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이 처음 정신과 약을 먹기시작한 것은 마흔살때부터다.
그녀는 이혼을 하고 친정엄마와 함께 살고 있었다.
친정엄마는 함께 사는 것을 달가와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딱히 싫어한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엄마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부터 눈이 실명이 되었고
딱히 같이 살 자식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용돈벌이로 단기 계약직을 다니고 있었고 평상시 엄마가 좋아하는 것으로 주점부리를 사드리고
급여를 받는 날에는 엄마를 위해 맛있는 고기를 사와 함께 먹었다.
그녀는 미래에 대한 계획을 따로 하지 않고 친정엄마를 모시고 사는 것외에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즈음 그녀에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겼다.
친정엄마의 집이 경매에 오르게 된 것이다.
큰 오빠가 조립식상가를 짓는다고 대출받은 돈을 갚지 못하여 이자가 불어난 것이 10억정도 되어
농협에서 친정엄마의 집에 경매에 붙인 것이다.
가족들이 모두 신경이 곤두서는 일이 발생하였고 친정엄마의 거처를 결정해야 하고 빚을 어떻게든 갚아야 되는 일이 생긴것이다.
지선은 당연히 친정엄마를 모시고 사는 것을 택했다.
그녀는 당장 집을 구할 능력도 없었지만 실명된 엄마를 자신외에 누가 모시고 살 것인가라고 생각했다.
가족회의가 열리고 오빠들과 언니들이 모였다.
오빠들과 언니들은 지선의 능력없음을 비난하면서 엄마를 둘째오빠집에 보내기로 하고
그녀에겐 돈 한푼도 주지 않고 그대로 쫓아낼 심산이었다.
결국 지선은 그렇게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되고 자신의 인생은 끝이 났다고 생각했다.
정신병원에서 그녀는 더이상 이세상을 살기싫어졌고
그녀 주변의 모든 이들이 눈 녹듯이 사라져가는 것을 알아야했다.
누가 하나 손을 내미는 이 없이 그저 병원에서 주는 약을 먹으며 정신을 가다듬어야 했다.
하루하루 가면서 그녀는 살이 찌기 시작했고 누구도 알아보기 힘든 몰골이 되어갔다.
그녀는 갑자기 신앙심이 일어나면서 주기도문과 사도행전을 미친듯이 외우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이 병원에서 나갈 수 있을까?
가족들은 다 자신을 버린것을...
어떻게든 이 병원에서 나가고 싶었다.
그러는 와중 정신과 담당의가 한가지 제안을 해왔다.
정신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사회속에서 직접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생활하는 사회복지시설이 있는데
들어가보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녀는 들어가기 싫다고 했다. 그곳에 대한 막막함이 있어서 일 것이다.
정신병원에서 죽을때까지 살아야하나 생각하면서도 변화를 가지는 것이 싫었다.
그러다 불현듯 예전에 만났던 남자를 생각해냈다.
'그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전화를 하고 싶어졌다.
아뿔사 그의 전화번호를 모르고 있다.
그녀는 예전에 그가 일하던 회사에 전화해서 전화번호를 받아냈다.
그리고 그에게 전화를 했다.
그립던 그의 목소리가 전화기에 흘러들어왔다.
"나 지선이야."
그의 목소리가 상기되어 생각했던 것보다 기쁘게 전화를 받았다.
"어디야?"
나는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마음수양 하는 곳이야 한달정도 있을거야"
"그래?"
그녀는 한달후에 다시 전화를 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밝은 빛줄기 하나가 그녀를 비추는 듯했다.
그리고 담당의에게 사회복지시설에 들어가겠다고 말하고 그녀는 정신병원에서 나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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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녀를 찾아와서 처음 만남을 가진날은 두사람에게 참 행운의 날이었다.
병원에서도 그녀가 그와 만남을 가지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녀가 전화를 할때마다 찾아와서 얼굴을 보려고 했다.
그렇게 두사람은 인연의 끈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병원에서 허락도 없이 그와 만남을 가진것을 알고 다시 그녀를 폐쇄병동에 넣어버렸다.
담당의는 단호하게 그녀에게 이렇게 행동하면 안된다고 이야기하고
며칠후에 개방병동으로 옮겨주었다.
이제는 허락을 받고 가족이나 다른 사람을 만나야하는 일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그녀는 사회복지시설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와의 만남은 잠깐동안이라도 날마다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그는 그녀가 사회복지시설에서 나오면 함께 살게 되는것을 기쁘게 생각했다
1년을 사회복지시설에서 보내고 그와 함께 살림을 차렸다.
두사람은 아무것도 가진것이 없이 만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식당일을 하고 그는 보험 설계사를 하면서 부부로서 살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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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인연을 맺어 산 지 벌써 14년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