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안의 개요 ○ 원고는 농산물 가공 및 판매업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보험설계사인 피고 B을 통해 D보험사와 단체 상해보험 계약(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음. ○ 이 보험은 원고 소속 근로자들을 피보험자로 하고, 보험수익자는 원고이며, 상해로 사망할 경우 1인당 2억 원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구조였음. 보험계약 체결 당시 청약서에는 피보험자 E의 직업이 ‘식품가공종사원’으로 기재되었음. ○ 그런데 피보험자 E은 실제로는 원고의 제품을 배송하기 위해 화물차를 운전하는 업무를 수행하던 근로자로, 2022. 12. 화물차를 운전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하였음. 원고는 보험사에 상해사망 보험금 2억 원을 청구하였으나, 보험사는 E이 실제 수행한 직무가 상해위험등급 3급에 해당하는 화물차 운전사임에도, 보험계약 당시 상해위험등급 2급인 식품가공종사원으로 고지되었다는 이유로 고지의무 위반을 인정하고 보험계약을 해지한 뒤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였음.
□ 원고의 주장 요지 ○ 피고 B은 모험모집인으로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을 중개하면서 직업계수와 직무가 보험약관상 어떻게 분류되고, 그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고지될 경우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수 있다는 계약의 중요 내용을 원고가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설명할 의무가 있음. 그런데 피고 B이 원고에게 직업 및 직무에 관하여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상해급수 3급의 화물차 운전사 E을 상해급수 2급의 식품가공종사원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하였고, 그로 인하여 원고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한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음. ○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4조 제2항, 제19조에 따라 보험금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
□ 쟁점에 관한 판단 요지 ○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직업 또는 직무에 관한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이 명시․설명의무의 대상인지 여부에 관한 판단 ▷ 관련 법리 보험자 및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자는 보험계약의 체결에 있어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보험약관에 기재되어 있는 보험상품의 내용, 보험료율의 체계 및 보험청약서상 기재사항의 변동사항 등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진다. 다만 이러한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보험계약자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약관의 중요한 사항이 계약내용으로 되어 보험계약자가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데 근거가 있으므로, 약관에 정하여진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거래상 일반적으로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내용이거나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거나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라면, 그러한 사항에 대하여까지 보험자에게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와 같이 보험자에게 명시․설명의무가 면제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다217108 판결 등 참조). ▷ 구체적 판단 이 사건 보험계약과 같이 원고가 원고 소속 근로자를 피보험자로 상해사고를 담보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직업 및 직무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된다거나 식품가공종사원의 상해급수는 2급이고 화물차 운전사의 상해급수는 3급이어서 화물차 운전사를 식품가공종사원으로 고지한 경우 계약을 해지당할 수 있으므로, 이를 구체적으로 기재하여야 한다는 사정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보험모집인 등 보험자 측의 설명 없이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이전에 H 주식회사와 단체보험을 체결하였으나, H과 체결한 보험계약은 생명보험이고, 이 사건 보험계약은 상해보험으로 그 성격과 본질이 다르고, 기존 생명보험의 청약서에는 직무 구분이 사무직과 비사무직으로만 구별되어 있고, 운전여부와 운전하는 경우 차종(출․퇴근용)만 구분하여 기재되어 있을 뿐 직업별 위험 등급(상해급수)에 관하여 아무런 기재가 없는바,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직업 또는 직무에 따른 상해급수에 관한 고지사항을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B은 보험모집인으로서, 피보험자인 원고 소속 근로자의 직업 또는 직무에 관한 계약 전 알릴 의무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인수조건 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으로서 D에 고지되어야 하고, 이를 고지하지 않을 경우 보험계약이 해지되어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음. ○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 발생 및 제한 여부에 관한 판단 ▷ 관련 법리 ▫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4조 제2항은 ‘금융상품판매업자등이 제19조를 위반하여 금융소비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다만, 그 금융상품판매업자등이 고의 및 과실이 없음을 입증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19조 제1항 제1호 가목은 ‘금융상품판매업자등은 일반금융소비자에게 계약 체결을 권유(금융상품자문업자가 자문에 응하는 것을 포함한다)하는 경우 및 일반금융소비자가 설명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금융상품에 관한 중요한 사항(일반금융소비자가 특정 사항에 대한 설명만을 원하는 경우 해당 사항으로 한정한다)을 일반금융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 1. 다음 각 목의 구분에 따른 사항, 가. 보장성 상품 1) 보장성 상품의 내용 2) 보험료(공제료를 포함한다, 이하같다) 3) 보험금(공제금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 지급제한 사유 및 지급절차 4) 위험보장의 범위 5) 그 밖에 위험보장 기간 등 보장성 상품에 관한 중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라고 규정하고 있다. ▫ 보험회사 또는 보험모집종사자는 고객과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모집할 때 보험료의 납입, 보험금․해약환급금의 지급사유와 그 금액의 산출 기준, 변액보험계약인 경우 그 투자형태 및 구조 등 개별 보험상품의 특성과 위험성을 알 수 있는 보험계약의 중요사항을 명확히 설명함으로써 고객이 그 정보를 바탕으로 보험계약 체결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고객을 보호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여기서 보험회사 또는 보험모집종사가자 고객에게 보험계약의 중요사항에 관하여 어느 정도의 설명을 하여야 하는지는 보험상품의 특성 및 위험도 수준, 고객의 보험가입경험 및 이해능력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다만 보험업법, 같은 법 시행령 등 관련 법령에서 규정하는 보험회사와 보험모집종사자의 의무 내용이 유력한 판단 기준이 된다. 그리고 보험계약의 중요사항은 반드시 보험약관에 규정된 것에 한정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보험약관만으로 보험계약의 중요사항을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보험회사 또는 보험모집종사자는 상품설명서 등 적절한 추가 자료를 활용하는 등의 방법을 통하여 개별 보험상품의 특성과 위험성에 관한 보험계약의 중요사항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다229536 판결 등 참조). ▫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자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 대하여 부실한 사항을 알리거나 보험계약의 계약조항 중 중요한 사항을 알리지 아니하여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보험자는 구 보험업법(2020. 3. 24. 법률 제1711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보험업법’이라 한다) 제102조 제1항 또는 민법 제756조에 의하여 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1995. 7. 14. 선고 94다19600 판결 등 참조). ▫ 구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은 ‘보험회사는 그 임직원․보험설계사 또는 보험대리점(보험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를 포함한다)이 모집을 하면서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만, 보험회사가 보험설계사 또는 보험대리점에 모집을 위탁하면서 상당한 주의를 하였고, 이들이 모집을 하면서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을 막기 위하여 노력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한다. 위 규정은 보험 모집 과정에서 보험설계사 등의 행위로 보험계약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보험회사에게 무과실에 가까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함으로써 보험계약자의 이익을 보호함과 동시에 보험사업의 건전한 육성을 기하고자 하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대법원 1997. 11. 14. 선고 97다26425 판결 등 참조). ▷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 B은 보험모집인으로서 피보험자인 원고 소속 근로자의 직업 또는 직무에 관한 계약 전 알릴 의무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인수조건 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으로서 D에 고지되어야 하고, 이를 고지하지 않을 경우 보험계약이 해지되어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음에도 위와 같은 의무를 위반하여 원고가 D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도록 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교통사고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하는 손해를 입게 하였다고 봄이 타당함. 따라서 금융상품판매업자등인 피고들은 공동하여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4조 제2항, 제19조에 따라 보험계약자인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음. ▫ 피고 B에게 보험모집인으로서 피보험자인 원고 소속 근로자의 직업 또는 직무에 관한 계약 전 알릴 의무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인수조건 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으로서 D에 고지되어야 하고, 이를 고지하지 않을 경우 보험계약이 해지되어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음. ▫ 피고 B이 계약 체결 과정에서 I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와 D의 보험금 지급 거절 이후에 원고측과 피고 B 사이에 이루어진 대화내용에 비추어 보아도, 피고 B이 I에게 피보험자인 원고의 근로자의 직업 또는 직무(상해급수)에 관한 계약 전 알릴 의무에 관하여 원고가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고 보기 어려움. 피고 B은 I에게 근로자들이 출․퇴근할 때 운전하는지 여부와 차종에 관하여 물어봤을 뿐 직업이나 직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묻지 않았고, 원고의 사업장에 있는 화물차를 보고도 그에 관하여 추가로 확인하거나 원고에게 설명하지 않았음. 피고 B은 원고가 만두소를 만드는 회사라는 설명을 듣고 만연히 피보험자인 근로자들을 모두 식품가공종사원으로 하여 보험계약 체결을 중개한 것으로 보임. ▫ 원고는 물품배송 업무를 위하여 E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근로계약서에 업무내용이 명시되어 있으며, 원고가 2021. 10. 1. 작성한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표에도 원고의 근로자 중 물품배송 배달원이 있다는 점을 기재하였고, 근로자를 위하여 단체보험을 가입한 원고가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직업을 허위로 고지할 정도로 식품가공종사원인 경우와 화물차 운전사인 경우 보험료에서 차이가 있어 보이지도 않는바, 원고가 피고 B으로부터 식품가공종사원의 상해급수와 화물차 운전사의 상해급수에 차이가 있고, 직업과 직무에 관한 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 보험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보험계약이 해지되고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한다는 설명을 들었다면 E의 직업을 식품가공종사원으로 고지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임. ▷ 다만, 원고도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과정에서 단체일괄고지 확인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잘못이 있으므로, 이를 참작하여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50%로 제한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