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 잘잤다.
서너 시간은 족히 잤나 보다.
비는 오지요,
놀작지근하던 몸은 늘어지지요,
고팠던 배는 빵빵하지요,
아랫묵(어? 아닌가?)은 절절 끓지요,
이럴 땐 배깔고 엎뎌 만화책 보는 게 가장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노무 만화책이 없는 관계로다가...
힛~
그저 잤다.
졸리니 잤다.
자고 나니 또 배가 고파 밥 먹으러 일어 났다.
밥 먹으니 힘 나서 또 주저리 주저리 썰을 풀어야지!
며칠간 계속 바빴다.
낮에는 일을 했고
밤에는 돌아가신 분 보내드리러 시골을 가야 했고
간 김에 전주에 들러 딸아이와 하룻밤 묵었고
그 곳에서 남편과 합류하여 시댁엘 가야 했으니
어쩌다 한 번씩 이런 빠듯한 스케줄을 소화해내는 것도 나름 뿌듯한 일이긴 하다.
오늘 새벽,
빗길에 두 시간여 운전해온 경우만 뺀다면 말이다.
남편은 자고 가자 했지만
난 그래도 스케줄을 갖고 있었고
그 계획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뭔가 찜찜한 사람이기에
술 마신 남편에게 음주운전을 시킬 수는 없는지라
뒷자리 널럴하게 내주고는 코 고는 소리를 음악소리로 여기며 대전으로 와야 했다.
밥 한 숟갈 먹느니 좀이라도 자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는 다른 주일보다 더 서둘러 집을 나섰다.
일하느라 오가며 봐 뒀던 가수원성당으로 간다.
부슬부슬 비는 아직도 내리고
밤새 앞 유리창에 달라붙었던 나뭇잎이 와이퍼에 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나는 잠시라도 와이퍼의 이름을 “나부끼는 나뭇잎”이라 부른다.
가야할 곳을 찾아들지 못해 나부끼고만 있는 나뭇잎.
한 때 내가 그랬을 것이다.
한 곳만을 보고 열심히 달렸는데
높은 곳에서 보면 그것이 링 반데롱이었다는
남들은 쉽게 말할 것이다.그게 방황이라고...
세상은 온통 노랗거나 빨갛다.
색을 입은 것이 아니다.
색을 버리니 그 속에 있던 다른 색이 나타난 것이다.
본연의 색이다.
제 안에 무수히 많은 색들이 일년에 한 번은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다.
나는 나무가 아니기에 이제 한 번만 더 변하기로 한다.
가수원성당은
외관은 변동성당과 그리 차이가 나 보이지는 않았다.
그랬으나,
한 발 한 발 들어서면서 느껴지는 것은
크다,
또는
잘 꾸며졌다, 였다.
신자 수도 우리보다 더 많았다. 훠얼~씬!
어?
신부님이 두 분이신가? 했다.
점점 시간을 보내며 알게 된 것은
본당 신부님이 강론만 맡아 하셨고
전례를 집행(?)하신 신부님은 장애인협회에 계신 젊은 신부님이셨다.
음. 뭐랄까? 아직 목소리에 긴장이 잔뜩 묻어 있는?
성가대 인원이 많은 듯했다.
유독 그 쪽에 귀가 쫑긋해 있었다.
좋았던 것은 묵상음악이 중간에 흐르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폰을 꺼내 위젯을 실행시켰으나 곡 목은 알수가 없었던 곡이 잔잔히 흘렀다.
그리고 미사가 끝난 후에도 피아노 곡이 계쏙해서 흘렀다는 것이다.
아, 그 좋은...
더욱 좋았던 것은
봉헌카드가 있어,
입실 시 주보지와 함께 카드를 주었다.
맨손으로 바쳐지는 봉헌보다는 더욱 정성스러워 보였으며
정갈해보여 좋았다.
잘 꾸며진 집과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스테인드글라스의 창
그 사이 사이의 벽화
음향시설과 난방시설
그리고 주차장에 세워진 차량들.
내 눈은 현실적이었다.
헌데도 난 간절했다.
아니, 외려 더욱 간절했다.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좋아하는
내가 다니게 될
나의 본당과 신부님이...
많이도 그리워지는...
변동성당에서는 오늘 어떤 말씀을 하셨을까?
일부러 성당 쪽을 한 바퀴 돌아 집으로 왔다.
그리고는
다음 번에는 더 먼 시골 쪽의 작은 성당을 찾아가보리라,
마음을 다잡고
세상 가장 무겁다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해
스르르 잠이 들었다.
첫댓글 읽다보면 경쾌하고 발랄한 리듬이 마음을 움직이는 거 같습니다. 동화되어 생각하고 느껴봅니다.
본당이 아닌 성당에서 미사를 드릴 일이 있을 때면 스스로 이방인처럼 느끼기도 했던 저는 아직 제가 괜한 벽과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고 반성하곤 했습니다.
봉헌할 때 쓰이는 봉투 같은 것을 볼 때면 저도 같은 생각을 했었는데, 익숙함에 그저 길들어져 같던거 같아요.
올해가 가기 전 저도 편한 숨으로 읽다보면 마음이 맑아지는 글을 써보리라 다짐해봐요.
그러러면 좀 더 밝게 지내야할 것 같아요..
신부님 강론 주제는 봉헌이었습니다. 사도시대부터 봉헌의 역사와 헌금할때 우리마음도 같이 드려야 한다고요 그리고 미사는 보러 오는게 아니라는 말씀 깊이 새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