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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은 길다.
태평로에서 신답철교까지 6Km에 달하는 물길을 따라 산책하는 것 만으로 여유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 개발 과정과 역사적 유물이 제거되는 등의 문제점이 많긴 하지만 관광자원이기 전에 시민들의 쉼터라는 기능 하나만으로 가치가 충분하겠다.
사람들 모이는 곳에 먹거리가 따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으레 그렇듯 비싸기만 하고 맛은 제대로 즐길 수 없는 곳이 많다. 내가 치르는 것이 음식값인지 자릿세인지 헛갈린다. 전망 좋은 곳에서 분위기 잡는 거야 뭐 기어코 뜯어말릴 일은 아니겠지만, 아이들 데리고 하루 나들이 나온 서민들 주머니를 배려해주는 맛집도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고층빌딩 지하 아케이드에 자리잡은 안동국시의 모든 음식맛의 근원이자 기본은 사골육수에 있었다.
입맛을 당긴 건 안동국시보다는 또 다른 안동 고유의 음식, 안동국밥이다.
황소고집
앞으로는 청계천 물이 도도히 흐르고 뒤로는 종로2가 강북 중심 건물이 늘어서 있는 첨단의 공간에, 어울림을 찾아봐야 전혀 어울릴 것이 없는 이 집 앞은 점심 시간이면 늘 긴 줄이 선다.
청계천 나들이 길, 그저 수수한 한 끼 밥을 드시려거든 이 집이 좋겠다. 폼 잡을 외식은 아니지만, 실속이 있고 정감이 있다. 청계천의 역사 만큼이나.
경북집
이 집 무척 유명하다고 하던데...
순대 한접시와 모듬전 大 한 접시면 두세 명 막걸리 안주로 충분하겠다. 진짜 제대로 된 대폿집 참고로 1호집의 지하보다 오히려 2호집의 실내가 술마시는 분위기는 딱이다.
어시장 - 전주식당
식당 입구에 그저 '만원부터'라고 걸린 현수막 뿐이다.
푸짐한 광어회 한 접시와 매운탕까지 모두 해서 단 돈 2만원이다. 둘이 먹기엔 많고 3-4명이서 술을 곁들인다면 푸짐하다고 할 만한 양이다. 그래, 광어 한마리에 9,900원 하는 식당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으니까 그정도 싼 가격엔 그닥 놀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제주산 광어의 빛깔을 보면 그저 이곳이 가격대비 적당한 맛으로 그저 회 맛 봤으니까 됐지? 하는 부류의 집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늘을 넣지 않아 시원한 맛을 지키면서도 풍부한 국물맛을 보여주는 지존급 매운탕.
오라이 등심
오라이 등심은 청계천 주변에서 가장 '잘 나가는' 먹거리의 스펙타클을 제대로 보여주는 광장시장 먹자 골목 안에 자리하고 있다.
정말 맛있는 음식점은 곁들여 나오는 야채나 밑반찬 하나까지 다 맛있다. 자리잡자 마자 내주시는 식혜 한 컵. 적당히 달콤하면서 감칠 맛이 난다.
사진에 보이는 냉면 대접에 담아나온 것이 2인 분의 등심. 불판을 두 개 반 정도 채울만한 양이다.
또 하나의 비장의 카드가 있으니 바로... 꼼장어다.
갓 껍질을 벗겨나온 살결에 '싱싱'이라고 씌어있는 듯 한 꼼장어를
감자 한 덩이 문 중닭 한마리가 간이수영장에 잠겨 있다.
인근의 상인들이 가장 맛있다고 손꼽는 식당.
이런 골목 안에 들어앉아 있으니까. 동평화 건물 뒷 골목이다.
영광 할매곱창
곱창하면 으레 신림동이나 동대문 시장에서 깻잎을 듬뿍 넣어 순대와 함께 양념장에 볶아낸 것을 많이 접해봤을 것이다. 대충 그 맛이 그 맛이거니 하고 때깔 좋아 보이는 곳에 들어가 먹게 마련인데, 소 곱창도 그렇지만 돼지 곱창 요리 역시 주재료인 곱창의 신선도는 물론 그것을 만지는 사람의 손 맛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삽겹살집 서문도식당과 같은 공간을 쓰며 간판을 나란히 하고 있다.
바깥의 철판에서 초벌로 볶아온 곱창볶음을 테이블 위에서 천천히 지져가며 먹는다.
볶음에 넣은 양념이 접시에 딸려나오는데, 그것을 찍어 상추에 요렇게 쌈 싸먹어도 맛있다.
대중옥
53년 된 해장국집이란다. 처음 그 자리에서, 오래되고 천장도 낮은 그 집 그대로, 가마솥 한 번 옮기지 않고 53년이라면 그만한 내공이 간직되고 있으리라는 짐작은 사실과 다르지 않을 게다.
옛날엔 청계 8가인 이곳에 찾아온 손님들이 왕십리까지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는 이 곳.
대중옥의 대표메뉴는 선지해장국이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맛볼 수 있었던 선지해장국과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 일단 테이블 위에 내온 뚝배기를 접하는 순간 뿜어내는 그 강력한 기운에 긴장하게 된다. 우선 고기는 한 점도 없고 사골과 잡뼈에 우거지만 넣고 끓인 국물은 진득하니 한 자리를 지켜온 세월을 말해준다. 그리고 선지. 그동안 먹어왔던 선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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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맛있는 음식점 이저녁에 즐비하게 써놓으셨으니 책임지시죠^^ 한그릇 얻어 먹으면 안되는죠? ㅎㅎㅎ
왜 먹는 것에 목숨을 건데요. 정보제공해줬으니까? 먼저 사주시면 안되나요?
요즘 사는게 뭔지 입맛이 없고 무기력한데,,여기라도 가서링 구경하면서 삶에 의욕과 식욕을 살려봐야 겠군요
네 멋진 생각이네요. 기분 전환도 해보시고요...
멋진정보 가득주셔서 감사 .... 잘 활용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작년 기억이 납니다.... 혼자서 아침일찍 불암산을 오르고 내려와.. 차는 버스 종점에 세워놓고.. 청계천을 가서 인사동을 갔습니다... 그곳에서 화랑을 들러 미술품..서예..사진등을 돌아보고..인사동에 가서 여러가지 풍물도 돌아보고..거리축제도 보고... 청계천을 따라 올라와 황학동 벼룩시장도 구경하니... 저녁6시경이 되더군요.. 거의 9시간이상 걸어도 힘들지도 않고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혼자이기에 가능 했구요...
역시 미소님은 멋쟁이! 항상 즐기며 사는 삶의 여유 부러워요
상전벽해...청계천 다리 밑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이젠 이런 노래가 무색, 단장 정비가 너무 잘 된 청계천...감사~~
맞아요. 문화와 역사는 계속 진화되고 창조되어가나봐요. 앞으로 기대할 작품은 한일운하, 경부 운하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