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저번주 주말에 원주 공간삼무곡 카페를 다녀오게 되었다.
이로써 현재 (2016.4월) 만들어진 공간삼무곡은 다 다녀오게 되었다. 아직 신입생이란 태그를 달고다니는 것 치고는 꽤 빠르게 경험한 것 같다. 그것도 우연히.
이번에 다녀와서의 느낌을 간략이 적어보자면...
- 나는 전생에 우주를 창조했나 완전 복터졌네
일단 원주는 들어보지도 못한 지역이라 새로운 곳을 가는 것에 대한 두근두근이 미약하게나마 있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상상했던 그 곳의 이미지는 역시나 와장창이였다.
정말 예상치도 못한, 뜬금없는 자리에 카페가 위치해 있었다. 나중에 여공과 노을 말씀 들어보니 그 곳이 구 도심이였던 곳이라 그 희한하고 애매모호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던 것이였다. 조금 낡은 냄새가 나는 건물시장과 봉이 돌아가는 옛 이용원옆에 몸집만 커다란 유리건물, 왜 있는지 모르겠는 전형적인 조형물.
나는 구 도심을 가본적이 없는 것 같아서 원주에서 본 풍경은 정말이지 형용할 수 없는 생뚱맞은 조합들이였다.
처음에 현곡께서 원주에 나를 데려간다고 하셨을 때 지금 생각하면 장난하냐며 머리를 쥐어박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관객석에 앉아서 공연을 관람하고 편히 쉬다가 인사 나누고 등등
얘 정신차려 넌 학생이야
나는 잡일을 돕는 기본 옵션에 막중한 퀘스트까지 받게 되었다.
연주하시는 악보를 넘기는 일! (과 ppt 슬라이드쇼를 넘기는 일)
세상에 나는 내 악보 넘긴 적은 많지만 남의 악보 넘긴 적은 없었는데...
게다가 그날 연주하실 분은 중간보스 급도 아닌 최강 울트라 보스들 중에서도 특별히 이름을 떨치는 분 (이라고 들었다) 인데!!!
물론 이건 엄청난 영광이 아닐 수가 없는데 그만큼 엄청난 크기의 부담이 나를 중후하게 깔고 앉았었다.
그리고 실수하면 안된다 생각했었겠지? 현실은 콧방귀를 뀌며 보란듯이 내가 안절부절 악보를 넘기는 걸 임미정 선생님이 손수 막게 하셨다.
글의 재미를 위해서 그 때 상황을 더 서술해보자면 일단 내 안면 근육은 표정관리를 포기했다.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쏟아져나오듯 내가 그 순간 느끼는 모든 감정들이 얼굴을 통해 콸콸거리며 주체할 수 없이 튀어 나왔다.
지금이야 뭐 웃으면서 말할 수 있게 되는 소중한 나의 재산 중 하나가 되었다...만
그리고 솔직히 내 신경은 내가 받은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에 쏠려있어서 임미정 선생님의 연주를 온전히 느끼지 못했었다.
그럼에도 그 분의 연주는 날 흥분하게 만들고, 요동치게 만들고, 행복에 웃음짓게 만들었다.
그 연주에 대한 리뷰를 쓰자면 더 쓸 수 있겠지만 할 말이 아직 많아서 이만- ☆
연주가 끝나고 분위기가 연기처럼 쇽하고 청락재로 이동했다. 임미정 선생님 연주 감상보다 더 쓰고 싶었던 이야기가 여기서 경험한 일이였다.
각 서로 다른 분야에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당신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깊고도 얕은 지혜를 공유하는 모습이란 정말 경이롭고 꿈에 부푼 느낌이였다.
따로 어디어디 유명한 강연을 찾아가지 않아도 내 바로 옆과 앞에서 그런 강연을 할 사람들이 서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내가 느끼기에 굉장히 신께로 나아가는 대화들이.
내 귀로 들리는 한 마디들이 여기 아니면 들어보지 못할, 나를 깨워주고 깨어주는 말로 들렸다.
정말 나 복받았구나.
그리고 또 나는 배우고 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고 믿으면 그렇게 일이 일어나게 되있다. 악보 넘길 때 몸소 배웠잖아.
이번에 다녀와서 정말 좋았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아주 작은 노동(노동 수준도 안되잖아 ㅡㅡ)을 하고, 문화 생활도 하고, 여튼 내가 즐길 수 있는 건 다 한 것 같다. 아 영양탕 먹는거 빼고.
어쨌든
데려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
*3줄 요약
1. 사실 3줄요약은 웃기려고 쓰는 겁니다.
2. 어 음 칼이 정색을 하면?
3. 검정색 깔깔깔깔
첫댓글 수고했다!^^
"나는 전생에 우주를 창조했나"
맞아!!^^ 너는 신이야~ ㅎ
너마저 아제개그에 발을 들이는거냐(환영해
정민이 보기 보다 발랄하군! ^^
만나서 반가웠어~ 악보 넘길때 내가 다 후덜덜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