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금지복 강 형 철 (1955~ )
뻣센 수염 면도기로 밀고 누워서 머리 감는 농사꾼 강씨
눈만 뜨면 들판으로 나가는 버릇 고치기 위해 두 손 앞으로 모아 묶는다 메주콩이고 들바심이고 다시는 말하지 못하도록 장딴지에 똬리로 박힌 흙물 씻어내고 버선 신겨 다시 묶는다
그래도 혹시 봄이라며 못자리 한다고 나갈까 봐 삼베 두루마기 입히고 가슴에서 허리 종아리까지 찬찬하게 묶고 백지로 모자를 만들어 다시는 들판 쪽을 볼 수 없도록 머리까지 뒤집어 씌운다
이제 끝냈으리라 다시는 삽을 을러메지 않으리라 어우리, 호락질, 등짐 따위 들먹이지 않으리라
농사금지복 멋지게 입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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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평생을 농사만 업으로 살던 농부의 농사금지법이라니
이렇게도 표현이 되다니 다시는 호미도 들지 못하리라
천국에서는 농사짓지 않아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