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텃밭 일 (전지 )
텃밭의 나무들
대추나무 한 그루
살구나무 한 그루
감나무 5
뽕나무 2
아로니아의 가지치기를 했다ㆍ
가지는 햇살이 잘 받도록 나무 중심의
잔가지를 제거 하고, 밑으로 처진 것을 자른다ㆍ
지나치게 키가 큰 가지도 잘라준다ㆍ
봄이 되면 늘 초보가 되어
임학을 전공한 남편 강의를 듣고 전지를 시작한다ㆍ
전지 가위를 새로 샀더니 굵은 가지도 쓱싹 잘라진다ㆍ
나무는 아프다는 표시로 눈물을 줄줄 흘린다.
새끼손가락에 작은 상처가 하나가 나도 아프거늘, 제몸의 일부를 잘라내니
어찌 아프지 않겠는가?
미안하다.
작년에는 대추 수확도 부실했고, 살구도 조금 밖에 수확을 못했다ㆍ
올해는 봄ㆍ여름ㆍ가을이 평이한 기후가 되었으면 바람이다ㆍ
적어도 수고한 농부가 섭섭지 않을 만큼만 열매가 맺기를 바란다.
앵두나무가 작년보다 두 배나 자랐다.
심은 지 3년이다ㆍ
작년부터 연한 핑크빛 앵두가 오롱조롱 참 많이도 달렸다ㆍ
한 줌 따서 입에 넣고 씨를 숑숑 뱉으며 먹던 때가 생각나서 볼우물이 저절로 패인다 ㆍ
유년시절 뒷곁에 앵두나무 두 그루는 어린 우리들의 간식 창고였다ㆍ
학교가 끝나면 삽짝문을 들어서기가 무섭게 가방을 던져놓고
뒷곁 대추나무로 달려가 배가 부르도록 따 먹고 했다.
그 시절이 그리워서 앵두나무를 심었다.
나무가 너무 좋아서 땅을 구입한 순간부터 과일나무라고 생긴 것은 골고루 심었다ㆍ
제천 백운땅은 날씨가 이곳보다 3.4도 낮은 까닭에 수십 그루 심은 대추나무.감나무는 몇 그루 살아남지 못했다ㆍ
그래도 자두나무가 거목이 되어 실하게 열매가 달리니 행복하다ㆍ
돈을 벌겠다고 심은 게 아니라 그저 즐거워서 심었다ㆍ
16년이 되니. 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만큼 자랐다ㆍ
올해는 체리나무 두 그루 심을 것이다.
추운 곳이라 열매까지는 맺히는데, 먹을 때 즈음이면 모조리 떨어져 버리곤 했다ㆍ
기후가 많이 더워졌어도 그 고장에 적합한 나무를 심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ㆍ
동사무소나 기술쎈타에 문의를 해야 한다ㆍ
과목이 꽤 비싼 편이라 그냥 죽어버리면 가슴이 아프다ㆍ
모과나무도 10년이 지나 달리기 시작했고,
호두나무는 작년에사 두 알을 선물해주었다ㆍ
기다려주니 땅기운에 적응되어 열매를 맺었다ㆍ
그런데 10년, 15년은 너무 하다ㆍ
살구꽃이 연한 꽃을 활짝 피면 그 향기가 바람을 타고 집까지 날아온다
살구가 많이 달렸으면 하는 기원을
담아 전지를 했다ㆍ
아!
드디어 농사가 시작되었다ㆍ
뭔가를 기다리는 희망, 농부가 노력한 만큼, 자연에 순응하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안겨다 주는 🌳 나무의 가지치기부터 시작이다ㆍ
사실 진짜배기 과수원 쥔장들은 벌써 사과나무 전지를 했는데,
팔래팔래 놀러다니느라 오늘에사 했다ㆍ
벌써 물 올라 빨갛게 된 잔가지들이 수북하게 자랐다ㆍ
나이가 5년 이상은 다 넘은 녀석들이다ㆍ
다시 희망의 계절이다ㆍ
전지를 끝내고 마늘을 덮었던 짚도
벗겨주니, 초록의 새싹이
'안녕?'한다ㆍ
설레임으로 가슴이 두근두근
냉이를 한 줌 캐서 집으로 왔다ㆍ
된장찌개에 넣어 보글보글 끓일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진다ㆍ
내일은 제천밭에 가서 자두나무
가지치기를 해야지!
신이 난다
2025.3.8
텃밭에 과일나무 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