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으로 일교차가 큰 가을과 겨울에 심장질환은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자동심장충격기(심장제세동기·AED)의 설치장소가 제한적이고 비치된 위치에 대한 시민들의 인지가 매우 부족 상황이다.
심장마비 환자 발생 시 생사를 가르는 골든타임 4분이 지나면 뇌에 큰 손상을 줄 수 있어 신속한 심폐소생이 필요하다. 특히 자동심장충격기는 환자의 피부에 부착된 전극을 통하여 전기충격을 심장에 보내 심방과 심실의 비정상적인 상태를 제거하여 정상화 시키는 등 현장에서 큰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중요성에 반해 심장질환 환자 발견 시 목격자가 빠르게 기기를 손에 넣기란 여간 쉽지 않다.
서울 인근의 전철역은 자동심장충격기의 위치에 대해 즉각적으로 파악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탑승 장소와 밀집지역이 아닌 관리실 내부에 비치 된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전철역 외부에 설치된 기기는 일정 장소에만 마련돼 예측 할 수 없는 곳에서 심장질환 발생 시 기기가 환자 앞에 당도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공공장소뿐만 아니라 심장질환의 발생이 주된 비 공공장소, 도내 아파트에서도 이 같은 상황은 계속 발견 되었다. 서울 송파구 소재 가장 큰 규모를 가진 P아파트(총 6464세대, 66개동)는 각층마다 자동심장충격기가 설치 되는것이 이상적이지만, 단지 별로 7개의 보안실에 각 1개씩 배치돼 있었다. 이처럼 6000세대에 육박하는 아파트에서 조차 단지의 몇 안 되는 거점에 설치 돼 실용성이 매우 떨어졌고 심장질환의 골든타임을 맞추기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다른 문제는 보안실 관리 방식에서도 드러났다. 주기별로 점검이 실행됨을 확인 할 수 있는 점검표와 사용법이 미숙한 주민을 위한 사용 가이드라인조차 찾을 수 없었다. 보관 장소 또한 일반 종이박스에 담겨 다른 물품들과 섞여 있어 관리 실태가 매우 부실했다.
(사진) P아파트 보안실내 자동심장충격기(심장제세동기·AED)
P아파트 주민 김씨는 “2008년 첫 입주 이래로 자동심장충격기의 존재 여부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심장질환에 대한 첫 대응이 중요한데 넓은 단지 안에서 각 동이 아닌 보안실에만 설치 된 것은 기기가 없는 것만 못하다.”며 그동안의 미흡했던 운영 방식을 지적했다.
지난 5월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2018년 자동심장충격기(AED) 설치 및 관리 지침’에 따르면 공공보건의료기관, 공동주택, 철도객차와 대합실, 항공기, 카지노, 경마장, 종합운동장 등에 설치가 의무적이다.
그러나 설치조건이 공동주택의 경우 500세대 이상, 대도시권 광역교통 장소인 철도는 전년도 일일 평균이용객수가 1만 명 이상 이라는 전제로 인해 다각화된 설치장소가 제한되고 있다. 이처럼 의무설치의 범위에서 제외된 단독주택 및 장소에 대해서 설치조건을 넓힐 수 있도록 융통성 있는 방침이 필요하다.
한편 한국소비자원은 “자동심장충격기의 1개당 설치비용이 200만원으로 각 부처와 지자체에서 예산마련이 쉽지 않다.”며 "설치장소를 늘리기 위해 개수를 급격하게 준비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또한 “실제로 자동심장충격기의 쓰임새와 위치를 모르는 시민들이 많아 지속적인 교육도 함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우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