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보훈문예 일반부 우수상
당숙모의 봄 / 신종범
딸 둘을 놔두고
전쟁 통에 군대 갔다 행방불명 된 당숙은
군대 간 전날이 제삿날이다
지금이 언제인데 아직도 젊은 흑백 사진을 모셔놓고
꽃 같던 그때 모습을 떠올리는 당숙모
옷깃 경건히 여미고
곡주 한 잔 따라놓고
저 선산 허묘에 핀 할미꽃 모습이었다.
전사 통보도 없이
제사 지내는 의미를 난 알 수 없지만
가슴에 못 박혀 흐르는 슬픈 강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지만
음력 삼월 초아흐레 날이면
제사상에 번지는 소리 없는 총성
제사를 마치고 촛불에 태워 보내는 소지가
붉은 핏빛 모습으로 진저리치다 사라진다.
물 / 이미자
DMZ.
햇살이 시간을 조율하고 나설 때 그는
오십여 년 만에 발굴되었다.
그가 전사자라는 것을 입증하듯
수류탄 실탄 철모 붙어버린 세월 수북히 떠먹다
발견된 숟가락
여러 개의 유품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의 갈증을 풀어준다
그는 총총히 무단횡단 하던 탄환을 어쩌지 못해
젊은 생을 접었으리라 이제 두개골과 일부의
뼈만 남은 그
과속으로 날아든 총탄은 그가 마셨을 수통의 컵
무수히 난사했지만
뚜껑은 아직 안녕 한 채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다.
수통을 든다 뚜껑을 열어
흔든다 주인이 깨어나기를 오십년, 순하게
기다린 38°의 물
찰 랑 댄 다 … 아 … 대한민국