우리는 아름다운 종류의 괴물을 천사라고 부르기로 합의했는데.
우리가 영원히 깨어날 수 없다는 말에 동의해줘.
이곳에서 기절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좋은 부부가 될 거야. 우리는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할 거야.
알 수 없는 구름 속으로 나룻배가 산산조각나고 있어. 내가 절반 이상 죽은 줄 알았어.
그리고 가느다란 월식. 그리고
누군가가 우리의 문을
노크할 때.
창문에서 새벽빛이 쏟아진다. 블루.
검은 장벽
너는 장벽 앞에 서 있구나.
너는 무용수구나.
너는.
1
우리는 눈사람들.
우리는 구른다. 아니. 내리막에서 네가
나의 등을
밀었습니다. 네가 녹으면 나도 녹을게.
그렇게 말하지 마. 축축한
목소리가
흘러간다. 폭우였습니다. 잠겼습니다. 네가
익사했어요? 폭우에게 악의가 있겠습니까. 설마 폭우에게
마음이
존재하겠습니까. 골목을 걷던 아이가
돌을 쥐었습니다. 그냥
그게 예뻐 보였으니까. 젖은 돌인 줄도 모르고
손을 적시는 겁니다. 돌이 있던 자리에는
물자국.
―이제 집으로 돌아가셔야지요. 불 피운 벽난로와 갓 구운 빵이 기다리는 그곳으로.
우리는 눈사람들.
우리는 녹는 가면을 쓰고.
2
우리는 초대받지 못했다. 거대한 장벽 앞에서.
나는 나뭇가지 끝으로 착륙한 새.
너는 병든 새를 흉내내는구나. 너는 질병이구나. 우리는
다 멀어져. 더 아득하게.
눈사람 중 하나가 곧 녹을 것 같은데요.
Queen of Cups
네 꼴을 좀 봐.
지루해질 때마다 손톱과 눈동자가
달의 모양을 모방하고 있다.
춤과 불과 절정에서
아름다워. 우리의 악몽 속에서 발레리나가
발끝을 세우고 있습니다. 종아리 근육을 풀었다가
당겼다가…… 뛰었습니다.
달빛은 우리 표정을 녹아내리게 만들었지요.
너는 조금 웃는다.
나는 조금 울고 있는데.
일회용 화약에
밤하늘이 조각난다.
그날 밤, 갈비뼈 안에 새 한 마리
자르고 싶었고 깃털을 가진 채로 우리는
그림자 위로 오차 없이 추락한다.
우매한 지식인처럼.
자애로운 여왕처럼.
“모두 무엇을 위해 나빠지는 걸까요."
“그들의 부모요. 자식이자 사랑이요.”
의리만 남은 불한당처럼.
창문 밖에서 달이 타오르는데
겨울 안에서 달이 얼어붙는다.
멍청이들을 기념하기 위해 잔을 부딪치자. 컵에는 알코올과 손가락과
빛의 반사만 각인됩니다.
너는 조금 손톱을 뜯는다.
나는 조금 눈동자를 떨고 있는데.
여름이 지나간 숲을 걷던 어느 날이었다.
우리는 숲속 깊은 곳 나무 밑에
우리의 믿음을 매장하려 했다―선한 기억은 선한 마음의 토대가 된다……
꽃삽 들고 흙을 퍼낸 건 나였습니다.
―무슨 벌레가 이렇게 많아?
―빨리 끝내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습하고 더워.
―여기에도 이렇게 많은 애들이 살려고 기어나오고 있어.
―나는 땀에 절면 죽고 싶단 말야.
믿음은 잠시 뒤로 두고
구름무늬 돗자리를 펼쳤습니다.
그리고 매정하게 사랑을 나누었다.
모순을 좇는 머저리처럼.
맹목인 줄도 모르는 지지자처럼.
밤의 숲에는
밤의 달이 뜨고
밤의 숲에는
밤의 우리가 나빠지고 있었다. 믿음을 잘 버렸네요.
이렇게 가벼운 줄 몰랐어. 부러진 가지를 모아
불을 지폈고 나체로 춤을 추었고
절정이었을까?
아름다워. 숲속의 호수가
달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물결을 풀었다가
당겼다가……뛰어들었습니다.
우리 중 누구도 익사하지 않아요.
네 꼴을 좀 봐.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지.
너는 조금 춤을 춘다.
나는 조금 불을 지켜보고 있는데.
우리는 이 세계의 멀리건.
너의 잔에 달이 떠 있어.
나의 잔에도 달이 떠 있구나.
우리는 그것을 들이켰다.
내부에서 울고 있는 새와 함께
도주하는 빛에 대하여 노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