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반 이 어 령 (1934~2022)
김을 모르고 서양 사람들은 카본 페이퍼라 한다 모르시는 말씀, 그건 초록색 바다 밑 몰래 흑진주를 키운 어둠이라네 파도가 가라앉아 한 켜 한 켜 쌓여서 만들어 낸 바다의 나이테를 아는가 어느 날 어머니가 김 한 장 한 장 양념간장을 발라 미각의 켜를 만들 때 하얀 손길을 따라 빛과 바람이 칠해진다네. 내 잠자리의 이불을 개키시듯 내 헌 옷을 빨아 너시듯 장독대의 햇빛에 한 열흘 말리면 김 속으로 태양과 바닷물이 들어와 간을 맞춘다. 김자반을 씹으면 내 이빨 사이로 여러 켜의 김들이 반응하는 맛의 지층 네모난 하늘과 바다가 찢기는 맛의 평면 이제는 손이 많이 간다고 누구도 만들지 않는 어머니 음식이라네 빈 장독대 앞에서 눈을 감으면 산간 뜰인데도 파도 소리가 나고 채반만큼 둥근 태양의 네모난 광채 고향 들판이 덩달아 익어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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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엄마 생각을 하면서 저는 지금도 가끔 만듭니다
찹쌀풀에 양념을 해서 발라 말리고 튀기면
고소하고 아삭하고 아이들도 잘먹고 밑반으로 제일이지요
특히 오래된 김을 이용하면 더 유용하게 먹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