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과 함께 읽는 소설 여행 9
11. 우상의 눈물(전상국) 줄거리
새 학년이 시작된 2학년 학급, 유급을 당한 소위 '재수파'들은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이들이 보스 격인 기표는 모든 학생들을 장악하고 있다. '나'는 임시 반장으로 지내는 동안 기표에게 잘못 보여 린치를 당하게 되지만, 학급을 위해 조언(고자질)을 부탁하는 담임의 말은 거절한다.
새로 반장에 임명된 형우는 통솔력 있게 학급을 이끌어 나가는데 기표를 걸림돌로 생각하고, 재수파들과 고립시킬 목적으로 담임의 묵인 아래 기표에게 커닝 쪽지를 전달하려 한다. 그러나 오히려 기표에게 린치를 당해 입원하게 되고, 끝내 가해자인 기표의 이름을 밝히지 않음으로써 급우들의 신임을 얻고 재수파들에게 사과를 받는다. 이 일로 형우와 기표의 위치는 역전하게 되고, 담임과 형우의 치밀한 계획에 의해기표의 어려운 가정 사정과 기표의 행동들이 미화되어 외부에 알려지게 된다.
매주 월요일 각계에서 보내오는 성금과 편지가 기표에게 전달되고 기표는 그럴수록 부끄러움을 잘 타는 수줍어하는 아이가 되어 간다. 기표의 이야기가 영화화되기에 이르자 그를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는 아이들을 뒤로 한채, 기표는 여동생에게 '무섭다. 나는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라는 편지를 남기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담임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한다. <세계의 문학(1980)>
핵심정리
갈래 : 단편소설
배경 : 시간 - 1970년대 말
공간 - 도회의 고등학교
어조 : 완곡한 비판과 풍자적 어조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표현 : 극적 제시와 분석적 제시 방법에 의해 인물은 생동감을 획득함.
주제 : 진실, 호의를 가장한 치밀한 위선의 무서움.
등장인물
나(이유대) : 자존심이 강하고 상대방의 심중을 잘 감지하는 학생. 관찰자.
최기표 : 불량 청소년의 전형. 갖은 비행(蜚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혹평을 별로 받지 않는 인물. 담임과 '형우'의 주도면밀한 술책에 무서움을 느끼며 학교를 떠난다.
임형우 : 학급을 헌신적으로 잘 이끄는 모범생이나 위선적인 면이 있음.
담임 : 치밀한 성격에 권위주의적인 인물. 학급 관리에 능숙함.
이해와 감상1
이 작품에서 기표는 순수한 악마로 다소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반면에, 그와 대립되는 형우와 담임은 신(神)처럼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의리와 진실과 호의를 가장한 위선자로 그려져 있다.
서술자 나는 합리적이며 날카로운 판단력의 소유자이다. 담임이 기표를 부반장으로 임명하려 할 때, "선생님, 기표 한 개인을 위해서입니까, 아니면 기표의 힘을 빼어 반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까?"와 같이 담임의 의도를 간파한다. 기표의 부정행위를 돕자고 반장이 제의했을 때, "누구를 위해서 그렇게 하자는 거냐? 기표냐, 아니면 우리들 자신이냐?"고 물으면서, 기표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어 그의 권위를 손상시키려는 반장의 속셈을 들춰낸다.
사실 형우와 담임은 속 다르고 겉 다른 인물이다. 형우는 기표에 대한 적대감을 '씻은 듯이 감추고 오직 우의와 신뢰 가득한 말로써' 기표를 미화하는 일에 열을 올린다. 기표의 가출이 걱정되어 찾아온 그의 어머니를 '내쫓듯 교무실에서 밀고 나갔'던 담임은 흥분을 참지 못한 채 "내일 천일 영화서 사람들하고 만나기로 약속한 날이잖냐? 그런데 이 망할 새끼가..... ."라며 욕설을 내뱉는다. 자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악을 이용하는 담임과 형우의 무서운 위선이 '나'의 관찰자 서술에 의해 폭로되고 있다. 그리고 기표는 무서움을 느낀다.
담임과 반장은 합법적인 권력 편에 있다. 최기표는 벌거벗은 폭력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담임과 반장은 최기표를 동정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교묘한 술책으로 그를 굴복시킨다. 최기표의 초라한 몰락을 통하여 합법적 권력이 더 무서운 폭력일 수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 김태형 외 <현대소설의 이해와 감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