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패밀리’는 일본의 여느 가정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가정의 모습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직장에 몰두하는 아버지와 각자의 관심사 이외에는 매사에 무관심한 아이들 그 사이에서 그 보통의 삶을 살아내는 엄마, 어느 때보다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한 현대에서 그들의 대화는 좀처럼 접점을 찾기 힘들다. 영화는 그런 그들에게서 가장 익숙한 것 하나를 가져간다. 바로 전기다. 전류가 통하는 모든 사물은 일체 사용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가족들은 생존을 위한 여정을 떠나고 그곳에서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가 반추하게 된다.
가족이라는 회복
허울만 있는 가장이라는 역할도 그것을 묵인하고 외면했던 아내와 아이들도 재난 앞에서 개개인은 쓸모를 지닌 인간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그들은 자신이 내려놓지 못한 것들을 내려 두면서 점차 서로를 이해한다. 아들은 아버지가 만지는 것도 싫어할 만큼 아끼던 스마트폰을 버리고 케이스를 잘라 자전거를 수리하고 가장의 자존심을 무엇보다 중하게 여기던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무릎을 꿇는다. 가짜 속눈썹과 가발 따위로 가리고 치장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가족은 생존을 위한 여정을 통해 배워간다. 끼니를 해결하는 방식 역시 중요하게 다뤄진다. 전기가 있던 때에 그들의 식사는 그저 한 끼를 해결하면 그만인 것이었다. 식구라는 말이 무색하게 한 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 일이 어려운 일이었고 가족 어느 누구도 식재를 다룰 방법조차 모르고 있었다. 문명의 혜택에서 추방당하고 여정에서 만나는 사람과 몸으로 이루어낸 노동으로 그들은 비로소 원초적 감각이 충족되는 기쁨을 알게 된다. 그렇게 그들은 가족이라는 서로의 존재 이유를 회복시킨다.
야마구치 시노부의 유머
일본의 지리적 특성에서 오는 재난은 인간이 이룩한 것들이 얼마나 쉬이 무너지는 가를 여실히 드러낸다. 서바이벌 패밀리 역시 전기라는 문명의 이기 하나만 지워도 현대 사회는 어떻게 될 것인지 묘사한다. 본능은 야생적이나 자연 앞에서 한없이 취약한 현대인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영화의 뉘앙스는 시종일관 경쾌하다. 왁자지껄한 웃음은 아니라도 그들의 상황을 보며 피식피식 웃게 된다. 감독인 야마구치 시노부의 전작들인 스윙 걸즈나 워터 보이즈, 해피 플라이트 같은 작품들과 그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유머는 불균형한 상황에서 사종 일관 같은 모습을 유지하려는 인물들에게 서 나온다. 그 어긋나는 지점이 일본의 풍경이고 감독은 그것을 유머로 묘사함으로써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이입시킨다. 비록 전개 방식이 그건 숱하게 봐온 일본 영화의 클리셰를 따라가고 있어도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여지를 주는 것은 사실이다.
불을 끄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정전을 처음 인지하고 도시는 순식간에 깜깜 해진다. 그 순간 아내는 하늘에 강처럼 흐르는 별들을 보게 된다.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에서 가족들은 처음 한자리에서 같은 방향을 보게 되는 순간이 온다. 도시의 불빛에 가려졌던 별이 모습을 비추자 딸은 은하수를 맨눈으로 처음 마주하게 된다. 영화의 주제 의식 역시 거기에 있었을 것이다. 문명이라는 이기에 가려져 미쳐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라고 말이다. 2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고 마침내 전기는 돌아온다. 모두가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조금은 달라진 모습이다. 엄마는 신선한 식재를 손질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가족 구성원들 역시 함께 하는 식사의 소중함을 알았다. 도시의 밤은 다시 불빛으로 가득하지만 이제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된 게 아닐까 싶다.
첫댓글 글 읽고 뭉클 하네요 ㅋ 엄마 보고싶네요
언제나 감동이 솨라있는~ 소고기님의 리뷰~ㅎㅎ
보지않은 영화도 보고싶게 만드네요^^
리뷰 맛집 소고기님 글을 보니 저도 이 영화가 보고싶어 졌어요~^^
고마운김에 부탁하나!
소고기님표 노타임 투 다이의 리뷰를 보고 싶습니다. ㅎㅎ
다니엘 횽님 보내드리는데
글 한번 써 주십쇼~~~^^
조만간 쓸께요~^^ 아무말 대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