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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龍)과 호랑이: '구룡포(九龍浦)'라는 지명에 담긴 신령스러운 아홉 용과 한반도를 상징하는 맹호(虎)는 우리 민족의 기상과 자존심을 뜻합니다.
지렁이와 토끼: 국권을 빼앗기고 억압받던 일제강점기 민족의 무력한 처지를 '지렁이'와 '토끼'라는 비하적·신세 한탄적 형상으로 대담하게 격하시켰습니다.
웅혼한 신수(神獸)들이 보잘것없는 동물로 둔갑해야 했던 극단적 비유는, 당시 인민들이 겪어야 했던 수치심과 보복의 공포가 얼마나 처절했는가를 비극적으로 극대화합니다.
3. 역사의식과 현장감의 결합 (다짐으로서의 종장)
2수 종장은 단지 과거의 슬픔에 젖어드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냉정한 역사적 자각을 촉구합니다.
뼈아픈 치욕의 역사
돌아보는 이 거리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의 공간으로 재탄생한 구룡포 적산가옥 거리를 걸으며, 시인은 단순히 관광지의 이국적인 풍경에 취할 것이 아니라 그 건물의 목조 기둥마다 새겨진 '뼈아픈 치욕의 역사'를 잊지 않고 반추해야 한다는 묵직한 메시지로 작품을 마감합니다.
요약
김병래 시인의 <구룡포 적산가옥 거리>는 전통 시조의 정형적 가락 속에서도 지명(구룡포)에 담긴 전설을 민족의 수난사와 결합한 독창적인 상징성이 빛나는 수작입니다. 비통한 역사의 현장을 감각적으로 일깨워 독자에게 묵직한 역사적 경각심을 선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