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함께 하는 생활불교 실천도량
<청소년명상캠프 은빛교실 운영, 지역 문화공간으로>
요즘 청소년들은 온라인 게임과 매체를 통해 폭력적 영상에 노출돼있고, 지나친 교육열로 하교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학원 교육이나 과외로 시간을 보내고 있어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갖기 어렵다. 이 같은 세태변화에 발맞춰 청소년들의 명상훈련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오락성 캠프가 아닌 스스로를 돌아보는 수양성 캠프를 시도하고 있는 곳이 있다. 전남 무안군 청계면, 구락이 이뤄져 있는 마을을 조금만 벗어나면 나지막한 야산에 고즈넉한 봉불사가 자리해있다. 경내에 들어서면 두 마리의 개가 고요한 정적을 깨고 손님맞이를 한다. 보통 사찰이 산속 깊은 곳에 있어 삼림욕에 알맞은 반면 그 때문에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기 힘들다. 그 밖에도 대부분의 사찰은 개인의 성찰을 중시해 방문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아 불자가 아닌 이들의 발길이 뜸하다. 하지만 봉불사는 지역민과 사회를 위한 은빛교실과 청소년 명상캠프 프로그램을 실시해 종교와 상관없이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무안군과 강남구청에서 10여년을 공무원으로 생활하다 출가해 18년째 이곳을 지켜온 주지 지오스님을 만났다.
쉽게 좌절하는 청소년, 집중력·자존감 높여
청소년 명상캠프는 한국명상치료학회 주최로 봉불사가 주관하고 있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연 2회에 걸쳐 열리며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2박 3일 동안 진행된다. 올해 6차를 맞아 1월 8일에 열려 10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학생들이 재밌게 체험할 수 있도록 수준에 맞춰 진행되며 주요 프로그램은 오감명상, 호흡명상, 명상요가, 우주 속의 나, 개인상담으로 이뤄진다. 이 중 특히 오감을 이용한 명상 방법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다. 이 프로그램은 자신의 손을 가만히 들여다본 후, 친구의 손을 잡고 유대감을 느끼고 바람 등 자연의 소리나 감촉을 느껴보는 것으로 진행된다. 먹기명상, 향기명상, 보기명상 등으로 나눠 아로마향 및 건포도, 음악을 이용해 자신의 느낌에 집중하면서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도 자기자신을 자각하고 자신을 둘러싼 관계와 세계를 인식할 수 있는 ‘우주와 연결된 존재의 신비’ 프로그램은 개별체로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우주 속의 나를 깨닫게 하여 보다 넓은 시야를 일깨워준다. 캠프의 백미는 마지막 ‘천상천하 유아독존’ 프로그램. 학생들을 한 사람씩 불단을 만들어서 앉게 하고 스님과 선생님들, 학생들이 모두 삼배의 예를 올린다음,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아무개여! 슬픔과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기를--’ 하며 선생님들이 준비한 선물과 꽃을 우슬착지로 바친다. 이 프로그램 후 "내가 이렇게 소중한 존재인 줄 몰랐어요, 내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들도 소중하게 생각 할래요‘ 라고 류 수환군은 소감을 말했다. 봉불사 주지 지오스님은 “요즘 학생들은 작은 어려움에도 쉽게 좌절하고 자살을 생각한다. 성적을 비관해 자살하는 학생들도 많다. 그 같은 배경에서 자존감을 높여 자신의 존재와 타인의 존재, 그리고 자연을 느끼면서 소중함을 깨우치면 그 같은 일이 생에 있어서 모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며 캠프 시행 배경을 설명했다. 캠프 후기에서 이영광 학생은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이영준 학생은 “처음에는 부정적이었는데 지금은 무조건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으며 김승연 학생은 “내가 정말 가치있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지오스님은 “청소년들이 처음에 왔을 때는 집중하는 것도 어려워하고 소란스럽지만 캠프가 끝날 때쯤에는 집중하는 방식을 알고, 행동을 조절하는 생활 태도를 배워간다. 그것을 보면 뿌듯하고, 더 많은 학생들이 접할 수 있었으면 한다” 며 보람을 나타냈다.
노인을 위한 은빛교실, 수료 후 졸업발표전 열어
봉불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은빛교실은 노인들의 문화생활 및 배움터로 무안군의 지원을 받아 시행하는 사업이다. 복지 공간이 많지 않은 농촌이라 시설이 갖춰진 종교단체에 군이 사업위탁을 한 것이다. 현재 무안군내에 위탁사업을 맡은 종교단체 20개소가 운영되고 있는데 이중 교회가 19개를 운영하고 있고, 불교는 봉불사가 유일하다. 봉불사는 매주 월요일마다 은빛교실을 열고 있으며 현재 참가자는 약 50~60명에 달한다. 현재 사물놀이반, 공예반, 한글반, 댄스반의 4개 반이 개설돼 자원봉사자와 초청한 외부강사가 이를 맡아 지도하고 있다. 일반 학교처럼 과정을 수료하면 졸업을 하게 된다. 작년에는 수료자들이 승달문화예술회관에서 졸업발표전을 열어 그간의 성과를 가족들에게 선보이는 자리도 마련됐다. 지오 스님은 “어르신들이 굉장히 좋아하신다. 한글반의 경우에는 교육받으시면서 굉장히 보람을 느낀다. 졸업발표전에서 한글반은 자녀들에게 보내는 편지와 자작시를 쓰고, 도자기반은 자신이 만든 도자기, 공예반은 공예품을 전시했다. 자제분들도 오라해서 졸업식을 같이했는데 감동적이었다. 다들 굉장히 뿌듯해 하신다”며 졸업발표전을 앞으로도 계속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람발길 끊이지 않는 사찰로 거듭나
봉불사는 정적인 보통사찰과 달리 도량이 활기로 가득하다. 지오스님은 “초파일은 부처님 생신날이니까 축제날이다. 점심 이후 2부 행사를 열어 윷놀이, 노래자랑, 떡치기등도 하고, 서예선생님 모셔다가 가훈을 써주기도 하고, 아이들 페이스 페인팅도 해준다. 그러니까 어르신, 불자 아이들 다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고 말한다. 이 같은 이벤트를 초창기에는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지오스님은 사찰도 생활불교을 실천하는 도량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불교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이에 대해 지오스님은 “부처님의 삶이 그러했듯 불교는 고통받는 중생의 곁으로 다가가 위로하고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하는 가르침이다”고 말하며, 초파일날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유익한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지오스님은 봉불사 뿐 아니라 한국의 많은 사찰이 누구나 이용해 교제를 나누는 소통의 장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런 변화 이후 타 사찰에서도 산사음악회 등이 진행돼 ‘절도 이렇게 활용 할 수 있구나’하는 인식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행사로 “무교나, 심지어 기독교인들도 2부 행사에 참가해 잔치를 즐기고 돌아가신다” 고 말하는 지오스님. 이 같은 일은 지역사람들이 봉불사를 종교적 시설로 거리감을 두기보다 문화·축제의 장으로 여겨 가깝게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밖에도 불자들을 위한 일요법회가 꾸준히 열리고 있다. 매월 첫째 일요일에는 경전공부(현재 금강경), 셋째 일요일에는 명상공부로 매회 평균20~30명이 참석하고 있다. 또, 시대와 동떨어진 불교가 아닌 시대와 소통하는 봉불사를 만들기 위해 명상상담 센터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오스님은 “명상상담이란 명상과 상담, 심리학을 통합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다. 명상이 예방이라면 상담은 치유다. 많은 사람들이 괴로움을 겪고 있지만 명상과 상담으로 그 괴로움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희망을 말했다. 또 “현재 많은 가정이 심각한 불화를 겪고 있는데, 부부간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이 대화법이다.
대화만 잘 해도 이혼률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잘 들어주고 반영해주는 대화법을 연습해야 한다. 부부가 행복하면 아이들도 행복하다. 아이는 부부의 거울이다. 아이가 문제아라고 생각되면 부모가 달라져야 한다. 상담을 통해 이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며 상담의 장점에 대해 덧붙였다. 종교적 역할 및 지역민들의 문화소통의 장이돼 많은 방문객들을 수용할 수 있는 지역의 사찰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취재:정태기 기자
첫댓글 기사 멋지게 나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