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스위치, 성도들의 기도
"다른 천사 하나가 금 향로를 들고 나와 제단 앞에 서자, 많은 향이 그에게 주어졌습니다. 모든 성도의 기도와 함께 어좌 앞 금 제단에 바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천사의 손에서 향 연기가 성도들의 기도와 함께 하느님 앞으로 올라갔습니다. 그 뒤에 천사는 향로를 가져다가 제단의 숯불을 가득 담아 땅에 던졌습니다. 그러자 천둥과 요란한 소리와 번개와 지진이 일어났습니다.”(8,3-5)
경건한 침묵이 흐르는 막간에 한 천사가 금 향로를 들고 하느님의 제단으로 다가갑니다. 이 제단은 요한 묵시록 6장에 나왔던 제단입니다. 구약성경 레위기에 나오는, 제물을 죽여서 드리는 속죄제물을 위한 제단입니다. 그런데 이 제단이 하늘에 있습니다. 하늘 제단에서 최초로 드려진 제물은 하느님의 어린양 예수 그리스도이셨습니다. 그리고 같은 제단 아래에 예수님 때문에 박해당하고 죽어가는 일곱 교회 신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희생은 헛된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피로 세상을 구원하신 하느님께서 초대교회 성도들의 피로 로마제국을 구원하실 것입니다.
천사는 금 향로를 갖고 있었습니다. 받침 접시 모양의 이 금 향로는 구약성경에 보면 예배에서 향을 피울 때 쓰던 것인데, 거기에 '많은 향'을 담았다고 했습니다. 신국약 성경에서 향은 주로 성도들의 기도를 상징했습니다. 수많은 성도들의 기도가 거기에 담겼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항상 기도하고 낙심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기도가 하늘 제단에 쌓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기도에는 역사를 바꾸는 능력이 있습니다. 기도는 하늘의 어좌와 지상의 역사를 연결하는 다리와도 같습니다. 그러므로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낙심해서는 안 됩니다.
특별히 여기서 드려진 기도는 요한 묵시록 6장 10절에서 이 땅에서 복음으로 인하여 순교하고 환난받은 성도들의 애절한 기도를 가리킵니다.
"그들이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거룩하시고 참되신 주님, 저희가 흘린 피에 대하여 땅의 주민들을 심판하고 복수하시는 것을 언제까지 미루시렵니까?'"(6,10)
즉 박해를 당하던 당시 성도들의 울부짖는 기도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악한 자들을 심판하시고, 하느님의 의로움이 세워지는 새 하늘과 새 땅을 건설하시려는 목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아직까지 악한 자들이 득세하는 세상 역사가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 대문에 왕따 당하고, 감옥에 갇히고, 직장을 잃고, 생명도 잃고 있습니다. 주님의 심판이 하루 속히 저 악한 세상 위에 임해야 하느님의 정의가 서고 우리의 한이 풀어질 텐데, 언제까지 이대로 놔두시렵니까?
그 모든 기도를 하느님께서 기억하고 계셨다가 응답하시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천사의 손에서 향 연기가 성도들의 기도와 함께 하느님 앞으로 올라갔습니다."(8,4)
드디어 박해를 견뎌낸 성도들의 기도가 올라갑니다. 일곱 봉인에서는 기도가 드려지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기도가 응답되었는지 안 되었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이 끝났습니다. 그런데 일곱 나팔이 시작되기 전에는 갑자기 천사들이 나타나서 성도들의 기도를 금 향로에 담아서(이건 하느님께서 성도들의 기도를 정말 귀하게 보신다는 뜻) 하느님께 올라갑니다. 구약에서 제사를 드릴 때 이 제사를 하느님께서 받으셨는지 안 받으셨는지를 확인할 때, 이 제물이 끝까지 타는지 안 타는지를 보고 판단합니다.
또한 연기를 보고 판단합니다. 연기가 똑바로 올라가지 않고 중간에서 흩어지면 뭔가 잘못된 것입니다. 그런데 4절 말씀을 보면 제단에 불이 임했고, 향 연기가 하느님 앞으로 거침없이 올라갑니다. 하느님께서 기도를 기쁘게 받으시고 응답하시는 것입니다.
"그 뒤에 천사는 향로를 가져다가 제단의 숯불을 가득 담아 땅에 던졌습니다. 그러자 천둥과 요란한 소리와 번개와 지진이 일어났습니다."(8,5)
기도가 잘 올라가는데 천사는 그 기도를 땅에다가 쏟아부었습니다. 그랬더니 일곱 나팔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일곱 나팔 재앙은 성도들의 기도에 대한 응답입니다. 요한 묵시록 8장에서는 6장에 이어 다시금 하느님의 진노가 땅에 닥치는데, 이것은 성도들의 기도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입니다. 요한 묵시록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세상이 여러 가지 재앙들로 심판받게 되는 것은 세상으로 인한 성도들의 고통과 절규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임을 알 수 있습니다. 재앙과 심판은 교회를 위한 것입니다. 교회를 박해하는 악인들의 성공에 대한 성도들의 부르짖음에 하느님께서 응답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성도들의 신음 소리를 들으시고 악인들을 척결해 가십니다. 죄로 물든 이 세상은 결국 우리의 기도 때문에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이 말씀을 보면 성도들의 기도는 이 땅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하늘에서는 얼마나 엄청난 힘이 있는지 모릅니다. 야고보서 말씀대로 의인의 간절한 기도는 큰 힘을 냅니다.(5,16) 이 땅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사건들이 하늘 어좌에서 다스리시는 하느님의 결정으로 이루어지고, 하느님의 결정에 황송하게도 우리 성도들의 기도가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성도들의 기도는 하느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홀로 세상을 심판하실 수도 있지만, 성도들의 기도를 통해서 역사하십니다. 세상을 향한 하느님의 계획이 성도들의 기도를 통하여 이루어집니다. 이 사실을 생각한다면 날마다 기도하려고 엎드릴 때마다 우리의 자세가 달라질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성도들이 하느님과 그리스도의 사제가 되어 천 년 동안 다스릴 것'(묵시 20,6)이고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마태 16,19)이라는 말씀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상의 자질구레한 문제와 고민들에 위축되지 말고, 하느님의 권세에 참여하여 세상을 심판하고 다스리는 이답게 거룩하고 당당하게 살아야 합니다.
특별히 교회 공동체가 한마음이 되어 함께 기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3절의 '모든 성도의 기도와 함께'란 말을 주목하십시오. 고난에 올 때 특별히 온 교회가 함께 마음을 모아 기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간절하고 파워풀한 공동체적 기도 없이 우리는 결코 고난의 시대를 이겨낼 수가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런 교회적 기도에 대한 특별한 응답을 약속하십니다.
"내가 또 진실로 너휘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마태 18,19)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